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환은 마쓰이 다이지로의 격려에 고마워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김대환(38, 김대환 MMA)은 '싸우는 해설 위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해외 전적 데이터 사이트에 소개된 링네임도 '코멘테이터(Commentator)'다.

프라이드 K-1 UFC 등 여러 대회 해설 위원으로 활약하다가, 보는 것만으론 성에 안 찼는지 2011년부터 직접 글러브를 끼고 케이지에 올랐다. 프로 전적 9승 1패, 그 가운데 KO승만 8번이다.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워독(Wardog Cage Fight) 15에서도 KO로 이겼다.

생애 첫 타이틀전에서 경기 시작 2분도 안 돼 베테랑 마쓰이 다이지로(44, 일본)를 눕혔다. 체중을 실은 왼손 훅으로 마쓰이를 쓰러뜨려 워독 미들급 챔피언벨트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모질지 못하다. 마쓰이를 쓰러뜨린 후 그가 보인 건 환한 미소가 아니라 닭똥 같은 눈물이었다.

▲ 김대환은 마쓰이 다이지로에게 이기고 처음으로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김대환은 지난 1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운 좋게 한 방이 잘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사실 경기가 끝나고 벨트를 차지한 것이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마쓰이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강하게 부딪힌 것이 걱정됐다. 한참을 못 일어나서 목을 심하게 다친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고로 몸에 마비가 온 것이 아닌가는 생각도 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모순이긴 한데,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는 후회가 밀려왔다"고 밝혔다.

마쓰이는 김대환이 프라이드 경기를 해설할 때부터 지켜봐 오던 열정적인 파이터다. "케이지에서 주먹을 섞을 수 있어 영광"이라며 그와 맞섰던 김대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울컥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곧 마쓰이가 깨어나 걱정하는 김대환을 다독였다. 마쓰이는 챔피언이 된 후배 김대환을 축하하며 "난 괜찮다. 이런 일은 격투가로서 늘 있는 일 아니냐"고 웃으며 격려했다. 밝은 표정으로 김대환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대환은 경기 전 '이교덕의 유일남 라디오(http://www.podbbang.com/ch/15032)'에서 "지금의 내가 6년 전 데뷔전을 치렀던 날 10초 안에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경기를 치러 오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종합격투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김대환은 한 뼘 더 컸다. "베테랑 마쓰이와 경기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며 기뻐했다.

김대환은 타이틀전 때문에 한 주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SPOTV 스튜디오로 돌아온다. 오는 5일 UFC 217 해설을 맡는다. 오전 7시 30분부터 언더 카드 일곱 경기, 오전 11시부터 메인 카드 다섯 경기를 생중계한다.

"대여섯 시간 중계는 익숙해졌다"며 웃는 김대환은 파이터로서, 해설 위원으로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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