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젊음과 패기가 관록을 이겼다.

UFC 웰터급에 떠오르는 신성 웰터급 랭킹 7위 콜비 코빙턴(29, 미국)이 랭킹 3위 베테랑 데미안 마이아(39, 브라질)를 잡았다.

코빙턴은 29일(한국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헤랄도 호세 데 알메이다 체육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19 코메인이벤트 마이아와 웰터급 대결에서 3라운드 종료 3-0(30-26, 30-27, 29-27)판정으로 이겼다. 타격의 승리였다.

전문가들은 그래플러들끼리 만났을 때 타격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1라운드에서 마이아가 날카로운 타격으로 코빙턴을 압박했다. 코빙턴의 오른쪽 눈 위가 찢어졌다. 원래 마이아의 타격은 테이트다운을 하기 위한 '작업' 성격이 짙은데 이 경기에선 전법이었다.

그런데 1라운드에서 공격하다가 힘을 너무 많이 뺐다. 2라운드에서 전세가 바뀌었다. 불혹을 바라보는 마이아는 지친 반면 10살 어린 코빙턴은 쌩쌩했다. 또 회복력이 빨랐다. 펄펄한 코빙턴과 힘 싸움이 되지 않았다. 코빙턴이 마이아의 얼굴에 정타를 쌓아갔다.

타격에서 밀린 마이아는 작전을 바꿔 테이크다운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다. 주 특기인 원 레그 테이크다운을 노렸다. 하지만 코빙턴 역시 엘리트 레슬러 출신. 방어가 돼 있었다.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 마이아가 옥타곤 바닥에 누워 그라운드 싸움을 유도했을 때도 말려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이아는 비틀대고 코빙턴은 웃었다. 3라운드에선 마이아가 코빙턴의 아래에 깔렸다. 항상 상대 위에 있던 마이아가 아래에 깔려 바둥댔다. 파운딩을 맞아 얼굴은 피범벅이 됐다.

코빙턴은 웰터급에 떠오르는 신성. 아메리칸 탑팀 소속으로 2011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레슬링 디비전 1에서 5위까지 한 엘리트 레슬러 출신이다. 종합격투기 프로 무대에서 13번 싸워 12승을 쌓았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대회에서 '스턴 건' 김동현을 꺾고 웰터급 랭킹에 진입했다. 마이아까지 잡아 파죽지세로 5연승 가도를 달렸다. 통산 14승 1패가 됐다.

지난 7월 타이론 우들리와 타이틀전에서 진 마이아는 코빙턴에게 잡혀 2연패에 빠졌다. 2014년 이후 첫 연패. 마이클 비스핑과 UFC 최다승(20승)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통산 전적은 25승 9패가 됐다.

[미들급] 료토 마치다, 복귀전 패배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료토 마치다(39, 브라질)가 2년 4개월 만에 옥타곤 복귀전에서 1라운드를 넘기지 못했다. 2년 넘는 공백에 경기 감각이 무뎌져 있었고 상대인 데릭 브런슨(33, 미국)의 폭발력이 엄청났다.

마치다는 경기 감각을 찾으려는 듯 1라운드에 공격을 아끼고 탐색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브런슨은 경기를 오래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5연승했을 때 1라운드 (T)KO 승리가 4회다. 시작부터 저돌적으로 마치다에게 달려들더니 왼손 훅을 마치다의 얼굴에 맞혔다. 마치다가 휘청이자 지체하지 않고 달려들어 파운딩으로 경기를 끝냈다.

상대 공격을 카운터 스트레이트로 받아치기가 장기인 마치다는 브런슨이 공격할 때 손을 뻗었지만 세월이 야속한 듯 주먹이 빗나갔다.

마치다는 지난해 4월 불시 약물검사를 받을 때 작성해야 하는 도핑 검사서에 금지 약물 성분 7-케토-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7-keto-DHEA)이 들어 있는 보충제를 사용했다고 밝혀 1년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마치다는 루크 락홀드, 요엘 로메로에 이어 3연패에 빠졌다. 22승 8패. 은퇴를 고민하게 됐다.

미들급 타이틀 콘텐더를 향해 가고 있는 브런슨은 2연패 뒤 2연승을 만들었다. 통산 전적을 18승 6패로 쌓았다.

[밴텀급] 미끼를 문 것이여

1라운드 막판 롭 폰트(30, 미국)가 고개를 숙여 태클을 건 순간 페드로 무뇨즈(31, 브라질)의 눈이 번뜩였다.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상위 포지션을 차지한 뒤 한 팔로 폰트의 목을 감아 탭을 받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이었다.

사실 무뇨즈는 길로틴 초크의 장인이다. 15승 가운데 9번 서브미션으로 이겼는데, 이 가운데 6회가 길로틴 초크로 만든 승리다. 3연승하고 있는 동안 러셀 돈과 저스틴 스코긴스를 길로틴 초크로 잡았다.

