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한준 기자, 영상 정원일 기자] 공격수 이승우(19, 엘라스베로나)를 설명할 때 첫 손에 꼽히는 특징은 저돌적인 돌파다. 팬들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중앙 공간을 거침없이 치고 들어가는 질주에 환호해왔다. 하지만, 키에보베로나와 2017-18 이탈리아 세리에A 9라운드 경기에 교체로 들어간 이승우는 공을 운반하는 과정에 다른 장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승은 엘라스베로나가 2-3으로 뒤진 후반 32분 교체 투입 지시를 받았다. 선제골을 넣은 윙어 다니엘레 베르데가 지친 모습을 보였다. 전반 40분 브루노 수쿨리니가 퇴장 당하며 10명으로 경기를 한 베로나는 후반 10분 잠파올로 파치니가 페널티킥으로 득점해 2-2로 동점을 만들었더. 전반전에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뒤집혀 꺾였던 기세를 되찾았다.

후반 28분 세르주 펠리시에르에게 실점한 베로나는 더비전 패배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수적 열세에도 공격 카드를 투입했다. 마지막 선택을 받은 선수가 이승우였다. 

◆ 오늘의 장면: 후반 44분, 켄의 슈팅으로 연결된 이승우의 로빙 패스

이승우는 베르데가 뛴 왼쪽 측면에서 뛰었다. 수쿨리니의 퇴장으로 중원의 한 자리가 부족한 베로나는 수비 상황에서 모이스 켄이 원톱, 이승우와 호물루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서는 4-4-1 대형을 이뤘다. 공격 상황에서는 이승우와 호물루가 켄 옆으로 이동해 스리톱을 형성하고, 마르첼 뷔헬과 다니엘 베사가 뒤를 지원했다. 좌우 풀백 모하메드 카세레스도 적극 전진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두 풀백과 두 중앙 미드필더는 공수 전환 상황에서 너무 많은 범위를 커버하다 지쳤다. 수비형 미드필더 수쿨리니의 퇴장 공백은 후반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면서 체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줬다. 이 경기는 수중전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이승우는 왼쪽 측면과 중앙 2선, 전방 우측까지 이동하며 폭 넓게 움직였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인 만큼 적극적으로 공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들고 관여했다.

이승우가 직접 공을 쥐고 드리블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키에보도 경기 막판 수비 상황에는 빠르게 라인을 내렸다. 이승우가 몇 차례 번뜩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좋은 패스를 뿌렸기 때문이다.

후반 29분, 이승우는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뒤쪽으로 빠져나오며 우측 전방으로 침투한 호물루에게 전환 패스를 보냈다. 호물루가 재차 문전으로 크로스하자 빠르게 달려 들어 헤더를 시도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후반 44분 켄의 슈팅으로 귀결된 장면이 일품이었다. 이승우는 중원 지역에서 전방으로 진입한 호물루를 향해 절묘한 로빙 스루패스를 보냈다. 호물루가 가슴으로 트래핑하고, 켄이 슈팅으로 마무리했으나 골문을 외면했다. 

이승우는 이 두 장면 외에 공을 쥐거나 공격을 전개하기 어려웠다. 스리톱을 지원해야 하는 두 미드필더가 지쳐 키에보의 역습에 휘둘렸다. 후반 39분에는 마르틴 카세레스가 중앙 지역에서 경합하다 근육 부상을 당해 뛸 수 없었다. 이미 세 장의 교체 카드를 쓴 베로나는 9명으로 경기를 해야 했다.

이승우는 추가 시간을 포함해 15분 가량 뛰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보여주기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 수적 열세에 동료들도 지쳐 있었다. 시즌 두 번째 출전 기회가 주어졌으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장면을 두 차례 만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승우는 제한된 상황에도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꺼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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