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내내 영향력이 떨어진 아르헨티나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리오넬 메시(30)가 빠진 팀의 고민은 같다. 메시가 지닌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메시가 부재한 경기는 팀에 도전이자 위기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오래된 문제점은 메시 의존증이다. 메시가 공격에 관여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메시가 빠지면 공격력이 약화되는 문제와 함께 최근엔 메시 중심 공격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공격은 메시를 거친다. 메시를 거치지 않아도 될 볼이 메시를 거치면서, 공격 템포가 줄어든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쓰는 팀을 상대로 아르헨티나가 고전 했던 경기들이 잦았던 이유기도 하다. 메시가 소속팀에서 매 경기 뛰고 장거리 비행 이후 합류한 대표팀 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아르헨티나 전체가 침체됐다.  

메시는 지난 러시아와 친선 경기 이후 바르셀로나로 돌아갔다. 호르헤 삼파울리 아르헨티나 감독이 휴식을 부여했다. 동시에 삼파울리 감독은 메시가 없는 플랜B를 실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 아르헨티나 V 나이지리아 ⓒ김종래 디자이너

삼파울리 감독은 러시아전처럼 3-3-3-1 포메이션을 택했는데, 메시 자리에 파울로 디발라를 선택했다. 전반 아르헨티나는 앙헬 디마리아와 크리스티안 파본을 활용한 역습과 측면 공격으로 재미를 봤다. 

메시가 뛴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중앙을 지나치게 고집했는데 메시가 빠지면서 전체적인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에네르 바네가가 좌우 측면으로 빠르게 전환했고, 윙어들이 적극적으로 1대 1 돌파와 크로스를 올렸다. 동료의 합과 몸이 풀린 전반 20분 이후 아르헨티나가 좋은 공격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전반 36분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득점은, 파울로 디발라의 침투패스, 파본의 원터치 크로스,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마무리가 빛났던 장면이다. 그간 아르헨티나 체제에서 나오지 않았던 윙어를 활용한 역습에서 나온 득점이다. 전반 아르헨티나는 6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막판 킬레치 이헤나초에서 허용한 프리킥 실점이 전부였다. 

후반엔 전반과 양상이 달랐다. 미드필더의 기동력이 떨어진 게 1차전 문제. 삼파울리 감독이 미처 손을 쓰기 전 후반 7~8분 사이 2골을 내줬다. 메시가 있을 땐 공격 템포가 떨어져도 중원에서 볼을 잡고 버티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메시가 빠진 아르헨티나 중원에서 안정적으로 볼 소유가 되지 않으면서 역습을 허용했다. 불안한 볼 소유가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바네가, 엔조 페레스, 지오반니 로 셀소 모두 수비에 강점이 있는 미드필더 조합은 아니어서 수세에 몰린 상황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 나이지리아 공격에 고전한 아르헨티나 수비진

아르헨티나의 후반 대량 실점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전반은 아직 체력이 남아 있고, 미드필더에서 안정적인 볼 소유가 가능했다. 후반엔 체력이 떨어지면서 3-3-3-1 포메이션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스리백엔 보통 윙백이 있어 측면 수비를 맡기지만, 아르헨티나의 스리백엔 측면 수비가 없다. 스리백의 좌우 수비수가 측면 수비까지 커버해야 한다. 포메이션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구조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후반 초반 동점 골을 내줬을 때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메시가 있었다면 실점 이후 메시 중심으로 아르헨티나가 분위기 반전을 했겠지만, 디발라는 경기 내내 영향력이 없었다.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좋으나 대표팀에만 오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공격진 전체에 드러나고 있다. 디발라는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17분 페르난도 벨루스키와 교체됐다. 

메시가 빠진 경기에서 공격의 플랜B를 실험하려던 아르헨티나가 심각한 수비 문제를 드러냈다. 공격수 이름값은 세계 최고인데,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고민에 더해 수비 조직력을 손봐야 할 숙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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