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시즌 첫 선발 출전까지 기대가 됐던 이승우(19, 엘라스 베로나)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파비오 페키아 엘라스 베로나 감독은 칼리아리 칼초와 경기 전 이례적으로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승우는 팀에 합류할 때부터 태도가 좋았다. 늘 자신감을 갖고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면서 "최근에 전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팀에 중요한 선수다. 그의 성장세와 능력을 만족한다"고 밝혔다.
페키아 감독은 이승우에 대한 언급을 따로 했고, "다니엘 베사와 알렉스 페라리, 모이세 켄, 토마스 뷔헬"을 부상으로 잃었다고 첨언했다. 이승우의 선발 출전 혹은 교체 출전이어도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출전이 기정사실화돼 보였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승우는 결장했다.
베로나는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칼리아리서 스타디오 산텔리아에서 열린 2017-18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12라운드 칼리아리 원정경기에서 1-2로 졌다.
◆지키려는 베로나의 실책
베로나가 전반 5분 니콜라 스쿨리니의 헤더로 앞서갈 때만 하더라도 이승우의 출전 가능성은 밝았다. 선제골 이후 시간이 많이 남아 남은 시간 경기를 풀어갈 지혜가 필요했다. 베로나는 지키고 역습을 하려 했다. 다만 켄이 빠지면서 전방에 버티는 힘이 없었다. 파치니는 문전에서 결정력이 좋은 선수로 스피드와 버티는 힘은 없다. 알레시오 체르치 역시 스피드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선수비 후역습을 하는 기본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
전반 5분 실점 이후 경기 내내 칼리아리가 몰아쳤다. 베로나는 내려서서 중앙으로 압축했고, 칼리아리가 볼을 투입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칼리아리는 전반 10분 마르코 사우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루카 치가리니가 실축했지만 공세는 여전했다.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마르틴 카세레스의 부정확한 수비와 함께 루카 체피텔리의 행운의 '무릎 슛'으로 동점 골을 만들었다. 베로나의 '지키기'가 더 노골적으로 됐다.
베로나는 전방의 공격진이 힘이 없었지만, 수비의 밀도는 나쁘지 않았다. 페키아 감독은 후반 9분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냈는데, 노장 카세레스를 대신해 마티아 발로티를 투입했다. 자연스럽게 포메이션이 변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선 호물루가 라이트백으로 내려왔고, 체르치가 오른쪽 미드필더에 섰다. 발로티를 중원에 세워 후방 밀도를 높였다. 후반 24분엔 노장 체르치를 대신해 다니엘레 베르데를 투입했다. 페키아 감독은 늘 선발로 체르치를 투입하지만, 풀타임을 뛰게 하지 않는다. 후반 중반이 되면 매번 교체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승우에게 마지막 교체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컸지만, 연이어 위기를 내주긴 했지만 후반 36분까지 실점 없이 버틴 상황이 이승우 투입을 주저하게 했다. 디에고 로페스 칼리아리 감독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득점이 터지지 않자, 주앙 페드루와 디에고 파리아스 연달아 투입해 공격을 강화하는 상황이었다. 페키아 감독은 공격적 재능은 좋지만, 수비 능력과 피지컬이 아직 부족한 이승우를 투입하기 어려웠다. 페키아 감독은 후반 37분 미드필더 마티아 차카니를 투입해 4-4-2 전형 유지와 수비 밀도를 높이고자 했다.
다만 경기 내내 준수한 수비를 펼친 사뮈엘 수프라옌이 후반 40분 평범한 볼투입을 잘못 걷어냈고, 파블로 파라고에게 실점하면서 모든 게 어그러졌다. 이미 세 장의 교체 카드는 다 썼고, 파치니를 비롯한 공격진의 체력이 떨어졌다. 공격적으로 반등을 이끌 이승우 카드를 꺼낼 기회 자체가 없었다.
◆이승우 출전 기회 위해선
페키아 감독은 지난 리그 8라운드 베네벤토전을 시작으로 4-3-3에서 4-4-2로 포메이션을 변화했다. 중원에서 패싱 게임이 되지 않아 고전하던 베로나가 4-4-2로 전형을 바꾸고 수비 밀도가 좋아졌다. 체르치와 호물루의 역습이 꽤나 위협적이었다.
페키아 감독은 보통 신예 켄과 체르치를 투톱 선발 조합으로 선택한다. 켄은 전방에서 버티는 힘이 좋고, 체르치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베테랑이다. 교체 카드 1순위는 검증된 골잡이 파치니다. 이승우는 앞선 3경기에서 연속으로 교체로 출전했는데, 보통 세 번째 교체로 선택됐고, 15분 남짓 뛰었다. 4-3-3에서 4-4-2로 전환되면서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드 자리가 익숙한 이승우의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이승우는 인터밀란전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며 4-4-2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이승우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피지컬 숙제와 수비력을 길러야 한다. 베로나는 약팀이다. 최근 4-4-2로 전환했기 때문에 측면 미드필더로 나설 경우 수비 가담이 더 빈번해져야 한다. 베로나에서 비교적 수비 가담이 자유로운 건 파치니뿐이다. 이승우가 선발로 뛰기 위해선 많이 뛰고 부딪히고 수비 가담이 좋아야 한다.
이승우는 지난 한국에서 열린 U-20월드컵 16강 당시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다가 수비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낸 경험이 있다. 당시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지오구 곤살베스의 돌파를 막지 못해 한국은 무너졌다.
이승우는 과거의 경험이 있고, 본인이 피지컬과 수비에 대한 약점은 인지하고 있다. 수비와 피지컬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고, 실전이 보충되야 하는 문제다. 꾸준한 출전을 위해선 훈련 과정에서 감독의 신임을 얻고, 실전 경기에서 수비력을 보강하는 게 필수적이다.
[영상][세리에A] '이승우 결장' Goals 칼리아리 vs 베로나 골모음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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