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세종문화회관, 영상 정찬 기자·글 김건일 기자]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나면 강릉에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냉동 창고로 활용하는 게 어떠냐는 한 물류 창고의 제안이 올해 초에 있었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올림픽 개막을 1년여 앞두고 뚜렷한 사후 계획이 없다는 현실이 드러난 씁쓸한 단면이었다.

지난 8일 강원도에 따르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적자 예상액은 22억 5,400만 원. 정선알파인경기장 적자 예상액은 36억 8,200만 원, 강릉하키센터 21억 4,300만 원 등 강원도는 보조 경기장을 포함해 평창 올림픽 13개 경기장 가운데 도가 관리해야 하는 7개 시설에 대한 운영수지 분석 결과 연간 101억 3,1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사단법인 동사모조직위원회(이하 동사모)가 '아이스더비' 도입 공청회를 1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김주환 ㈔동사모조직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현도정 ㈜아이스더비인터내셔널 대표, 2022년 북경 올림픽의 모든 스케이팅 경기장을 설계 및 시공하는 국영기업 AST China의 조지 종(George Zhong) 대표, 유럽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티알프 빙상장의 데니스 클라스터 이사, 유런 오터 네덜란드 쇼트트랙 국가 대표 팀 가독, 잭 모텔 아이스더비 미국·유럽 대표, 그리고 선수 대표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가 의견을 발표했다. 또 강릉 원주 평창 동해 및 삼척에서 200여 명의 강원도민이 이번 공청회에 참석했다.

▲ 14일 아이스더비 도입 공정회에서 아이스더비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는 현도정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날 대표 ⓒ이교덕 기자

현도정 대표는 아이스더비 도입 효과로 △세계 프로빙상 본부를 강원도에 설립 △연 1회 아이스더비오픈 그랑프리 대회('강릉컵' 등 별도 명칭, F1, 켄터키더비에 비견되는 세계 스케이팅 최고 권위의 대회 △강원도를 세계 프로 빙상의 메카로 포지셔닝 △한국 빙상 발전의 근본적 대책 △스포츠 한류의 글로벌화를 통한 국익에 다양한 기여 △숙박 연습 휴식 공간으로서 알벤시아의 활용도 재고 등을 제시했다.

아이스더비는 220m 트랙에서 롱 트랙 스피드스케이팅(400m)과 쇼트트랙(110m) 선수들이 함께 레이싱하는 통합 프로 스케이팅 종목이다. 경주와 더불어 다양한 아이스 엔터테인먼트가 함께 펼쳐지는 새로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다. 합법적 허가를 얻은 곳에선 경주에 배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사행성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2011년 18대 국대에서 제주도가 '경빙'이란 명칭으로 자립 경제 기반 조성과 실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명목으로 아이스더비의 입법화를 추진했으나 당시 한미 FTA 건이 맞물려 국회가 공전되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조지 종 AST 차이나 대표는 "평창에 이어 2022년에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중국) 북경도 경기장 사후 활용에 대해 고민이 많다. 우리가 올림픽 빙상장 설계 단계에서 아이스 더비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2022년 북경동계올림픽 스페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물론 중국 전역에 시공 예정인 아이스링크도 아이스더비 경기와 밴디(Bandy), 그리고 규모 있는 아이스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멀티 유즈 아이스링크로 설계되고 있다"고 밝혔다.

데니스 클라스터 네덜란드 티알프 빙상장 이사는 "5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최고의 티알프 빙상장이 지난 2015년에 리모델링을 했다. 400m 롱 트랙 경기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 중심에 아이스더비가 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도 티알프 빙상장의 리모델링을 참조하면 경기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런 오터 네덜란드 쇼트트랙 대표 팀 감독은 "롱 트랙과 쇼트트랙을 막론하고 전 세계 스케이팅 선수 대부분이 아이스더비 탄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이스더비 경기가 상시적으로 열린다면 네덜란드 선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케이팅 스타들이 출전을 위해 강원도로 올 것"이라고 했다.

이정수는 "많은 메달을 따서 국민들을 기쁘게 해드리고 국위를 선양한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동기를 잃고, 20대 어린 나이에 빙판을 떠나는 일이 당연시됐다. 프로 빙상 아이스더비는 조국에 헌신한 선수들에게 생계와 미래를 제공하고 꿈나무들을 육성해 우리나라 스케이팅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한국 스케이팅 발전의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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