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제천,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손연재(23, 연세대)가 떠난 한국 리듬체조는 침체기다. 25일 충북 제천 어울림체육관에서 열린 제68회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 고등부·일반부에 출전한 선수는 총고등부 10명, 일반부 6명이었다. 애초 20명이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4명이 부상으로 기권했다.

여전히 한국 리듬체조의 저변은 열악하다. 그러나 손연재의 등장 이후 리듬체조를 지망하는 어린 선수들이 늘었다.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6)는 "어린 선수 가운데 재능이 뛰어난 후배들이 있다는 것은 들었다. 하루빨리 (손)연재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 제98회 전국체전 리듬체조 고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채운 ⓒ 제천어울림체육관, 스포티비뉴스

손연재가 매트를 떠난 상황에서 일인자로 등극한 이는 김채운(17, 세종고)이다. 그는 이날 열린 리듬체조 고등부 결선에서 후프(17.100) 볼(15.400) 곤봉(15.300) 리본(15.350) 점수를 합친 총점 63.150점을 받았다.

김채운은 총점 58.800점으로 2위에 오른 박은서(경기여고)를 큰 점수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채운은 2014년부터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그동안 중등부와 고등부에서 모두 은메달이 그쳤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체전 정상에 올랐다.

지난 3월 열린 리듬체조 국가 대표 1차 선발전에 출전한 김채운은 1위를 차지했다. 7월 대표 선발 최종전에서도 1위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올해 급성장했다. 김채운은 지난해 여름부터 '리듬체조의 메카'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훈련했다. 좋은 환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땀을 흘린 그는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했다.

4월 세르비아에서 열린 리탐컵에서는 개인종합에서 은메달을 땄다.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도 출전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풍부한 표현력이 장점, 국제 대회 경험이 적은 점이 흠

리듬체조는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 대회에 꾸준하게 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나이부터 세계 무대에 눈도장을 찍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김채운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얼굴을 알렸다. 첫 시니어 시즌이기에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은 멀다.

"국제 대회는 아직 제가 경험도 없고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그래도 즐기면서 하는 것 같습니다. 체전과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꼭 일등을 하려고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대회를 위해 경험을 쌓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래서 큰 부담감은 없습니다."

김채운은 선배 손연재처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서 훈련에 집중했다. 김채운은 "러시아 선생님은 턴을 자주 주문한다. 지금보다 다양한 수구 난도를 (프로그램에) 넣어야 하고 신체 동작도 더 정확하게 해야 한다"며 보완할 점을 설명했다.

올해 김채운은 국가 대표 선발전과 전국 체전에서 1위에 오르며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출전 선수들을 통틀어 유일하게 총점 60점을 넘었다. 고등부는 물론 일반부에서도 김채운의 경기력은 남달랐다.

▲ 김채운(왼쪽에서 세 번째)과 제98회 전국체전 리듬체조 수상자들 ⓒ 제천어울림체육관, 스포티비뉴스

차근차근 성장해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

한국 리듬체조의 저변을 생각할 때 당장 세계 상위권에 진입하는 선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손연재의 뒤를 이어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가 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시니어 무대에 갓 데뷔한 김채운의 우선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하지만 갑자기 확 잘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차근차근 노력해서 우선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김채운은 매일 메트에 7~8시간을 투자한다. 운동 외에 그의 최고 관심사는 페어퍼 커팅 아트다. 그는 "취미 생활은 페이터 커팅 아트다. 손으로 정교하게 종이를 자르는 건데 이걸 하면 걱정이 없어져 자주 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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