▲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김경문 NC 감독은 이 가을, 이전과는 다른 야구를 하고 있다. 불펜 야구가 그것이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불펜 투수 출신인 맨쉽을 불펜으로 돌려 허리와 뒷문을 강화했다. 대신 선발이 크게 약해졌지만 빠른 교체로 내세운 승부수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1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뼈아픈 불펜 야구의 실패를 맛봤다. 두산의 빅 게임 투수 장원준에게 6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지만 불펜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대패했다. 불펜 투수 8명을 썼지만 13점이나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이날 NC의 야구는 불펜 야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불펜 야구의 최전선에는 불펜 투수 코치가 있다. 불펜 투수들의 구위를 점검하고 준비시키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불펜 코치들은 하나같이 "선발 야구가 가장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A 불펜 코치는 "선발이 100개에서 110개 정도로 6, 7이닝을 버텨 주고 2, 3명의 불펜 투수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핵심 불펜 투수들이 나가서 맞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그날의 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 좌우 타자 등에 맞춰 맞춤형 전략을 썼는데 패하면 그 파장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야구 팬이 흔히 갖는 의문 가운데 한 가지가 있다. 불펜에서 공이 안 좋으면 안 써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코치가 있는 만큼 그런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불펜 코치 B는 고개를 저었다. "가장 어려운 것이 불펜과 마운드의 차이다. 불펜에선 분명 좋은 공을 던지던 투수도 정작 마운드에 올라가면 난조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걸어가는 동안 전혀 다른 투수가 되는 것이다. 코치도 어쩔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C 불펜 코치는 '한계'를 이야기했다. "불펜은 어디까지나 몸을 푸는 곳이다. 아픈 곳은 없는지 피로가 너무 쌓인 것은 아닌지를 체크하는 곳이다. 100% 공을 뿌리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큰 무리가 없다면 준비를 시킨 뒤 감독의 요청에 따라 선수들을 마운드로 보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 불펜 코치의 임무는 당일에 나갈 수 있는 투수들의 명단을 감독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벤치의 요청에 따라 그 가운데 필요한 선수들의 몸을 풀도록 하고 사인이 나오면 마운드로 올려보낸다. 컨디션은 변화무쌍이다. B 코치의 말 처럼 불펜과 마운드의 공 차이가 심할 때가 가장 괴로운 순간이다.

D 코치는 "불펜 코치가 가장 잘해야 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불펜 투수는 구위 못지않게 마인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사로운 대화로 긴장을 풀어 주고 심리적으로 안 좋은 일은 없는지도 체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공을 던지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 코치는 "베테랑 정대현 같은 선수가 전성기에도 마운드에 오르면 입이 바싹 마르고 심장 박동 소리가 귀에 들린다고 했다. 9회 1아웃은 돼야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하더라. 그만큼 불펜 투수들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선수가 잘할지 못할지 정말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감독이 직접 와서 보고 골라도 마찬가지다. 불펜에서 던지는 공과 마운드에서 던지는 공은 분명히 다르다.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프지 않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지만을 준비시킬 뿐이다. 이후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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