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플레이오프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놓인 NC의 다음 선발 카드는 프로 3년째 오른손 투수 정수민이다. 올 시즌 1군에서 불과 15경기에 나섰고 이 가운데 14경기에 구원으로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선택이다. 제프 맨쉽이 불펜으로 옮겼고 구창모와 최금강마저 20일 구원으로 등판해 남은 카드가 정수민 밖에 없었다.

단기전으로 펼쳐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이같은 깜짝 선발 기용은 종종 있었다. 이번 시즌 NC처럼 남은 카드가 없어서 고육지책으로, 또는 상대의 예상을 깨기 위하거나 특정 팀에 좋은 기억을 살리는 히든 카드로 쓰곤 했다.

성공 : 2014 오주원 2015 양훈

넥센은 2014년부터 2년 연속 가을 야구에서 깜짝 카드로 재미를 봤다. 2014년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 넥센은 중간 투수였던 오주원을 선택했다. 그해 팀 내 국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승리를 올렸던 문성현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으며, 오주원이 LG를 상대로 19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1.83으로 강했던 점을 고려했다. 경기에서 오주원은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LG 타선을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신인왕 시절이었던 2004년 이후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 넥센은 헨리 소사를 내세워 4차전을 잡고 한국 시리즈에 올랐다.

염경엽 당시 넥센 감독의 '작두' 탄 기용은 이듬해 가을에 계속됐다. 2015년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1차전 선발투수로 그해 트레이드로 데려온 양훈을 예고했다. "앤디 밴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보다 양훈이 컨디션이 좋았다"는 이유에서다. 양훈은 5⅓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았다. 신임을 받고 4차전에서도 선발 등판해 6⅓이닝을 4실점(3자책점)으로 막았다. 비록 팀은 뒷문 불안으로 차례로 1차전에선 3-4, 4차전에선 9-11로 무릎을 꿇었지만 양훈의 가을은 인상적이었다.

실패 : 2009 배장호 2011 고효준

2009년 롯데 감독이었던 제리 로이스터는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불펜 핵심으로 떠오르던 잠수함 투수 배장호를 내세웠다. 배장호의 두둑한 배짱과 오른손 타자에게 강했던 점을 노렸다. 하지만 배장호는 그해 선발 경험이 한 경기 뿐. 첫 고비를 못 넘겼다. 3회 수비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자 급격히 흔들렸고 7실점(3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롯데는 연이어 4차전을 내주고 탈락했다.

2011년 파격적인 투수 운용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은 김성근 감독은 삼성과 1차전 선발투수로 고효준을 선택했다. 고효준은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도 던지지 않았던 비밀 병기였다. 김 감독 특유의 '벌떼 야구'에서 선발투수의 의미로 크지 않았으나 실제 SK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중간 투수를 많이 소모해 고효준이 많은 이닝을 던져야 했다. 그러나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다가 4회 2아웃을 잡고 난조를 겪어 3⅔이닝 2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영패해 SK는 0-2로 졌고 고효준은 패전 멍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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