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창의적인 축구를 펼치는 과르디올라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가 전방압박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전술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번엔 '변칙 스리백'이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첼시전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 리그 SSC나폴리전에서 변칙 스리백을 가동했다.

맨시티는 전력이 비슷한 팀과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변칙 스리백을 가동했다. '점유율을 높이면 곧 공격 기회의 창출할 수 있고 상대의 공격을 원천 차단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철학 아래 전방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세밀한 빌드업으로 공격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 '포백' 4-1-4-1과 변칙 스리백의 빌드업

맨시티는 시즌 초반 뱅상 콩파니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지난 시즌처럼 4-1-4-1로 돌아왔다. 벵자맹 멘디까지 다치자 본래 미드필더인 파비앙 델프가 왼쪽 수비로 보직을 변경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포백 변화에 델프의 장점까지 살리는 변칙적인 스리백 운영을 들고 나왔다.

스리백을 가동할 땐 '오른쪽 수비' 카일 워커가 중앙으로 좁혀 스톤스, 오타멘디 옆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왼쪽 수비수 파비앙 델프가 중원으로 이동해 페르난지뉴와 나란히 선다. 4명의 수비수에 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빌드업을 하는 형태에서 3명의 수비수가 2명의 미드필더가 빌드업을 하는 형태로 변한다. 형태상 공을 돌리기에 더 유리하다. 

5명의 선수는 상황에 맞게 위치를 바꾼다. 예를 들어 왼쪽 풀백 델프는 측면으로 넓게 서기도, 중앙으로 좁혀서기도 한다. 델프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오타멘디가 왼쪽 측면을 커버한다. 때에 따라선 델프가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내려가기도 한다. 

▲ 과르디올라(왼쪽)와 더 브라위너. 더 브라위너의 첼시전에서 득점도 환상적이었지만, 오른쪽 측면을 따라 환상적인 공격 전개를 선보였다.

◆ 첼시전(PL 9라운드): 모라타-캉테의 압박 피하고, 첼시를 완전히 눌렀다

"포백이 스리백 형태로 변화해 안으로 들어왔다.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더 브라위너는 넓게 벌려 섰다. 전방으로 쉽게 공을 전달할 수 있었다." - 스튜어트 롭슨(전 아스널 선수, ESPN FC 해설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맨시티전 직전에 치렀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UCL 조별 리그 경기에서 은골로 캉테를 전방 배치해 재미를 봤다. 캉테는 많은 활동량을 살려 전방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강하게 압박했다. 맨시티전에서도 비슷한 3-5-1-1 형태로 경기에 나섰다. 맨시티를 전방에서부터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읽혔다.

첼시전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왼쪽 수비수 델프를 중앙에 가담시켰다. 델프의 이동으로 빌드업을 세밀하게 하면서, 캉테를 비롯해 알바로 모라타와 에당 아자르의 압박까지 모두 쉽게 피해갔다. 더구나 첼시의 공격수가 많지 않아 포백 모두 뒤에 머무는 것은 숫자적으로 손해였다.

좌우 측면 공격도 살리는 장점도 있었다. 맨시티가 5명이나 배치된 중앙에서 빌드업을 진행하자, 첼시도 중앙에 집중하게 됐다. 실바와 더 브라위너는 지속적으로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였다. 특히 더 브라위너 경기 내내 오른쪽 사이드 라인으로 움직였고 라힘 스털링과 연계 플레이로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었다. 뒤를 지키는 것은 빌드업을 담당했던 5명으로 충분했다.

"에데르손이 세이브를 펼친 것이 아니다. 맨시티가 경기를 장악했다. 5,6분 동안 공을 돌리고 난 뒤에 첼시가 공격을 할 수가 없다. 모두 수비 진영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누구를 찾을 수 있겠나." - 알레한드로 모레노(전 베네수엘라 국가 대표 선수, ESPN FC 해설가)

안정적인 빌드업은 수비에도 도움이 됐다. 맨시티가 완전히 첼시를 몰아넣고 공격을 펼치면서 공격 기회를 주지 않았다. 첼시의 역습 상황에도 최후방엔 최소 3명의 수비수가 있었다. 에덴 아자르는 번번이 고립됐다. 맨시티 수비수들은 환상적인 라인 컨트롤로 첼시 선수들을 90분 동안 8번이나 오프사이드에 빠뜨렸다. 여기에 모라타는 부상으로 이탈해 더 힘이 빠졌다.

▲ 나폴리전에서 맹활약한 스털링. 후방에서 워커가 아닌 더 브라위너의 공격 지원을 받았다.


◆ 나폴리전(UCL 조별리그 3차전): 전방 압박 해결…안정적 빌드업에서 시작된 2골

"왼쪽 수비수 파비앙 델프가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에게 도움을 줬다" - 대니 히긴보텀(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더 선'에 기고한 글에서)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펼치는 팀이다. 나폴리는 4-3-3 포메이션을 쓴다. 측면 공격수를 배치하는 형태다. 드리스 메르텐스, 로렌초 인시녜, 호세 카예혼 스리톱은 모두 기동력이 좋다. 전방 압박의 강도도 훨씬 강했다.

맨시티는 나폴리전에서도 변칙 스리백을 가동했다. 델프의 중앙 이동이 더욱 잦았다. 3명의 수비수와 2명의 미드필더(1명은 미드필더처럼 움직인 델프)가 간격을 좁혀서 패스를 돌렸다. 패스 속도가 빨라 전방 압박에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압박을 받을 땐 공간을 넓게 활용하지만, 맨시티는 오히려 선수끼리 간격을 좁히고 빠르게 공을 돌려 압박에서 벗어났다.

나폴리의 전방압박을 효과적으로 벗어나자 공격도 불을 뿜었다. 빌드업이 안정되면 패스 정확도가 올라간다. 패스가 정확해지면 불필요한 터치가 줄어 공격 템포도 높일 수 있다. 전반전 맨시티가 터뜨린 두 번의 득점 모두 후방에서 압박을 풀어낸 것부터 시작됐다.

델프의 중앙 이동은 첼시전처럼 측면 공격에도 도움이 됐다. 히긴보텀은 영국 매체 '더 선'에 기고한 글에서 "델프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나폴리의 측면에 배치된 선수들이 그를 따라 중앙으로 이동했고, 왼쪽 측면에 배치된 사네 쪽에 공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네는 개인 돌파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지속적인 드리블 돌파로 나폴리의 오른쪽에 부담을 줬다.

맨시티는 후반전에 고전했다. 마우리치오 사이 나폴리 감독이 후반전에 대응책을 내놓았다. "경기 초반 전방 압박이 좋지 않았다. 팀이 아니라 개인으로 압박했다"며 전반전의 전방 압박 실패 이유를 진단했다. 나폴리는 후반 들어 압박의 위치를 높였고, 공을 중심으로 연속적인 압박을 가했다. 나폴리의 거센 압박에 왼쪽 측면의 델프가 중앙으로 이동할 시간적 여유조차 얻지 못했다. 포백 형태를 유지한 채 1명의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후방에서 공을 돌리기 시작했고 주도권을 놓치기 시작했다. 맨시티의 전방 압박 공략법이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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