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청주,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비범한 선수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박태환(28, 인천시청)이 등장하기 전 한국 수영은 불모지였다. 그러나 박태환의 등장 이후 한국 수영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박태환은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대회를 휩쓸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그는 전국체전에서 3년 연속 5관왕에 올랐다. 서른을 눈앞에 둔 그는 올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26일 열리는 남자 일반부 혼계영 400m에서 박태환이 우승할 경우 5관왕에 성공한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뒤 박태환의 하향세가 시작됐다. 힘겹게 출전한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전 종목 결선 진출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밑바닥으로 떨어진 박태환에게 부활의 신호탄이 된 무대는 전국체전이었다. 지난해 전국체전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박태환은 3분43초68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록(3분43초68)을 1.95초 앞당기며 부활을 예고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1분45초01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결승 2위 기록까지 세웠다.

지난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결선행(자유형 200m, 400m)에 성공했다. 현재 충북 청주시에서 진행 중인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만 28살의 나이에 5관왕은 물론 전국체전 MVP에 한 걸음 다가섰다.

박태환의 성공적인 재기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반면 여전히 박태환의 독주가 진행되는 경기는 한국 수영에 '적색경보'를 울렸다.

▲ 제98회 전국체전 4관왕에 오른 박태환 ⓒ 청주실내수영장, 스포티비뉴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박태환,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독주

박태환은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23으로 우승했다. 이 종목에서 박태환이 세운 최고 기록은 1분46초23이다.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는 3분50초89로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했다.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이 기록한 최고 기록은 3분41초53이다. 박태환은 2005년 전국 체전 이후 12년 만에 자유형 400m에서 3분40초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자유형 400m를 앞둔 박태환은 목에 담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목에 담이 걸리고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어서 끝까지 완주할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둔 박태환은 호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그러나 훈련량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여러모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섰기에 기록은 좋지 못했다.

이럼에도 박태환은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수많은 국제 대회를 치른 박태환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선두를 지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태환에 맞설 강력한 도전자가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

박태환의 전국체전 출전은 다른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열악한 선수층 속에서 박태환처럼 국제 경쟁력을 지닌 선수는 쉽게 등장하기 어렵다.

▲ 제98회 전국체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박태환(가운데)과 2위 장상진(왼쪽) 3위 권오국 ⓒ 청주실내수영장, 스포티비뉴스

16살 기대주 이호준의 등장, 여자 수영 성장도 고무적

일반부에서는 인상적인 선수가 드물었다. 그러나 고등부에서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이호준(영훈고)의 성장은 고무적이었다. 이호준은 2일 열린 남자 고등부 자유형 400m에서 3분51초76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 기록은 이번 대회 400m에서 기록한 박태환과 0.87초 차다. 이호준은 고등부를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이호준의 기록은 고등부와 일반부를 통틀어 박태환의 뒤를 이었다.

박태환은 "저보다 잘하는 것 같다. 제가 독주하는 경기나 독보적으로 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자유형 100m뿐만이 아니라 200m에서 1분 50초대에 들어가는 선수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침체기에 빠졌던 여자 수영에도 안세현(22, SK텔레콤)과 김서영(23, 경북도청)이 등장했다. 안세현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에서 4위를 차지했다. 김서영도 한국 선수로는 개인혼영 200m에서 처음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했다.

이번 체전에서 김서영은 금메달 2개 은메달 한 개를 땄다. 안세현도 22일 열린 여자 접영 200m에서 우승하며 국내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여전히 남자 일반부에서 박태환과 대적할 상대가 없다는 점은 한국 수영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박태환의 부활과 유망주 이호준의 성장, 여기에 여자 수영의 가능성은 한국 수영의 앞날에 희망을 비췄다.

박태환은 "2년만에 한국에서 후배들과 경기를 했다. 그 점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후배들과 함께 레이스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레이스를 펼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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