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우덴.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플레이오프 2차전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췄다. 하지만 분위기가 100% 살아났다고는 보기 어렵다. 고민거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선발 야구를 하는 팀이다. 헌데 1,2차전서 모두 선발 투수가 무너졌다. 철벽 라인이라 믿었던 니퍼트와 장원준 원,투 펀치가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3차전 선발인 보우덴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1승 이상의 호투로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단순히 플레이오프에서의 승리만이 아니라 우승이라는 진짜 목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보우덴의 투구는 일단 패스트볼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패스트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투수이기 때문이다. 스플리터라는 또 다른 무기도 있지만 그 보다는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구를 더 선호하는 투수다.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 비율을 봤을 때 패스트볼이 69.8%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플리터가 장착된 투수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패스트볼이 나름의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우덴의 패스트볼 헛스윙 비율은 9.8%로 리그 평균인 6.4%를 웃돈다. 전체 14위의 성적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선 채 삼진을 잡아낸 공도 대부분 패스트볼이다. 패스트볼 승부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의 패스트볼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는 스트라이크를 확실히 넣을 수 있는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구종을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에 다다르게 된다. 좌타자와 우타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타자를 상대로는 스플리터를 거의 승부구로 삼지 않았다. 오른쪽 낮은 스트라이크 존에 찍혀 있는 보라색 점 하나가 스플리터였을 뿐이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대부분 눈 높이 하이 패스트볼로 스윙을 이끌어냈다.   

좌타자는 조금 다르다.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보라색 점이 주로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플리터로 삼진 잡는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 중 대부분을 좌타자에게 썼음을 알 수 있다.

보우덴의 스플리터는 주로 오른쪽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우타자 몸쪽이다. 스플리터에 대한 제구가 완전한 자신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좌타자에게는 달아나는 궤적을 그리지만 우타자에게는 몸쪽으로 들어가게 되므로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보우덴이 좌.우 타자를 상대로 상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이다.

일단 안타는 좌타자에게 많이 맞았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3할2푼4리나 된다. 우타자의 2할2푼5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우타자에게 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장타율은 우타자 쪽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보우덴은 올 시즌 15개의 홈런을 맞았는데 그 중 무려 12개가 우타자에게서 나왔다. 우타자 상대 순장타 허용율도 2할1푼1리로 좌타자의 1할3푼2리로 크게 웃돈다.

문제는 현재 플레이오프의 분위기다. 2차전서 양 팀은 무려 8개의 홈런을 쳤다. 포스트시즌 신기록이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잠실에서 그랬다.

마산은 홈런에 대한 부담이 더 큰 구장이다. 바람이 세서 뜬 공의 비거리가 더 생길 수 있다. NC가 2차전을 비록 패하긴 했지만 타격감은 살아있다는 것은 분명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우타자들을 상대로 패스트볼 승부가 어떻게 먹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보우덴의 패스트볼 구위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스트볼의 힘과 스피드가 떨어졌다.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83km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144.76km로 2km가량 떨어졌다. 패스트볼의 힘이 중요한 보우덴이 패스트볼 구속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건 분명한 문제가 있는 대목이다.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 1.81m에서 1.64m로 거의 20cm 가까이 짧아졌다. 투구 폼에 변화가 감지될 정도다. 자연히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떨어졌다. 2334rpm이던 것이 2304rpm으로 바뀌었다.

익스텐션이 짧아지며 상대 타자들은 보우덴의 공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패스트볼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승부처는 우타자 상대 피장타다. 좌타자에게 약한 보우덴이 주자를 깔아주고 우타자에게 큰 것 한 방을 허용하는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과연 보우덴이 지난해의 위력을 되찾으며 패스트볼로 우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을까. 플레이오프 3차전의 중요한 승부처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