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넥센과 첫 연습 경기서 3안타를 몰아쳤고 2차전서도 멀티 히트를 치며 감을 끌어 올렸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일 뿐이지만 지금 페이스라면 대표팀의 테이블세터로 나서도 충분한 자격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후광 효과도 뺴 놓을 수 없다. '바람의 아들'이라 불리며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그의 아버지(이종범)는 지금 대표팀 코치로 아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둘 사이의 일거수 일투족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정후가 신인상을 받은 뒤 "아버지가 너무 펑고를 빨리 치신다고 선배님들이 한마디씩 했다. 좀 천천히 쳐 주셨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힌 뒤 펑고 전담 코치가 김재현 코치로 바뀌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정후에 대한 팀 내 평가는 단연 최고다. 김재현 타격 코치는 "지금 대표팀 선수들 중에 페이스가 가장 좋다. 시즌이 끝난 후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잘 만들어서 왔다"며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이밍 싸움이 좋은 타자다. 부드러움이 있기 때문에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다"고 칭찬했다.
그렇다면 아버지 이종범이 본 이정후는 어떤 선수일까. 둘은 아버지와 아들로는 야구를 해봤지만 스승과 제자로는 이번이 첫 만남이다. 스승으로서 본 제자 이정후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 처럼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코치 이종범은 좀 더 냉정했다. 아버지 때 그랬던 것 처럼 칭찬 보다는 갖춰야 할 정신 자세에 좀 더 신경을 썼다.
이 코치는 "아직 어린 선수일 뿐이다. 또래 중에 조금 나을 지는 몰라도 아직 고쳐야 할 것이 많다. 좋은 부분 보다는 안 좋은 부분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실력에 대해선 나에게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타격 코치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난 그저 팀의 막내로서 마음 가짐 정도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이정후가 학생이던 시절에도 야구에 대한 간섭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기존에 배우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현재의 지도자에게 배우는 이정후가 건방져 지거나 혼동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원칙은 스승과 제자로 만난 지금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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