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오재일, 최주환, 박세혁(왼쪽부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가을 야구가 시작되면 늘 등장하는 단어가 '미친 선수'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시리즈 운명을 좌우하는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다. 

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미친 선수'가 속출했다. 최주환과 민병헌은 각각 2차전과 3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트리며 한국시리즈행의 발판을 마련했고, 오재일은 4차전에서 4홈런 9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쐐기를 박았다. 어지간한 타격감으로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게 두산 타선의 현실이다. 플레이오프 팀 타율 0.355 OPS 1.107 12홈런 49타점(50득점)을 기록하며 NC 마운드를 자비 없이 두들겼다.

'미친 선수'는 그냥 나오지 않았다. 기회는 준비된 선수에게 찾아온다. 플레이오프 MVP 오재일이 그랬다. 오재일은 4경기 15타수 9안타(0.600) 5홈런 5볼넷 12타점을 기록하며 가을 공포증을 떨쳤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34경기 65타수 7안타(타율 0.108) 1홈런 7타점에 그친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강석천 두산 타격 코치는 노력의 결과라며 박수를 보냈다. 강 코치는 "오재일이 쉬는 날에도 혼자 나와서 연습하고, 포스트시즌 준비하면서 합숙을 시작했는데, 보니까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을 때 실내에서 방망이를 치고 있더라. 오늘(21일 4차전)도 뭔가 '욕심 좀 부리겠구나, 해결 좀 해주겠구나'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 4연타석 홈런은 경이적인 거 아닌가. 한국시리즈까지 컨디션 계속 유지하면서 올라가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주환은 18일 2차전에서 시리즈 1패 뒤 3연승의 발판이 된 결승 그랜드슬램을 터트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1차전을 5-13으로 내준 두산은 2차전 17-7, 3차전 14-3, 4차전 14-5로 연달아 이기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최주환의 만루포가 도화선이 된 셈이다. 최주환은 4차전까지 선발 지명타자 자리를 보장 받으며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주환은 만루포를 터트린 뒤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편하게 생각했다. 대타로 나가도 클러치 상황, 분명한 상황에 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선발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늘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최주환의 활약에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는 플레이오프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에반스 활용 여부를 묻자 "오른손 대타가 필요하거나 필요한 상황에 쓰겠다"고 밝혔다. 강 코치는 "에반스가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아니다. (최)주환이가 만루 홈런도 치고 분위기 차원의 결정이었다. 만루 홈런 친 타자를 뺄 수 없지 않나. 에반스 컨디션도 좋다. 여차 하면 감독님께서 에반스를 쓰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수 박세혁은 숨은 MVP다. 안방마님 양의지가 3차전 시작과 함께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변수를 완벽하게 지웠다. 양의지는 검진 결과 허리 단순 염좌로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양의지의 몸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한국시리즈까지 박세혁이 부담을 나눠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첫 가을 야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수에서 안정감을 뽐냈다. 박세혁은 4경기 타율 0.444(9타수 4안타) 4사사구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방망이 감이 좋다. 포수인데도 대타로 쓰지 않았나. (박)세혁이는 어느 팀에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 경험이 빛을 발했다. 박세혁은 정규 시즌 양의지가 왼손 새끼손가락 골절로 이탈했을 때 한 달 넘게 홀로 두산 마운드를 이끌었다. 박세혁은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거 같다. 올해 많은 경기에 나갔던 게 도움이 됐고, 꾸준히 연습을 많이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고 했다. 이어 "정규 시즌부터 (양)의지 형 빈자리를 채우는 게 목표였다. 의지 형이 괜찮으실 거라 믿고 잘 버티고 있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두산은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22일 하루 휴식을 취했다. 23일 잠실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24일 광주로 이동한다. 그리고 25일 정규 시즌 1위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어떤 준비된 선수가 '미친' 활약을 펼치며 야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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