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신하균은 작품 속 인물들 가운데 유독 정이 많이 가는 인물들이 있다고 했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소시민이거나, 안쓰럽고 허점도 많은 인물들에게 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대다수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배우 신하균(43)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세계관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신과) 맞냐, 아니냐”는 것. 물론 여기에 “새로운 것”이나 “연기를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신하균은 특히나 정이 가는 캐릭터에게 마음을 내줬다.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7호실’(감독 이용승)에서 신하균이 연기한 두식도 정이 갔다. 두식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사장으로, 수개월째 가게를 처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물이었다. 신하균은 “안쓰럽고 허점이 많은 인물들에게 정이 많이 간다”면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달라지긴 했지만 내가 살아온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살았고,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래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두식이라는 인물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두식은 기본적으로 “분노가 조절이 안 되고 화도 잘 내는 사람”이다. “화를 내다가도 비굴해지기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기도” 한다. 이러한 두식의 톤을 어떤 방식으로 잡아가야 하는지가 신하균의 고민이었다.

신하균은 “현장에서 다양하게 두식을 연기해봤다. 그리고 감독님과 조율하면서 톤을 찾았다”며 “이 작품은 코미디가 살아줘야 한다. 그래서 너무 리얼하게 가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간극이 큰 두식 캐릭터의 톤을 잡는 게 초반의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비슷한 고민은 ‘7호실’ 엔딩에서도 찾아왔다. 극 중 두식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생긴 시체를 7호실에 숨겨야 했다. 이 시체를 끌어안고 떠나는 것이 두식의 마지막이다. 이때, 두식은 반성 혹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가, 신하균과 이용승 감독의 고민은 컸다.

“눈물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어요. 우는 장면을 길게, 가까이서 보여주는 게 있었고요. 두 번째 버전은 눈물이 뚝 떨어지는데 카메라가 밖으로 빠져서 차만 보여주는 거예요. 소리도 들리지 않게요. 그 중간 정도로 편집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도 괜찮지 않았나 생각해요. 눈물을 흘렸다는 것만 보여주고 멀리서 차만 보이게 하는 버전이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말고,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좋거든요.”

▲ 신하균.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인물을 이해하고,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부분에서 어려웠던 지점은 없다. 다만 나름의 고충이라면, “돈 이야기”다. 두식은 보증금이니 월세니, 권리금이니 등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신하균은 이 부분을 “가장 헷갈리고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보증금, 권리금, 몇천을 까고 등 이런 것들이 입에도 잘 붙지 않고 이해가 안 되더라”며 “배우들은 그런 쪽으로 잘 모르잖나. 김종수 선배님과 계속 ‘이게 뭔 소리야’ ‘어떻게 해야 해’라며 어려워했다. 이번 기회에 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과 걱정들은 신하균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와도 연결된다. 신하균은 작품을 들어갈 때 “항상 불편하게 시작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을 많이 하고 힘들게 연기를 해야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배우들끼리 많이 한다”며 “배우가 편해지면 안 된다. 편하게 연기를 하려고 할수록 연기는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물론 ‘7호실’에도 존재한다. 신하균이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끊임없이 괴롭히고 고민했던 지점은 ‘즉흥성’이다. ‘7호실’은 애드리브도 많았고, 배우들 간의 즉흥적인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었다. 신하균은 “즉흥성이 많으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신하균은 “사실 글 쓰는 재주가 없다”며 “문자로 텍스트 보내는 것도 힘들어하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저보고 애드리브를 만들어서 하라고 하더라. 재미도 있어야 하고 상황도 맞아야 하고, 정확한 문장도 돼야 한다. 그런 게 매번 쉽지 않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작품을 대하는 신하균의 태도는 그의 확고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신하균은 스스로를 “훌륭하고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한 작품들이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런 것에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기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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