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이승우(19, 엘라스베로나)의 소속팀 내 현실적 입지는 여섯 번째 공격수다. 주장 잠파올로 파치니, 10번 알레시오 체르치는 부상이 없다면 주전이다. 유벤투스에서 임대한 모아세 켄, AS로마에서 임대한 다니엘레 베르데도 이승우와 내부 경쟁에서 앞서 있다. 여기에 측면 공격수로 올려 쓸 수 있는 마티아 발로티, 측면 공격수가 본래 포지션인 모하메드 파레스의 존재까지 감안하면 이승우에게 돌아올 수 있는 기회는 세 번째 교체 선수 정도다. 

이승우는 쉽지 않은 경쟁 속에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지난 9월 24일 라치오를 상대로 치렀던 세리에A 데뷔전 당시 후반 26분 투입과 함께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며 활기를 불어 넣었다. 0-3으로 뒤져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했다. 홈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다시 기회가 오기까지 한 달 여 시간이 걸렸다.

베로나는 이승우가 뛰지 않은 토리노와 경기에서 2-2로 비겼고, 베네벤토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첫 승을 거뒀다. 이 과정에 경쟁자인 켄과 파치니, 체르치, 베르데 등이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파치니와 체르치는 이승우와 비교할 때 경험의 차이가 크다. 이들과 경쟁에서 이기긴 어렵다.

발로티는 전방에 배치됐을 때 수비력이 좋고, 파레스는 활동력과 체력, 스피드를 두루 갖춰 전방 수비가 가능하고 풀백 위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자원이다. 켄은 이승우보다 어리지만 체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원톱과 윙어로 모두 뛸 수 있는 당당한 체구(182cm)와 힘을 갖췄다. 단신의 윙어 베르데가 이승우의 직접적 경쟁자라 할 수 있는데, 몸싸움에서 이승우보다 앞서 있다.

적극성이나 공격 창조성에서 이승우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라치오전과 마찬가지로 후반 32분경 투입 기회를 얻은 키에보와 경기에서 이승우는 왼쪽 윙어로 나섰으나 중앙 지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의 능력을 뽐냈다. 공 관리에 자신이 있었고, 빠르게 공을 주고 받으며 티키타카 플레이를 했다. 스루 패스, 로빙 패스가 예리했고, 패스 이후 침투 타이밍이 좋았다.

이승우는 2-3으로 뒤진 상황에 투입됐다. 0-3으로 뒤져 있던 라치오전보다 나았지만, 브루노 수쿨리니의 퇴장으로 10명이 뛰고 있었다. 미드필더가 지쳐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수 마르틴 카세레스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해 9명으로 뛰어야 했다. 이승우는 수비에 적극 나서야 했고, 공격 전개 때에는 중원이 비어 고립되는 상황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에도 후반 44분 배후로 빠져 나와 호물루에게 연결한 패스는 일품이었다. 모이세 켄의슈팅이 정확했다면 득점을 끌어낸 기점 패스가 될 수 있었다. 이승우에겐 분명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창조성이 있다. 문제는 베로나의 팀 사정상 이승우가 뛸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승우는 후반 교체 카드로 경기에 나선다. 베로나는 대부분 수세적인 경기를 한다. 베로나 선수들은 이승우가 들어올 때 이미 많은 체력을 소진한 상황. 경기도 열세인 상황이다. 이승우는 열심히 뛰지만 보조를 맞추는 동료가 없어 풀어내기 힘들다.



◆ 이승우 딜레마, 선발로 나와야 재능 발휘…피지컬-전방 수비 숙제로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이승우가 선발 선수로 나서기도 어렵다. 이승우 투입 시점에 베로나 선수들이 기진맥진한 이유는 상대 공세를 버텨내는 과정의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후반 중반에 투입되고도 몸과 몸이 경합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확실히 저지하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달라 붙지만, 완력에서 이기기는 아직 버겁다. 

잔류가 목표인 승격팀 베로나는 전방 수비가 중요한 팀이다. 앞에서 많이 뛰면서 상대 공격과 부딪혀야 한다. 그러면서 역습에 나서고, 또 다시 빠르게 수비로 돌아와야 한다. 이 플레이를 수행하기에 이승우의 피지컬은 부족하다. 선발 출전할 경우 체력적으로 쌩쌩한 상대 팀 수비를 공략해야 하고, 더불어 더 많이 뛰면서 수비도 해야 한다.

이승우가 전방에서 수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팀 전체가 어려워진다. 후반 중반 이후 조커가 필요한 시점에 이승우의 체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승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타이밍에 쓰기도 어렵다.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승우가 골을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출전 시간이 필요하다. 선발 출전 기회를 받는다면 리듬을 살리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베로나 입장에서 이승우의 선발 출전은 모험수일 수 있다. 좀 더 팀의 전술적 플레이에 적응하고, 무엇보다 신체적으로 선발 출전 경기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승우는 세리에A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선발 출전 경기에서 자신의 기술을 뽐낼 만한 피지컬 능력, 조직 플레이, 수비력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잔류가 목표인 베로나는 모든 경기가 어렵고, 열세다. 이승우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할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실전 경기를 통한 감각 상향이라는 것이다. 이승우에게도 딜레마가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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