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이 개막하는 도쿄돔 ⓒ도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한국 야구 레전드들이 말하는 '도쿄돔'은 한때 낯설고 무서운 곳이었다.

말 그대로 야구장이 '뚜껑'으로 덮인 곳은 한국 선수들에게 도쿄돔(1988년 개장)이 처음이었다. 선동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 팀 감독은 "처음 갔을 때는 신기하고 공이 뜨면 보이지도 않고 그랬다"며 도쿄돔과 첫 추억을 돌이켜보기도 했다. 한국보다 한층 발전된 일본 야구는 역시 '인프라부터 다르다'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한국 대표 팀의 첫 도쿄돔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한국은 1991년 11월 2일 제1회 한일 슈퍼게임 1차전을 치르기 위해 도쿄돔을 처음 밟았다. 당시 박동희가 선발로 나섰고 김성한이 홈런을 치기도 했지만, 첫 돔 경기에서 한국은 3-9로 졌다. 4차전에서야 첫 승을 거둔 한국은 2승4패로 일본에 슈퍼게임 우승을 내줬다.

4년 만에 열린 1995년 제2회 슈퍼게임도 1차전이 도쿄돔에서 열렸다. '야생마' 이상훈이 선발투수로 나와 6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타자들도 일본 마운드에 묶이며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이상훈은 데일리 MVP로 뽑혔다. 한국은 2차전에서 5-2 첫 승을 거뒀고 6차전 승부 끝에 2승2무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지만 한국 야구의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1999년에는 슈퍼게임이 4차전으로 축소됐다. 일본이 2승1패로 앞서 있는 가운데 4차전을 위해 도쿄돔으로 향했다. 당시 정민태-주형광-임창용-노장진-진필중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이 나섰고 양준혁, 김동주가 홈런포를 쏘아 올렸으나 8회 1실점하며 8-8 무승부로 슈퍼게임을 마쳤다. 슈퍼게임은 1999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 2009년 WBC에서 일본을 상대로 호투한 봉중근.

도쿄돔 첫 승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가능했다. 한국은 2006년 신설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해 1라운드에서 일본을 만났다. 한국은 2006년 3월 5일 도쿄돔에서 김선우-봉중근-배영수-구대성-박찬호의 호투, 그리고 이승엽의 8회 결승 투런 홈런을 발판 삼아 3-2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도쿄돔 승리를 시작으로 일본을  3번 만났는데 2번 승리 후 마지막 준결승전에서 패해 3위에 그치는 '규정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3월 5일 1라운드에서 김광현이 8실점으로 무너지며 2-14 콜드게임 패를 안았다. 그러나 1라운드 2회전(순위 결정전)에서 봉중근이 5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김태균이 4회 이와쿠마 히사시를 상대로 결승 타점을 올리며 1-0으로 이겨 도쿄돔 승리 역사를 다시 썼다. 봉중근은 이날 호투로 '봉 의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한국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연장 승부 끝에 3-5로 패했다.

마지막 도쿄돔 한일전은 2015년 11월 19일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이었다. 삿포로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오타니 쇼헤이에게 묶이며 0-5로 패배한 한국은 4강전에서도 오타니에게 7이닝 무득점으로 압도당했다. 그러나 0-3으로 뒤진 9회에만 4점을 몰아치며 4-3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꺾으며 도쿄돔 마운드에 다시 태극기를 꽂았다.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은 양국 프로 야구 정예 멤버가 출동하는 것이 아니라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생 이하 유망주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프로 수준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뭉치면 강해지는 한국 야구 실력이 다시 한번 '약속의 땅' 도쿄돔에서 승리의 환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2015년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역전승을 일궈낸 한국 대표팀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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