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러셀 웨스트브룩(29, 190cm)이 달라진 걸까?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는 지난 20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 NBA(미국 프로 농구) 정규 시즌 홈 개막전에서 뉴욕 닉스에 105-84로 대승을 거뒀다.

웨스트브룩은 이날 21득점 10리바운드 16어시스트로 시즌 첫 경기부터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 전 폴 조지(28득점 6리바운드), 카멜로 앤서니(22득점)가 새롭게 합류하며 빅3를 형성했지만 이 중 단연 돋보였던 건 웨스트브룩이었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은 31.6득점(1위) 10.7리바운드(10위) 10.4어시스트(3위)로 1960-1961 시즌 오스카 로버트슨(30.8득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이후 NBA 역사상 2번째 시즌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당연히 MVP도 그의 몫이었다. 프로 데뷔 9시즌 만에 NBA 최고의 별로 우뚝 선 것이다.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한 후엔 팀을 홀로 이끌다시피 하며 오클라호마시티를 서부 컨퍼런스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은 뛰어난 개인기와 다재다능함을 갖췄음에도 종종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개인 기록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며 무리한 공격을 펼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탐욕왕’이었다.

듀란트와 함께 뛸 당시에도 웨스트브룩의 공격 욕심은 남달랐다. 듀란트에게 더 좋은 기회가 있음에도 본인이 공격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 이적이 웨스트브룩의 지나친 볼 소유욕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웨스트브룩은 개별선수의 코트 위 공격 점유율을 나타내는 USG% 수치가 지난 시즌 40.8%로 역대 단일 시즌 최고치를 기록했다. 팀 전체 야투 시도 대비 본인 야투 시도 점유율(37.6%)과 경기당 평균 볼 터치(99.5회), 볼 소유시간(8.9분) 모두 리그 1위였다. 물론 팀 전술 자체가 웨스트브룩의 1대1 공격 위주로 짜여 져 있었고 스티브 아담스, 안드레 로벌슨 등 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많은 팀 로스터 구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다.

문제는 이전 소속 팀에서 각자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조지와 앤서니의 합류 후 웨스트브룩의 모습이었다. 이전처럼 웨스트브룩이 공을 잡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조지와 앤서니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웨스트브룩이 빅3 결성 후 자신의 폭주 본능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이번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최대 화두였다.

 

아직 첫 경기이긴 하지만 뉴욕전에서 웨스트브룩에게 더 이상의 탐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쿼터 초반, 팀 공격이 풀리지 않자 연속해서 1선 수비를 찢고 본인이 직접 득점을 마무리하는 장면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철저히 동료들의 동선을 살폈다.

특히 이날 1쿼터 7개의 야투를 놓치며 슛감이 좋지 않았던 앤서니를 살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웨스트브룩은 짧은 돌파 후 외곽에 있는 앤서니에게 잇달아 패스하며 쉬운 슛 찬스를 제공했다. 덕분에 슛 컨디션을 되찾은 앤서니는 2, 3쿼터 오클라호마시티가 점수 차를 크게 벌리는데 앞장섰다.

경기 후 야투 시도 개수에서도 웨스트브룩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웨스트브룩은 이날 조지(8/23), 앤서니(8/20)보다 적은(7/12) 공격 기회를 가져갔다. 때문에 지난 시즌 평균 기록보다 득점은 줄었지만 경기 조율에 힘쓴 덕분에 어시스트는 크게 늘었다.

첫 경기부터 오클라호마시티의 빅3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한데는 웨스트브룩의 공헌이 컸다. 웨스트브룩이 남은 경기에도 이처럼 자신의 기록대신 팀을 살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클라호마시티의 우승 경쟁에도 가속화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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