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킹' 르브론 제임스(31,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대망의 NBA 파이널을 앞두고 '어빙-러브 없이도 승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르브론은 지금 생애 세 번째 우승 반지 획득을 위해 7번째 파이널 무대를 준비한다.

클리블랜드는 오는 5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2015시즌 NBA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1차전 맞대결을 벌인다. 컨퍼런스 결승에서 애틀랜타 호크스를 4연승으로 가볍게 제압한 클리블랜드는 8년 만에 파이널 무대를 밟게 됐다. 약 반 세기에 걸쳐 메이저 스포츠와 우승 인연이 없는 클리블랜드가 이번 결승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르브론은 현 시대 최고의 농구선수다. 5회 연속 파이널 진출은 50년대 후반 '셀틱스 왕조'를 이뤘던 밥 쿠지, 빌 러셀에 이어 세 번째 기록. 그가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치느냐에 따라 클리블랜드의 우승 숙원 해결이 결정될 것이다.

현재 '왕의 심복' 카이리 어빙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여러 부상을 달고 뛰는 중이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부터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2라운드에서는 왼쪽 무릎까지 말썽을 부리며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었다. 결국 2라운드 6차전에서 왼쪽 발목이 접질리는 사고를 당해 BIG 3의 또 하나의 축 케빈 러브와 함께 올 봄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아니 르브론이 무서운 점은 여기에 있다. 제 컨디션이 아닌 어빙과 시즌 아웃당한 러브의 공백을 거의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이 기록한 12승 1패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르브론은 어빙과 러브 대신 새로운 조력자를 빠르게 발굴했다. 지금의 클리블랜드를 가장 여실히 투영하고 있는 경기가 하나 있다. 바로 지난 5월 25일 애틀랜타와 가진 동부 컨퍼런스 결승 3차전이다.  

어빙과 러브가 나란히 결장한 이날 르브론은 'BIG 3 없이도 승리하는 법'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는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3차전에서 37득점 18리바운드 13어시스트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자신의 플레이오프 통산 12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르브론은 어빙-러브 대신 트리스탄 톰슨, 매튜 델라베도바를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누구와 함께여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 '팀에 승리를 안기는 에이스'란 이런 것임을 명징하게 보여준 동부 결승 3차전은 '클리블랜드의 힘'을 그대로 드러낸 경기였다.

3쿼터 8분경 동료를 활용하는 르브론의 센스 있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그는 톰슨의 스크린을 받고 더마레 캐롤의 수비망을 벗어나는데 성공한 뒤 외곽에 오픈 찬스를 맞은 이만 셤퍼트에게 패스를 건넸다. 셤퍼트의 슛은 림을 외면했으나 이때 르브론은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플레이를 펼쳤다. 애틀랜타 센터 마이크 무스카라의 느슨한 박스아웃을 틈타 리바운드를 따냈다. 이후 동물적인 전투력으로 폴 밀샙과 무스카라, 두 빅맨이 버틴 애틀랜타 인사이드진을 휘저었다.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면서도 안정적인 보디밸런스로 가볍게 2득점을 올렸다. 르브론이 풋백 득점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포스트업은 소프트웨어(농구 IQ)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서도 그를 당해낼 자가 없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후 3쿼터 종료 1분여를 남기고는 켄트 베이즈모어의 가로 수비와 무스카라의 세로 수비를 모두 무력화하는 강력한 원핸드 덩크를 꽂았다. 에이스를 평가할 때 다양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소위 '죽어 있는 볼'을 순전히 개인 기술만을 통해 득점으로 연결지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 기준으로 꼽을 수 있다. 드리블하는 자신과 매치업 상대인 베이즈모어를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이 정지해있는 상황이었다. 르브론은 한 번의 레그스루 드리블 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와 운동능력으로 슬램덩크를 꽂았다. '에이스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탁월한 공격 마무리였다.

이날 경기 백미는 연장 종료 39초 전 터진 3점슛이었다. 이전까지 3점슛 5개를 시도해 모두 실패했던 르브론은 결정적인 순간에 외곽포를 터트렸다. 그는 올 시즌 자신의 플레이오프 최저 야투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지독한 야투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왕은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앞서 한 번의 공격 실패가 있었지만 '리바운드 머신' 톰슨이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줬다. 이후 톰슨은 코트 왼쪽 사이드로 깊숙이 빠져있던 르브론에게 패스를 건넸다. 르브론은 가벼운 페이크로 돌진해오는 밀샙을 따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점프슛.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볼은 깨끗하게 그물망을 출렁였다. 퀵큰론즈아레나 홈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짜릿한 역전 3점슛이었다.

동부 최고의 수비 조직력을 갖춘 애틀랜타도 '왕의 행차'를 막아내지 못했다. 슛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패스, 리바운드, 게임 리딩, 수비로 팀의 승리를 도운 르브론의 원숙한 경기력은 그가 왜 현역 최고의 농구선수인지를 증명했다. 매 경기 승부의 향방, 매 시즌 리그의 흐름을 홀로 지배하는 지금의 르브론은 단연 자신의 농구인생 '화양연화'를 보내고 있다.

현재 클리블랜드는 어빙과 러브의 공백으로 정상 전력이 아니다. 그러나 르브론의 환상적인 패스 아래 톰슨, 티모페이 모즈고프 등 인사이드진과 이만 셤퍼트, 델라베도바로 이뤄진 외곽 슈터들이 각각 러브와 어빙 노릇을 대신하고 있다. 전력 손실에도 플레이오프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고 파이널까지 진출한 원동력에는 누구와 코트를 누벼도 훌륭한 경기력을 끌어내는 '리더' 르브론의 존재가 크다. 이날도 어빙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팀을 승리로 이끈 '킹'의 리딩이 빛났다.

1차 연장 종료 55초 전 티그에게 3점슛을 얻어 맞고 1점 차 리드를 허용한 클리블랜드는 한 번 더 '왕의 귀환'을 요청했다. 르브론은 맞불을 놓는 3점슛을 성공시키고 티그의 레이업슛을 블록해내며 팀을 구원했다. 결국 팀의 114점째를 만드는 쐐기 레이업까지 올리며 동부 컨퍼런스 결승 최고의 명승부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혼자서 승리를 매조 졌다.

르브론은 어빙과 러브 없이도 홀로 해법을 찾아 훌륭한 성적으로 봄 모의고사를 치러왔다. 이제 마지막 실전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그에게 남은 마지막 한 문제도 수월히 풀 수 있을까. 톰슨도 셤퍼트도 델라베도바도 대신 풀어줄 수 없다. 르브론 홀로 싸워야 할 고난도 문제를 그만의 '전사 사냥 방정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르브론 제임스 ⓒ Gettyimages

[영상] 르브론 37득점 스케치 영상 ⓒ SPOTV NEWS 영상편집 김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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