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청주,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50m 권총이 폐지된 이후) 공기권총 종목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이미 결정이 났으니 번복하기는 힘들죠. 선수들이 운동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이 큽니다."

'사격 황제' 진종오(38, KT)가 엷은 미소를 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올림픽에서 세 번이나 금메달을 딴 종목이 없어졌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주 종목 대신 공기권총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진종오는 건재했다. 그는 21일 오전 청주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시리즈에서는 결선 진출자 8명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그러나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백전노장'의 저력은 살아났다.

▲ 2017년 전국체전 권총 50m에서 우승한 진종오 ⓒ 연합뉴스 제공

마지막 시리즈에서 진종오는 고은석(한국체대, 전남)과 접전을 펼쳤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의 저력은 경기 막판 빛을 발휘했다. 진종오는 막판 뒷심에서 고은석을 압도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를 마친 진종오는 "이번에 메달을 못 따는 줄 알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몸이 안 풀린 상태에서 경기했다. 또한 날씨가 추우면 개인적으로 좋지 않다"며 "탈락한다는 마음을 먹은 뒤 오히려 긴장이 풀리면서 페이스를 찾았다"고 밝혔다.

상당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국제 대회보다 국내 대회 부담감을 크게 느낀다. 이 부분에 대해 진종오는 "체전과 국내 대회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린다. 그러나 체전과 국내 대회는 평가받는 무대다"고 설명했다.

진종오는 한국 사격 사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선수다. 그는 사격 사상 최초로 50m 권총에서 올림픽 3연패(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를 달성했다. 미세한 실수로 인해 승부가 결정되는 사격에서 올림픽 3회 우승은 매우 값지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 3개를 딴 종목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5월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사격 종목에서 50m 권총을 제외했다. 소총 복사와 더블트랩도 사라졌다.

이런 소식에 가장 아쉬움을 느낀 이는 진종오였다. 진종오는 2014년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으로 선정됐다. 그는 "선수위원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결정은 번복될 수 없더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 종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제 스포츠는 선수들의 기량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종목 유지를 위한 외교력도 중요하다. 진종오는 "선수들이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많이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스포츠 선수들은 은퇴 이후 스포츠 행정가로 나선다. 선수 생활을 하며 국제 사회 외교력과 행정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경남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진종오는 "사격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은퇴한 뒤 국제교류와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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