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이종현 기자, 영상 정원일] '손세이셔널' 손흥민(24, 토트넘 홋스퍼)이 리버풀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맹활약했다. 후반 23분 그가 교체돼 나갈 때 웸블리 홈팬들의 박수갈채와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토트넘은 23일 새벽(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경기에서 4-1로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이 전반 12분 팀의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투입했다. 시즌 내내 '투톱 손흥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쏠리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투톱으로 나서 매 경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이번엔 달랐다. 토트넘은 전방 압박이 좋은 리버풀을 상대로 라인을 내렸고, 역습에 치중했다. 미드필더를 거치기보다는 최전방에 곧바로 볼을 연결했다. '투톱' 손흥민을 향한 패스는 모두 직선적이었고, 스피드를 살린 패스였다.

전반 12분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손으로 길게 연결했다. 1차적으로 리버풀 수비수 데얀 로브렌의 판단 미스가 있었지만, 케인의 크로스 질과, 손흥민의 폭풍 질주가 빛났다. 역습을 하기 위해선 최소 2명의 선수가 합이 맞아야 한다. 스피드도 겸비하고 마무리를 간결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다. 손흥민은 이 모든 능력을 갖췄다. 스피드가 붙어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하기 쉽지 않았지만 침착하게 발을 갖다 댔다.

전반 15분 손흥민은 다시 영리하게 움직였다. 하프라인에서 킥이 좋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볼을 잡자, 리버풀 수비 뒤 공간으로 침투했다. 센터백 조엘 마티프와 로브렌 사이를 질주한 손흥민은 시몽 미뇰레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오른발로 강하게 찼다. 각도와 세기 모두 좋았지만 높이가 다소 높았다. 슈팅이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나왔다. 

2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손흥민이 투톱에 대한 '감'을 잡았다. 전반 28분에도 중원에서 델리 알리가 볼을 잡자 로브렌과 알베르토 모레노 사이를 헤집었고, 슈팅까지 만들었다. 미뇰레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오른쪽 구석을 노리며 찼지만 세기가 약했다. 쇄도와 결단력 모두 돋보였다. 

후반 초반 케인의 쐐기 골이 터지며 3골을 앞서가자 토트넘이 공격의 빈도를 낮췄다. 손흥민도 최전방에서 케인과 호흡하기보다는 중원에서 알리와 에릭센과 미드필드 수비를 도왔다. 내려선 상황이어서 기회를 잡기 쉽지 않지만 손흥민은 스피드를 살려 움직이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후반 15분 에릭센이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은 '평범한'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은 하프라인 이전부터 전력질주를 했고, 에릭센의 패스를 받았다. 리버풀의 살림꾼 조던 헨더슨의 부지런한 커버가 아니었다면 문전에서 케인과 함께 추가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의 활약상이 반갑다. 손흥민은 지난 주중에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후반 막판 교체로 뛰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알리가 징계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손흥민을 선택하지 않았다. 

케인의 투톱 파트너로 페르난도 요렌테를 기용했다. 토트넘은 레알 원정에서 '트윈 타워'로 승점 1점을 획득했지만, 전략적으로 배제된 손흥민의 입지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곧바로 아쉬움을 달랬다. 레알전에 이어 리그 선두권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리버풀전에서 선발로 출격했고, 케인과 투톱으로 맹활약하며 전술적 입지도 늘렸다. 손흥민은 이제 왼쪽 윙어뿐만 아니라 투톱 위치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 됐다.  

▲ 리버풀전 맹활약한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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