무뇨즈는 타격가인 폰트를 맞아 타격으로 맞섰다. 테이크다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 날렵한 움직임으로 왼손 훅을 적중하자 폰트가 테이크다운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이 기회를 기다린 듯 고민하지 않고 길로틴 초크로 경기를 끝냈다.

무뇨즈는 4연승으로 랭킹 상승을 바라보게 됐다. 통산 16승 2패. 폰트는 2연승이 끊겼다. 14승 3패가 됐다.

[라이트급] 브라질에서 주춤한 명승부 제조기

짐 밀러(34, 미국)는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돌진하는 파이터다. 타격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싸움에도 능숙하다. 피니시 승리가 9회로 UFC 라이트급 공동 2위. 보너스만 9번(명승부 6회, 서브미션 3회)받았다. 명승부 제조기, 보너스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붙어 있다.

단 9년 만에 원정이란는 변수가 있었다. 줄곧 미국에서 싸워 왔던 그는 2008년 영국에서 치렀던 UFC 데뷔전 이후 9년 만에 브라질로 원정 경기를 떠났다. 브라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타격가 프란시스코 트리날도(39, 브라질)와 주먹을 섞어야 했다.

트리날도는 예상보다 단단했다. 타격은 물론이고 테이크다운에도 대비가 돼 있었다. 1라운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트리날도 쪽으로 유효타 차이가 벌어졌다. 테이크다운 시도가 39번으로 UFC에서 가장 많았던 밀러는 그라운드 싸움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트리날도는 이를 훤히 꿰고 있었다. 제아무리 공격을 좋아하던 밀러라도 트리날도의 공격성에 주춤했다. 이전 경기들과는 다르게 체력도 크게 빠진 듯 3라운드에는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판정 끝에 트리날도가 3-0 판정승으로 이겼다.

밀러는 지난 2월 더스틴 포이리에, 지난 7월 앤서니 페티스에 이어 트리날도에게 져 데뷔 첫 3연패에 빠졌다. 포이리에와 경기에선 경기 내내 치고받으면서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받았던 밀러이지만 이날은 일방적으로 밀렸다. 통산 28승 11패가 됐다.

UFC 7연승 뒤 지난 3월 케빈 리에게 발목을 잡혔던 트리날도는 밀러를 제물로 생애 첫 연패 위기를 벗어났다. 통산 22번째 승리(5패)이자 2012년 이후 라이트급에선 가장 많은 10번째 승리를 거둔 선수가 됐다.

[미들급] 수문장의 위용

티아고 산토스(33, 브라질)와 잭 허만슨(29, 스웨덴/노르웨이) 두 선수가 합작한 KO는 20회. 둘 다 10차례 KO 승리를 갖고 있다. 산토스는 15승 가운데 11승을, 허만슨은 16승 중 13승을 피니시로 만들었다. 입을 맞춘 것처럼 "피니시로 이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랭킹 15위 산토스와 랭킹 밖에 있는 허만슨의 기량 차이는 확연했다. 산토스의 스텝과 펀치 정확도가 허만슨보다 월등했다.

돌진 두 번으로 이겼다. 1라운드 중반 묵직한 보디 킥을 시작으로 원투 스트레이트로 허만슨을 몰아붙여 기선제압을 했다. 그리고 1라운드 막판 경기를 끝냈다. 보디 킥으로 허만슨을 뒷걸음칠 치게 한 뒤 펀치 연타로 허만슨을 쓰러뜨렸다. 힘이 실린 파운딩 세례로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린 순간 경기를 끝냈다.

4연승 뒤 2연패에 빠졌던 산토스는 다시 3연승으로 연승 가도에 올랐다. 통산 16번째 승리(5패)이자 11번째 KO승리다.

직전 두 경기를 1라운드에 펀치 TKO로 꺾은 허만슨이지만 산토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2연승이 끊겼고 6번째 패를 안았다.

[밴텀급] 리네커의 주먹은 여전히 강하다

UFC 밴텀급 5위 존 리네커(27, 브라질)의 별명은 '돌주먹'이다. 경량급인데도 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쓰러뜨린다. 통산 29승 가운데 13승이 KO승이다. 외려 본인은 한 번도 KO로 진 적이 없다. 경기를 앞두고 상대 말론 베라(24, 에콰도르)에게 "서서 싸웠으면 좋겠다"고 타격전을 바랐다.

리네커의 주먹은 강했다. 펀치가 적중할 때마다 '찰싹'하는 소리가 났다. 리네커는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자신보다 한 뼘 큰 베라의 얼굴과 복부에 묵직한 펀치를 쌓아갔다. 리네커의 압박에 1라운드와 2라운드 내내 베라는 뒷걸음질로 일관했다. 2라운드 막판엔 테이크다운까지 허용했다. 3라운드에 태세를 바꿔 적극적으로 공격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저지 3명 모두 리네커의 손을 들었다(30-27, 29-28, 29-28). 리네커는 지난해 12월 TJ 딜라쇼와 패배 이후 10개월 만에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통산 30번째 승리(8패)다.

베라는 장기인 그래플링을 버리고 타격으로 맞불을 놓았다가 3연승이 끊겼다. 10승 1무 4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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