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번째 슈퍼매치가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형애 기자] 이름 참 잘 지었다. '슈퍼 매치'. 이름 따라 83번째 경기도 대단했다.

서울과 수원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5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극적인 승부였다. 득점 없이 전반을 마친 두 팀. 후반 들어 불타올랐다. 수원이 선제골을 넣은 뒤 서울이 내리 2골을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고, 수원이 다시 종료 직전에 PK로 동점을 만들고 경기를 끝냈다.

장외 설전으로도 재미를 더했던 83번째 슈퍼 매치. '팩트와 전쟁'을 정리하고 가지 않을 수 없다.

◆ 슈퍼 매치의 남자=윤일록…2017 시즌 MOM만 2번

4경기 2골 1도움, MOM 2번. 이쯤되면 올 시즌 슈퍼 매치에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서울 윤일록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란 힘들어 보인다. 윤일록은 수원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1라운드부터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이상호 골-윤일록 도움으로 기록돼 결과적으론 윤일록의 '도움왕' 경쟁에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윤일록의 슈팅 궤적을 굳이 바꾸지 않았더라도 골로 연결될 득점 장면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맞대결에선 윤일록이 결승 골을 넣었다. 1-1로 맞서고 있던 후반 21분 나온 슈팅은 깔끔했다. 35라운드에서도 윤일록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경기 내내 수원 측면 수비를 괴롭히더니 후반 역전 골을 뽑아냈다. 완벽한 타이밍에 돌아 들어가 원터치로 골망을 갈랐다. 슈퍼 매치 속 윤일록. 그에게 기복이란 없었다.

◆ 서울, 수원에 리그 10G 무패 '팩트'…수원, 서울에 무승 시즌

무심코 던진 '팩트' 발언이 83번째 슈퍼매치를 달궜다. "3년간 우리를 한번도 못 이겼고, 내가 서울을 맡고 3승 1무를 하고 있는 게 팩트다." 황선홍 감독의 말은 내년까지도 이제 유효하다. 서울은 수원전 무패 행진을 10경기로 늘렸다. 무려 5승 5무, 압도적 우세다. 역대 상대 전적도 거의 비등비등해졌다. 31승 20무 32패. 딱 1경기 승리가 모자란 서울이다.

시즌 막판, 중요한 경기였지만 수원은 서울을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열세가 굳어지긴 했으나 수원은 늘 시즌마다 꼭 서울전 승리를 맛보긴 했다. 공식적으로는 무승부 기록되는 컵 대회 승부차기 승리도 인심 좋게 이긴 걸로 치면 그렇다. 수원이 리그, 리그컵, FA컵을 통틀어 서울에 한 번도 못 이긴 시즌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이다. 무려 12년 전.

▲ 김은선 ⓒ한국프로축구연맹

◆ 수원의 인정…"서울에 우리가 뒤처졌다. 하지만 내년엔!"

막판 동점 골로 마치 이긴 것처럼 승점 1점을 안긴 했지만, 수원에도 무승부는 뼈아픈 결과였다. 서정원 감독은 "수비가 아쉽다. 앞으로 수비 안정화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사실상 후반 어려웠던 걸 인정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황선홍 감독님께 선물(5골)을 드리고 싶다"던 김은선 역시 수포로 돌아간 도전 뒤 경기 내용적으로 밀린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지고 있다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해서 무승부 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슈퍼 매치를 간절하게 준비했는데 그게 지나쳤던 것 같다. 과해서 실수도 많았다. 냉정하게 경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면에서 서울에 뒤졌던 것 같다. 내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앞서는, 승리하는 경기를 하겠다. 이기고 싶다. 이길 것이다."

◆ 명승부, '좋은' 변화 만들지 못한 교체 카드들

팽팽한 전반이었다. 서울 역습이 보다 날카로웠지만 좀처럼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던 83번째 슈퍼 매치였다. 후반 45분에 달린 경기. 두 팀은 교체 카드 3장으로 좋은 변화를 이끌어야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수원은 신화용의 부상으로 예기치 않은 교체 카드 1장을 소진했다. 조나탄의 부상 기간 경기력이 올라온 박기동은 후반 26분에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지막 교체 카드는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 나왔다. 정규 시간 2분을 남기고서 들어온 산토스에겐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다.

서울은 후반 34분부터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한길이 윤승원을 대신해 투입됐고, 임민혁이 고요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어 후반 추가 시간 마지막 카드가 나왔다. 데얀 아웃, 박희성 인이다. 막판 지켜야 할 시간. '모험'과 같은 공격적인 카드였다. 다 됐던 계획은 막판 틀어졌다. 임민혁이 PK를 내주면서 승점 2점이 날아갔다. 황선홍 감독은 "결과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후반에 주도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나섰다. 결과적으로 실점을 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임민혁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 2만 7천여 관중이 상암벌을 찾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관중 27,257명…슈퍼 매치, 2017 시즌 1·2위 싹쓸이

역시 2017 K리그 최대 흥행은 슈퍼 매치가 이끌었다. 35라운드 시즌 4번째 슈퍼 매치에는 27,257명이 찾아 더비전을 즐겼다. 올 시즌 최다 관중 2위 기록이다. 1위 역시 슈퍼 매치. 개막전이기도 했던 시즌 첫 번째 슈퍼 매치에서 34,376명이 상암벌을 찾았다. 이후 두 번째 맞대결에서 20,140명으로 줄며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세 번째 슈퍼매치에선 다시 26,581명으로 관중이 늘었다.

물론 한때 5만 명에 육박했던 관중을 생각하면 앞자리 숫자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2만 7천여 팬들의 뜨거운 응원 함성은 K리그, 더 나아가서는 한국 축구의 생존을 알리는 것이었다.

◆ 사실상 어려워진 우승…'ACL을 위하여' 울산을 지켜보는 수원과 서울

승점 1점을 나눠 가진 수원과 서울은 여전히 승점 2점차 4위와 5위다. 수원이 15승 12무 8패 승점 57점이고, 서울이 14승 13무 8패 승점 55점이다. 우승은 사실상 어렵다. 서울은 불가능. 수원 역시 그에 가깝다. 1경기를 덜 치른 전북(66점)과 승점 차이가 이미 9점이다.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이다. ACL 티켓은 FA컵을 제외하고 리그 3위까지에만 주어진다. 이젠 타 팀 경기 결과도 중요해졌다. 수원은 FA컵이라는 또 다른 길이 있긴 긴 하나, 3위도 가시권에 있는 만큼 울산(59점)의 리그 경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역시 마찬가지. 서울에 좋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울산이 리그 3위를 유지하면서 FA컵 우승을 하고, 4위엔 서울이 오르는 것이다. 남은 리그 3경기와 FA컵 2경기. 아직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 수원 잔여 경기 일정 : 25일 vs 부산(FA컵, A) / 29일 vs 강원(H) / 11월 5일 제주(A) / 19일 전북(A)

* 서울 잔여 경기 일정 : 28일 vs 울산(H) / 11월 4일 vs 강원(A) / 19일 vs 제주(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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