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이호준 ⓒ 창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신원철 기자] NC 다이노스의 2017년 시즌이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끝났다. 올 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는 이호준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었을 경기다. 이호준은 4회 포수 김태군의 대타로 출전해 3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포함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10타수 3안타다. 그의 24년 여정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진짜 마지막이다. 

"그렇다. 은퇴 경기 할 때보다 더 표현하기 힘든 벅찬 마음이다. 울지는 않았는데 누가 건드리면 울 것 같은 기분이기는 하다."

- 마지막 타석에서 어떤 기분이었나.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잠실까지 갈 거라고 생각해서 그때는 몰랐다. 지금 돌아보니 아쉽다.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냈으면 어땠을까 하고 뒤늦게 후회했다."

- 선수들과는 어떤 대화를 했나.

"후배들 덕분에 5년 동안 행복하게 했다. 고맙다는 메시지 전했다. 공부하고 와서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했다."

"지도자 공부를 하려고 한다. 밖에서 보는 한국 야구는 어떤지 궁금하고, 다른 나라 야구도 배우고 싶었다. 구단에 뜻을 전하기는 했다. 연수를 가서 공부를 하고 오겠다고 했고, 어느 나라 어떤 팀으로 갈지는 구단과 상의를 해야 한다."

-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저같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선수가 있을까 싶다. 아무 생각 없이 놀았던 시절도 있고, 결혼 후에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야구를 제대로 했다. 돈 벌겠다는 생각도 강했다. NC에서 뛴 5년은 여유를 찾았고, 행복하게 야구했다. 제가 해보고 싶었던 야구, 치고 싶던 폼 다 해봤다. 

- NC에서 우승하고 떠나고 싶다고 했는데 못 이뤘다.

"그것도 욕심인 것 같다. 그래도 신생 팀이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많은 보람을 느꼈고 배운 점도 많다.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팀에 좋은 자원이 많기 때문에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 바라는 지도자상이 있다면.

"제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 선수 때 느낀 건데 지도자가 되면서 변하는 선배들을 봤다. 이해가 잘 안됐고,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 변하는 게 많더라. 아직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제가 가진 제 생각대로, 선수 때 그대로 해보고 싶다. 처음에 지도자 생각이 없던 이유 중에 하나도 그런 전례들이다. 제 방식으로 해보고 싶어서 지도자를 택했다."

- 연수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 

"한국에서 일할 거라면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긴 시간을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1년 정도 배운 뒤 한국에 돌아오려고 한다."

- 김경문 감독에게 배운 게 있다면.

"처음 만났을 때 '마지막도 멋있게 떠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250홈런으로 은퇴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여기까지(337개) 왔다. 또 제가 나이가 많지만 혼나야 할 때는 혼내셨다. 그런 점들 덕분에 5년 동안 많이 배우고, 멋지게 떠날 수 있었다. 야구 인생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 주셔서 감사하다." 

- NC에 후계자감이 있다면.

"모창민을 제일 좋아한다. 저를 10년 동안 수발했는데 싫은 소리한 적 없다. 올해 또 좋은 성적을 냈고, 내년 FA 때 '대대박'을 터트렸으면 좋겠다. 27번은 장현식이 달기로 했다. 경쟁자가 몇 있었는데 그 말 없는 친구가 조용히 와서 번호 달라고 하기에 알겠다고 했다. 원래 28번 달았는데 그건 박준영이 쓴다. 아웃카운트 27개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저는 야구 처음할 때 27번을 달고 했다. 김봉연 선배처럼 잘하고 싶어서 그랬다. SK에 트레이드되고 17번을 달았다. 투수 오승준이라는 후배가 있었는데 당시 같이 뛰던 이진영에게는 주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저에게 넘겨줬다." 

- NC라는 팀의 매력이 있다면.

"김경문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어두신 상태였다. 저는 한 게 없다. 1년 만에 팀이 구성이 돼 있었다. 감독님이 강조하는 예절이 잘 잡혀 있었다. 나이가 어려도 잘하는 선수는 우쭐하는 경우가 있는데 NC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잘하는 선수만 데리고 하는 야구가 아니라, 모두가 하는 야구라는 점에 놀랐다. 지금도 잘 이어지고 있다. 손시헌과 이종욱이 잡아주니까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게 NC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이호준은 "아쉬운 게 하나 있다. 광주에서 시작했으니 광주에서 끝내고 싶었다. 이건 신의 계시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광주까지 간다고 생각했는데 못 갔다. 정말 멋진 마무리가 될 수도 있었다"며 웃었다. 

1994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이호준은 해태에서 프로 야구 선수로 데뷔했다. 투수로 입단해 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것은 결과적으로 그를 20년 넘게 프로 야구 선수로 살아남게 한 '신의 한 수'였다. 2000년에는 SK로 이적했고, 여기서 2012년까지 13년을 뛰었다.

2012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뒤에는 9번째 구단으로 1군 합류를 앞둔 NC에 입단했다. 곧바로 주장을 맡아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2년 만에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으나 신청하지 않고 1년 7억 5,000만 원에 계약했다. 올해 구단 시무식에서는 시즌 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올해 정규 시즌까지 통산 2,053경기(6위) 1,880안타(12위) 337홈런(4위) 3,271루타(4위) 1,265타점(3위)로 화려한 누적 기록을 남기고 '선수 이호준'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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