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충주,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바람이 정말 많이 부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비공인 신기록만 가능합니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2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종합운동장에 걸린 여러 깃발은 힘차게 펄럭였다. 이날 충주종합운동장은 트랙 결승 지점 방향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선수들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트랙을 질주했다. 뒤 바람이 2.0m/s를 넘으면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김국영의 한국신기록을 기원하는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좋지 않은 날씨를 염려했다.

이날 남자 100m가 펼쳐질 때 분 뒤 풍속은 3.4였다. 예선에서 김국영은 10초09로 골인했다. 지난 6월 열린 코리아 오픈에서 그는 한국 신기록은 10초07을 기록했다. 결승에서 김국영의 새로운 한국 신기록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문제는 바람이었다.

초반 스퍼트가 일품인 김국영은 힘차게 초반 레이스를 펼쳤다. 중반 이후 가속도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김국영은 이 대회에서도 9초대 진입에 실패했다.

▲ 김국영 ⓒ 충주종합운동장, 스포티비뉴스

175cm 단신 극복한 폭발적인 스퍼트

김국영의 키는 단거리 선수로는 작은 175cm다. 보폭이 중요한 단거리는 키가 큰 선수가 유리하다. '단거리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 우사인 볼트(31, 자메이카)는 195cm의 장신이다. 그는 최적화된 신체 조건을 살려 단거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국영은 애초 자신의 신체 조건에 적합한 주법을 선택했다. 큰 보폭이 없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빠른 발놀림에 집중했다. 그러나 국제 대회를 경험한 뒤 주법을 바꿨다. 세계적인 선수들처럼 힘을 최대한 살리는 주법으로 방향을 바꿨다.

또한 김국영의 장점은 초반 스타트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려면 후반 스퍼트도 필요했다. 김국영은 "초반 스타트가 빠른 편이지만 후반 질주도 고려하는 스퍼트도 생각하고 있다"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50m 이후 빨라졌다. 세계적으로 이런 추세인데 초반과 중후반을 잘 연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피드를 가속화할 수 있는 훈련과 지구력 훈련을 늘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흑인 선수들보다 신체적인 조건이 안 좋은 점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선수들보다 2~3배는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상 단거리는 그동안 북중미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오랜 단거리 강국인 미국과 자메이카 선수들 앞에서 아시아 선수들의 경쟁력은 약했다. 그러나 최근은 이런 오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일본은 남자 육상 단거리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9초대에 진입한 선수들이 등장했다.

▲ 김국영 ⓒ 충주종합운동장, 스포티비뉴스

일본, 중국 선수들과 경쟁해 좋은 기록을 세우는 선수가 목표

지난달 9일 일본의 기류 요시히데는 9초98로 결승 지점에 들어왔다. 이 기록은 일본 신기록이다. 25일에는 야마가타 료타가 10초00의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일본 역대 2위다.

일본 선수들의 선전은 김국영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 김국영은 "올해 개인적으로 기량과 정신력이 모두 좋아졌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선수들도 정말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9초대에 진입한 선수가 나왔다. 또 10초00을 기록한 선수도 많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단거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김국영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에서 김국영에 대적할 마땅한 경쟁자는 없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린 김국영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과 중국 선수들과 경쟁해서 좋은 기록을 세워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올겨울 김국영은 9초대 진입을 위해 강도 높은 훈련에 도전한다. 아직 미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곳으로 전지훈련을 갈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이 대회에서 김국영은 일본, 중국 선수들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 종목인 육상은 수영과 더불어 한국의 취약 종목이다. 특히 육상의 하이라이트인 남자 100m에서는 세계 무대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나 김국영의 선전으로 한국 단거리는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김국영은 "국내에서는 육상이 아직 비인기 종목이다. 그러나 제가 100m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 진출하며 어느 정도 관심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살려 9초대에 진입하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기록을 세워 육상 붐을 일으키고 싶다"도 각오를 다졌다.

주 종목인 100m를 마친 김국영은 23일 200m에 출전한다. 한국 남자 200m는 1985년 장재근이 기록한 한국 기록 20초41이 32년간 경신되지 않았다. 또한 400m와 400m 계주에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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