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 콘퍼런스 1위에 오르며 시즌 초반 다크호스로 떠오른 올랜도 매직.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서고동저’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NBA(미국 프로 농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서부 콘퍼런스와 동부 콘퍼런스간의 전력 불균형을 뜻하는 ‘서고동저’라는 말이 유행해 왔다. 특히 올 시즌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 될 것이라 봤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동부에서 서부로 이적한 올스타 출신 선수는 7명(카멜로 앤서니, 폴 조지, 폴 밀샙, 라존 론도, 브룩 로페즈, 제프 티그, 지미 버틀러). 반대로 서부에서 동부로 팀을 옮긴 올스타 출신 선수는 단 1명이었다(고든 헤이워드).

서부는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를 비롯해 휴스턴, 오클라호마시티, 샌안토니오, LA 클리퍼스 등 우승을 노리는 강팀들이 우글거렸다. 뉴올리언스, 미네소타, 유타 등 중위권 팀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반대로 동부에선 유독 리빌딩을 선언한 팀들이 많았다. 필라델피아, 올랜도, 브루클린은 지난 몇 년간 하위권을 전전했고 애틀랜타와 시카고, 뉴욕은 올 시즌을 리빌딩의 첫해로 삼았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여기저기서 통합 플레이오프를 추진하자는 의견이 제기 됐다. 2014-2015 시즌 오클라호마시티가 승률 54.9%(45승 37패)를 기록하고도 9위로 플레이오프에 탈락하자 이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성적은 같은 시즌 동부 콘퍼런스 6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밀워키(41승 41패)보다도 더 좋았다.

급기야 지난 여름엔 NBA 사무국이 플레이오프 대진 개편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아담 실버 총재가 공식 기자 회견에서 "플레이오프 대진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 지금까지 서부, 동부 상위 8개 팀이 각각 토너먼트를 치르고 서부 우승 팀, 동부 우승 팀이 파이널에서 맞붙는 진행을 해왔다면 이제는 지역과 콘퍼런스에 상관없이 리그 전체 상위 16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토너먼트로 맞붙는다는 것이었다.

플레이오프에 앞서 올스타전은 이미 변화의 물살을 탔다. 2018년 올스타전부터는 동부와 서부가 맞붙는 대신, 양대 지구 올스타 투표 1위 선수가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뒤 팀을 꾸려 맞대결을 펼친다.

▲ 유력한 신인왕 후보 벤 시몬스는 약체로 평가 받던 필라델피아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이 개막되자 동부 팀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서고동저’가 절정을 찍을 것이란 많은 이들의 예상이 빗겨간 것이다.

지금까지 동부와 서부의 맞대결에서 동부는 18승 1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0월 31일(이하 한국 시간) 열린 7번의 맞대결에선 6승 1패로 동부가 서부를 압도했다.

샌안토니오는 동부 원정에서 인디애나, 보스턴에 발목을 잡히며 2연패에 빠졌고 기세가 좋던 휴스턴, 뉴올리언스는 모두 홈에서 올랜도, 필라델피아에 패했다.

서부 1위를 달리던 멤피스도 홈에서 4쿼터 두 자리 수 점수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샬럿에게 역전패했다. 디트로이트는 서부 원정 백투백 일정에서 만난 LA 클리퍼스와 골든스테이트를 모두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동부 팀들이 서부 팀들을 상대로 승수를 쌓다보니 자연스레 동부 콘퍼런스 순위 경쟁은 치열해졌다. 현재 보스턴, 올랜도, 디트로이트가 5승 2패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고 토론토, 워싱턴, 밀워키가 4승 2패로 그 다음에 위치해 있다. 동부 콘퍼런스 상위권이 유력해 보였던 클리블랜드, 마이애미는 5할이 안 되는 승률로 하위권에 처져 있다.

이제 NBA 팬들 사이에선 ‘서고동저’가 아닌 ‘동고서저’로 불러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물론 아직 시즌이 개막한지 채 한 달도 안 됐다는 점에서 앞서 나간 얘기일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여전히 서부 팀들이 앞선 만큼 시간이 지나면 이 같은 상대 전적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하지만 동부 팀들의 선전으로 양 콘퍼런스간의 전력 균형이 깨지면서 보는 재미가 더해진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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