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회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항상 열심히 했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잘하고, 못하고는 많이 갈리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하겠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최근 국가 대표 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 협회 임직원 비리 논란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 정몽규 회장 회견…김호곤 부회장 인터뷰와 동어 반복-성찰도 책임도 없었다

19일 오후 2시 축구회관 2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정 회장은 “최근 대표 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더불어 협회에 비판 여론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하다”고 말문을 열었으나 이후 이어진 회견 내용은 쇄신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밝혀지지 않았고, 몇몇 논란에 대해선 협회의 기존 자세를 재확인하며 해명에 가까운 답변이 이어졌다. 통렬한 성찰로 보기 어려운 회견이었다.

정 회장은 “최근에 정리는 됐지만 히딩크 감독에 대한 논란으로 상황이 악화된 게 무척 안타깝다. 물론 초기에 대응을 명확하게 못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 논란의 초기 대응 문제는 인정했으나 “그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 신태용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다”고 일축했다. 해당 논란에서 비판 받은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 회장의 현실 인식은 그동안 김 부회장이 했던 해명 내용과 다를 게 없었다. 김 부회장의 잘못된 대응에 대한 책임론이 거센 와중에 그에 대한 명확한 표명이 없었다. 김 부회장의 견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밝힌 것인데, 그렇다면 굳이 긴급 회견을 열어 동어 반복을 할 필요가 없었다. 김 부회장이 지난 15일 귀국 후 가진 인터뷰 내용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딩크 논란에 뭐가 잘못됐는지는 (기자)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일단 부회장님께서 그 문자가 온 것을 전혀 기억을 못하시고, 나중에 그걸 언론에 대응해서 잘못됐다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이 된다.”

▲ ⓒ곽혜미 기자

정 회장 역시 대표 팀과 협회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를 경기력이라고 짚었다. 언론과 여론이 지속적으로 지적하듯, 경기력은 문제의 일부다. 경기력과 더불어 신뢰와 기대감을 잃어버린 상황이 문제다. 정 회장의 현실 인식에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는 발언이 계속됐다. 

“히딩크 논란의 본질은 마지막 두 경기에서 저것보다 잘할 수 있지 않느냐는, 팬들의 기대에 못미친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신 감독이 그쪽 방송하고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빨리 하라고 해서. 감독의 잘못보다 우리 스태프 쪽에서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을 정확히 인식해야 했는데 그런 걸 못한, 그런 미세한 것들이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돼어서 비춰진 거 같다.” 

문제의 발단이었던 우즈베키스탄전의 성급한 인터뷰와 헹가래, 그리고 이어진 히딩크 감독 복귀 논란에 이르기까지 정 회장은 비판이 몰리는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았고, 그에 대해 명확한 대응과 책임을 말하지 않았다. 이번 회견에서 여론의 시선이 바뀌기를 기대하기엔,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은 회견이었다.

이 문제의 중심에 있는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에 대해서도 “세대교체와 인사 쇄신 요구를 알고 있다. 변화와 쇄신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협회에서 많이 일할 수 있길 바란다. 아울러 이른 시간에 임원진 개편 인사와 협회 조직 개편도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말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 구체성 없는 개편-개혁 발언…내부 결론 못 내리고 연 기자회견
  
정 회장은 기술위원회에 대해 “축구 발전을 위해 기술위가 지속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표 팀 결과에 따라 기술위가 바뀌어 장기적인 실행이 어려웠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가 대표 팀 감독 등 대표 팀 지도자 선임 기구를 별도로 만들고, 감독 선임 권한과 이에 대한 책임은 이 기구에서 담당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말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바꾸고, 대표 팀 감독 선임 기능을 빼겠다고 했다.

이러한 개편 과정에 김 위원장이 현재 보직을 유지할지,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거나 사임할지 등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논란에 중심에 있던 김 위원장이 장기적으로 운영될 기술위의 수장으로 잔류할지, 감독 선임위원회로 갈지, 아니면 두 자리에서 모두 손을 뗄지에 대해 “두 가지 사항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어느 쪽으로든 협회의 중요 보직을 맡게 될 여지가 크다. 결국 명확한 내부 결론이 없는 상황에서 회견을 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끄지 못했다. 협회를 향한 불신과 의구심이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이 됐다. 

정 회장은 “조직 개편은 대표 팀 지원 체계에 많이 미흡한 게 있다는 것을 평가전을 거치며 발견했다. 대표 팀 지원 체제도 좀 더 명확하게 책임과 임무를 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에 반영하겠다. 축구협회가 모든 자원을 투입해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그에 맞춰서 우리가 준비되고 확정되는 대로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 

▲ ⓒ곽혜미 기자

이어지는 정 회장의 발언에는 구체적인 사항이 없었다.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긴급 회견에서 명확하게 전달된 것은 11월 A매치 상대를 확정해 발표한 것 정도였다. 이는 굳이 정 회장의 입을 거쳐 발표할 내용은 아니었다. 정 회장이 직접 회견에 나섰다면, 보다 중대한 안건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정 회장은 “회장 2기가 출발한 지 꽤 됐다. 새로운 인재 발굴을 계속하고 좋은 협회 직원이나 좋은 축구 지도자들을 계속 발굴하는 게 협회 책임이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서 협회를 젊고 활동적이고, 축구인과 팬들과 서로 교류하고, 안을 수 있는 이런 방향으로 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원론적인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앞으로 어떤 보직에 배치해 쇄신을 끌어낼지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협회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해 정 회장은 "협회의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 경찰 조사가 계속 진행돼 왔고, 곧 발표한다고 했다. 협회의 인사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 발표하기 전에 현재도,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가 있는지 경찰과 검찰에 달라고 부탁을 하고 요구했지만 정식 발표 전까지 사실에 대해 정확히 파악이 어려워 그걸 기다리느라 조직 개편이 늦어졌다. 죄송하다. 그렇다고 그것 없이 발표를 하고, 검찰 발표로 또다시 할 수가 없다. 조금 늦었다. 이제는 조만간에 그런 조직 개편에 대해서 좀 더 이른 시간에 발표할 수 있게 다시 기자분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협회가 주도적으로 쇄신과 개혁 의지를 갖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해 온 것에 납득할 만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

◆ 반쪽짜리 기자회견…확실한 것은 11월 A매치 상대국뿐이었다

정 회장은 거듭 핵심 안건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문제가 모두 정리되고 쇄신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왔을 때 회견을 열어 팬과 여론이 납득할 수 있는 쇄신안을 설명해야 했다. 정 회장은 반쪽짜리 회견으로 성난 여론을 진화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대표 팀 외에 유소년 축구 발전, 19세~23세 연령대 선수 발전을 위한 K리그 의무 출전 선수 연령 22세 변경 등 다양한 한국 축구 발전안을 이야기했으나 논란의 본질적 내용에 대해선 성찰이나 혁신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협회 운영에 대한 비판에 “항상 열심히 잘하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잘하고 못하고는 많이 갈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회견의 목적이 사과와 반성보다는 해명과 하소연에 가깝게 들리도록 했다. 정 회장은 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였으나, 그가 마음속 깊이 협회로 향하는 비판에 공감하고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정 회장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없이 대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며 대표 팀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부탁했으나, 이번 회견이 ‘반쪽 짜리’ 대표 팀 취급을 받는 신태용호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정 회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대표 팀과 협회에 대한 불신과 논란은 제자리걸음이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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