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니 쇼헤이, 프리미어12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오타니 쇼헤이가 10일 소속 팀 닛폰햄 파이터즈의 포스팅 승인을 받으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향한 첫 발을 뗐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모두 관심을 보일 만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스토브리그 최고의 이슈 메이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채비를 마쳤다.

◆ "미안하다 지명한다"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다"까지

160km를 던지는 특급 유망주를 메이저리그가 그냥 둘 리 없었다. '고3' 오타니는 "(미국과 일본)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도전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구체적으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팀만 3곳. 다저스, 보스턴, 텍사스 관계자가 오타니를 만났다. 드래프트를 나흘 앞두고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겠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겠다"고 밝혔다. 

'나를 지명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청개구리가 있었으니, 닛폰햄과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바로 그 청개구리다. 10월 25일 드래프트 당일 구단에 오타니를 지명해줄 것을 부탁했다. 회의를 마치고는 "오타니에게는 미안하지만 지명한다. 아니, 해드리겠습니다"라고 '고쳐' 말했다. 

드래프트 최대어 오타니였지만 그를 지명하겠다고 나선 팀은 12개 구단 가운데 닛폰햄이 유일했다. 11개 팀은 오타니가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동기 중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선수는 후지나미 신타로(한신). 오릭스, 지바 롯데, 야쿠르트 등 4개 구단이 경합한 끝에 제비뽑기에서 한신이 이겼다. 

▲ 오타니 쇼헤이, 2012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삼고초려로는 끝나지 않았다. 오타니는 첫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헛걸음 뒤 두 번째 면담 요청 때 구단 관계자를 만났지만 여기서도 입단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구리야마 감독이 동석했다. 이렇게 네 번 이상의 면담 요청 끝에 같은 해 12월 9일, 오타니와 닛폰햄이 마음을 맞췄다. 다르빗슈 유의 등번호 11번을 물려준다. 투타 겸업을 허락한다 등의 조건이 걸렸다. 

2014년 시즌이 끝난 뒤 열린 미일 올스타시리즈에서 MLB.com은 오타니를 10승-10홈런을 한 시즌에 달성한 '제2의 베이브루스'로 소개했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큰 선수라는 설명은 당연했다. 오타니는 도쿄돔에서 열린 1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 삿포로돔에서 열린 5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와 4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이끌고 일본에 온 존 패럴 전 보스턴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오타니의 투구를 기대하고 있다. 오타니는 굉장한 어깨와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젊은 선수"라고 얘기했다.  벤 조브리스트, 맷 슈메이커 등 올스타급 선수들도 오타니의 구위에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성공적인 쇼케이스였다. 

▲ 오타니 쇼헤이, 2014년 미일올스타시리즈.
대표 팀에서의 활약은 계속됐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대비해 열린 2016년 11월 네덜란드-멕시코와 평가전에서는 도쿄돔 천장을 직격하는 놀라운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 세계 수준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5년 동안 기량은 차고 넘치게 증명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지난해 다친 발목을 수술하고, CAA스포츠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취재진에게는 "(구단과 만나지 않아)메이저리그에 간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가기 위해 에이전트를 선임한 건 맞다"고 했다. 

그리고 10일, 구리야마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오타니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닛폰햄이 오타니의 포스팅 요청을 수락했다. 

▲ 오타니 쇼헤이, 2015년 11월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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