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유희관이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 수 있을까. 그의 느린 패스트볼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희관은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이전 3경기서 두산 선발들투수들은 하나같이 부진했다. 판타스틱 4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였다. 단 한 명도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지 못했다. 유희관에게는 그 흐름을 끊어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목표는 플레이오프 통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목 포인트는 유희관의 패스트볼이다. 시속 130km를 겨우 넘는 스피드지만 그의 패스트볼은 그의 투구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무기다.

유희관이 우타자를 선 채 삼진을로 돌려세웠을 때 그래픽이다. 빨간색은 패스트볼을 뜻한다. 유희관은 우타자를 상대할 때 2스트라이크를 잡으면 과감하게 몸쪽을 찔러 삼진을 많이 잡았다.

좌타자를 상대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좌타자를 상대했을 땐 바깥쪽을 주로 공략하며 삼진을 노렸다. 역시 변화구는 거의 없었다. 패스트볼 승부가 많았다.

유희관의 패스트볼은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무브먼트가 좋다.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타자들에게 준다.

그의 패스트볼은 가장 좋을 때 54.40cm나 움직임을 보였다. 공이 그만큼 덜 떨어졌다는 뜻이다. 반대로 타자들로서는 많이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 시속 130km의 공으로 선 채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 

물론 그에게도 유인구는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싱커(체인지업)을 많이 썼다. 몸쪽에 대한 부담을 패스트볼로 줄 수 있기 때문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싱커로 헛스윙 또한 많이 유도해 낼 수 있었다.

반면 좌타자에겐 싱커를 거의 쓰지 못했다.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바깥쪽으로 슬라이더를 종종 섞었는데 그 위력은 싱커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탓이었는지 좌타자를 상대로 한 피안타율은 3할5푼7리로 우타자의 2할8푼3리를 크게 웃돌았다.

좌타자에겐 약하더라도 강세를 보인 우타자 봉쇄를 한다면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패스트볼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우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몸쪽 패스트볼이 통해야 한다.

문제는 유희관의 패스트볼이 이전만큼의 위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직 무브먼트는 50.29cm나 됐다. 하지만 올 시즌 8월에 트랙맨 데이터로 측정한 결과는 44.16cm로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덜 떨어오르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기존의 유희관을 상대해 본 우타자들이라면 공략이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다.

2180rpm이던 회전수도 2070으로 뚝 떨어졌다. 이 역시 살아오르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수치다. 201cm이던 익스텐션( 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가 188cm로 크게 뒤로 밀린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풀이된다.

분명 유희관의 패스트볼은 그 위력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패스트볼을 통해 활로를 뚫어야 한다.

유희관이 패스트볼을 앞세워 팀에 필요한 1승을 안겨 줄 수 있을까. 느림의 미학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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