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막시무스' 김은수(31·노바MMA)는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경기 10일 전 당한 코뼈 부상을 철저히 감췄다. 출전을 포기하긴 싫었다. 동료들에게 "어린 나이가 아니니까 어떻게든 경기를 뛰고 싶다"고 설득한 뒤, 지난달 29일 창원 풀만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TOP FC 7 초심(初心, Return To Basics)'의 케이지 안에 들어섰다.

그런데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코뼈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때문이었다. 김은수는 경기 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겁을 먹고 있었다. 공격을 들어가려고 해도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상대 정성직(24·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의 펀치가 매서웠다. 카운터를 노리고 있어 거칠게 몰지 못했다. 정성직은 종합격투기는 데뷔전이지만, 입식타격기 경험이 많은 타격가. 1라운드에 코가 다시 부러진 것은 예견된 일일지 몰랐다. 김은수는 "펀치에 임팩트가 있었다. 코에 펀치를 맞는 순간,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 또 부러졌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심판은 코피가 너무 많이 흐르면 경기를 중단시키겠다고 주의를 줬다. 평소처럼 난타전을 걸기 힘든 상황에서 김은수는 킥 타이밍에 카운트 태클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정성직의 킥이 나오면 어김없이 테이크다운을 노렸고 여러 차례 상위포지션을 차지했다.

사실 1라운드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끝낼 기회가 있었다. 정성직이 조르고 있던 팔을 뜯어내면, 김은수는 반대편 팔로 다시 목을 감았다. 세 번이나 초크 그립을 잡았다. 하지만 정성직의 저항이 강했다. 지난해 모이제 림본 전에서 초크에 집착하다가 한순간 집중력을 잃고 니바로 패한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김은수는 무리하게 초크를 노리지 않았다.

"타격이 안 되면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 게 원래 전략이었다"는 김은수는 결국 3라운드 2분 43초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정성직에게 탭을 받았다. 김은수는 "쉽지 않은 경기였다.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하나님이 살펴주셨다"면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화끈하게 하고 싶었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겁을 먹고 있더라. 다음부터는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자란 부분을 너무 많이 발견했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 다음 경기, 그다음 경기에서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다.

김은수는 통산 전적 10전 7승 3패가 됐다. 이 중 코리안탑팀 파이터들에게 거둔 승리가 3승. 코리안탑팀 미들급 파이터들과 라이벌 구도를 그리는 것에 대해 김은수는 부담을 느끼는 듯 '또 코리안탑팀과 매치업이 결정되면 어떡하나'는 질문에 "이제 거부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프로 데뷔전을 펼친 상대 정성직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성직의 경기력에 많이 놀랐다. 베이스도 좋았다.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음 경기 활약이 기대된다"고 앞으로의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나 웃으며 포옹을 나눈 김은수와 정성직은 SNS 페이스북에서도 덕담을 주고받았다. 김은수는 "성직아 고생했어. 더 성장하리라 믿고 더 강해지리라 믿어. 진심으로 많이 배웠어. 고마워. 더욱 멋진 선수가 되길 빈다. 파이팅"이라고 하자, 정성직은 "데뷔전에서 은수 형님과 경기해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이번 경기를 토대로 앞으로 더욱 더 노력해서 더 나은 경기, 더 좋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저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의리"라고 답했다. 

김은수는 일주일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삼촌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무척 아프다. 이번에 어려운 조건 속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삼촌이 돌봐주셔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수는 2주 후인 오는 13일 진주에서 열리는 'KOF(KING OF FIGHTER) 5'에 출전할 계획이었으나 코뼈 부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팀 동료인 '바람의 파이터' 김재영(31·노바MMA)은 "주최사와 상대선수만 괜찮다면 내가 김은수 대신 나서고 싶다"며 대체 출전 의사를 나타냈다.

■ TOP FC 7 결과

[헤비급] 김두환 vs 로케 마르티네즈
로케 마르티네즈 3라운드 3대0 판정승

[미들급] 김은수 vs 정성직
김은수 3라운드 2분43초 리어네이키드초크 서브미션승

[헤비급] 이형철 vs 정다운
정다운 1라운드 4분10초 펀치 KO승

[여성스트로급] 정유진 vs 유코 키류
정유진 1라운드 1분 파운딩 TKO승(레프리스톱)
※정유진 계체 초과, 1라운드 1점 감점

[미들급] 안재영 vs 오세원
안재영 3라운드 2분42초 펀치 TKO승(레프리스톱)

[페더급] 이민구 vs 김성현
이민구 그라운드 니킥으로 김성현 실신, 심판위원회 경기무효 처리
※1라운드 31초 하이킥-니킥 KO승에서 결과 변경

[밴텀급] 황영진 vs 에밀 아바소브
에밀 아바소브 3라운드 종료 2대1 판정승(29-28,29-29(황영진),29-28)

[플라이급] 김규성 vs 정원석
김규성 2라운드 1분27초 니킥 TKO승(레프리스톱)
※정원석 계체 초과, 1·2라운드 1점씩 감점

[헤비급] 임준수 vs 클레이튼 존스
임준수 2라운드 2분33초 니킥 TKO승(레프리스톱)

[밴텀급] 안정현 vs 홍승민
안정현 2라운드 3분30초 보디블로 TKO승(레프리스톱)

[플라이급] 최정범 vs 권쌍수
최정범 1라운드 1분33초 리어네이키드초크 서브미션승

[플라이급] 권민수 vs 이효민
권민수 2라운드 종료 3대0 판정승

[사진] 정성욱 BJJ 전문기자 제공 (mr.sungch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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