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청주,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지난 10년 간 한국 수영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박태환(28, 인천시청)이었다. 기초 종목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수영은 국제 경쟁력이 없는 종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박태환이 세계 정상에 서며 한국 수영의 위상은 달라졌다.

이와 비교해 여자 수영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한국 여자 수영 선수 가운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가장 먼저 따낸 이는 최윤희(50)다. '아시아의 인어'로 불린 최윤희는 주 종목인 배영에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최윤희 이후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조희연(34)이 접영 200m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12년 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정다래(26)는 평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다래 이후 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서영(23, 경북도청)과 안세현(22, SK텔레콤)의 성장은 가뭄 끝의 단비와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여자 수영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 받은 김서영은 어느새 한국 여자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 김서영 ⓒ 청주실내수영장, 스포티비뉴스

지난해 전국체전 MVP, 세계의 높은 벽에 도전하다

김서영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개인혼영 200m와 400m, 계영 800m에서 금메달 3개를 거머쥐었다. 그는 한국 기록 4개를 갈아치우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작년 전국체전에서 거둔 성적이 워낙 좋기에 올해는 부담이 따랐다. 김서영은 24일 충북 청주수영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수영 여자 일반부 개인혼영 200m 결선에서 대회 기록인 2분10초17로 우승했다.

그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자신이 세운 종전 대회 기록인 2분10초23을 경신했다. 이 종목 한국 기록은 김서영이 지난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2분9초86이다.

이날 오후에 열린 계영 400m에서는 경북선발팀 동료와 은메달을 합작했다. 김서영은 지난 22일 열린 계영 800m에서 우승했다. 개인혼영 400m를 남겨둔 현재 김서영은 금메달 2개 은메달 한 개를 목에 걸었다.

"(계영 400m 결과가) 아쉽기는 하지만 팀원들과 함께 은메달을 따서 기쁩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성적이 좋았기에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죠. 그래도 올해는 세계선수권대회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이번 체전에서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아 만족하고 있어요."

김서영의 주 종목은 개인혼영이다. 혼영은 접영-배영-평영-자유형 순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러인 시절 개인혼영 400m에서 좋은 성적을 낸 그는 200m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김서영은 2015년 개인혼영 200m에서 우승한 뒤 3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혼영의 4종목 가운데 배영이 가장 자신이 있어요. 평영이 약한데 앞으로 이 점을 보완해 내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 제98회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 계영 400m에 출전한 김서영(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경북 대표 선수들 ⓒ 청주실내수영장, 스포티비뉴스

정다래 이후 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서영은 개인혼영 200m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혼영 결승에 진출한 이는 김서영이 처음이다.

김서영은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6위에 올랐다. 안세현은 이 대회 접영 200m에서 4위에 올랐다.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여자 수영은 두 선수의 선전으로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최근 여자 수영은 저와 (안)세현이 말고도 다른 선수들의 기록도 좋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저와 세현이 말고도 다른 선수들에게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시면 여자 수영이 더 발전할 것 같습니다."

김서영은 안세현에 대해 "저보다 어리지만 본받을 점이 많다. 세현이를 보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승세를 탄 김서영은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보다 기록을 더 단축해 '아시아의 인어'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내년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목표입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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