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유현태 기자, 영상 정원일] 여호첨익(如虎添翼).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이 하늘로 비상(飛上)하여 더 큰 일을 이룬다는 뜻이다. 최전방에 손흥민을 배치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 적중했다.
토트넘은 23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 리버풀을 4-1로 대파했다.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이번 시즌 홈에서 약하다는 지적도 날려버렸다.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를 포함한 8만 여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얻은 승리이자 기쁨은 더했다. 토트넘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나란히 승점 20점을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뒤진 3위를 달렸다.
"공격적으로 경기하고 앞으로 전진하면서 우리의 장점을 살린 것이 중요했다. 리버풀에게 공간을 주지 않은 것도 중요했는데 필리피 쿠치뉴,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가 배치된 전방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 포체티노 감독(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에도 4-3-3 전술을 사용한다. 특히 측면이 강점인데 이번 경기엔 필리피 쿠치뉴와 모하메드 살라가 날개로 나섰다. 포체티노 감독은 중앙 수비수 3명을 기용한 스리백을 바탕으로 윙백까지 수비에 가담시킬 경우 5명까지 배치되도록 했다. 수비적으로 안정감을 꾀하는 동시에 윙백인 키어런 트리피어, 세르쥬 오리에가 쿠치뉴와 살라를 1대1로 따라붙을 수 있게 했다. 다분히 수비적인 전술이었다.
수비적인 전술에도 4골이나 뽑을 수 있었던 것은 빠른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전방에 해리 케인과 함께 손흥민을 배치했다. 손흥민은 측면에 있을 때보다 더 직접적으로 골을 노릴 수 있는 위치로 움직였다. 폭발적인 주력으로 수비수들보다 한 발 앞서 공격에 가담했다.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케인에게 수비가 몰릴 때, 그리고 역습을 펼칠 때마다 손흥민은 수비 뒤를 노렸다. 리버풀이 압박을 주요 전술적 포인트로 삼고 있어 수비 라인을 높이다는 것도 호재였다.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장점은 공간으로 침투해 패스를 받아 마무리하는 데 특화된 선수다. 측면에 배치됐을 때보다 더 저돌적인 침투로 직접 득점을 노릴 수 있었다. 손흥민의 침투를 살리는 동료들의 패스 역시 날카로웠다.
[영상 00:04~01:10] 데얀 로브렌의 실수로 시작됐다. 케인이 공을 다투는 척하다가 절묘하게 흘렸다. 손흥민은 케인보다 아래쪽에 있었지만 폭발적으로 가속했다. 제임스 밀너를 앞질러 골문 앞까지 전진했다. 케인의 절묘한 오른발 크로스가 전달되면서 리그 1호 골이 터졌다.
[영상 01:11~01:41] 리버풀의 수비가 라인을 높이는 이유는 압박을 하기 위해서다. 애초에 압박으로 패스의 질을 떨어뜨리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칙을 저지른 뒤 순간 방심했다. 트리피어가 짧게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연결됐을 때 압박하는 리버풀 수비수는 없었다. 손흥민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중앙으로 침투했다.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에 이은 오른발 슛은 골대를 때렸다. 이것까지 들어갔다면 리버풀은 더 일찍 무너졌을 것이다.
[영상 01:42~02:14] 손흥민의 순간적인 침투가 빛나는 장면이다. 전형적인 역습 상황은 아니다. 다만 침투를 시작하는 타이밍이 매우 좋았다. 케인이 수비를 등진 채 공을 지키면서 시선을 끌었다. 공을 침착하게 지킨 뒤 델레 알리에게 패스했고, 손흥민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침투한다. 이미 가속을 시작한 손흥민의 스피드는 웬만한 중앙 수비수가 막을 수 없다. 역시 수비 라인을 낮추지 않는 리버풀의 약점을 찔렀다. 오른발 마무리도 간결했지만 약했다.
[영상 02:15~02:44] 공을 지킨 뒤 패스를 할 때까진 침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측면의 에릭센이 공을 잡는 순간 역습이 전개됐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공격에 가담한 선수도 손흥민이다. 조던 헨더슨을 따라잡아 우측면을 돌파했다. 첫 터치가 조금 더 길었다면 크로스 찬스를 낼 수도 있었다.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공간으로 침투하는 주력은 제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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