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1988년 개장한 도쿄돔에서 열린 야구 한일전 가운데 팬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경기는 2006년 3월 5일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일 것이다

한국은 7회 말까지 1-2로 뒤져 패색이 드리웠으나 8회 초 이승엽의 2점 홈런에 힘입어 일본에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뒀다. 도쿄돔에서 열린 첫 번째 한일전 승리이기도 한 이날 추억의 현장 사진을 소개한다. 승전보는 사진 맨 아래에 있다.

[경기 전]

▲ 김인식 감독(왼쪽)과 선동열 코치 ⓒ 신명철 기자
▲ 11년 전에는 김인식 감독을 보좌한 선동열 코치(오른쪽)가 이번엔 APBC 대표 팀을 이끌고 도쿄돔을 찾았다.

▲ 이승엽(오른쪽) ⓒ 신명철 기자
▲ 역전 홈런의 주인공 이승엽이 일본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 이종범(오른쪽) ⓒ 신명철 기자
▲ 승리를 예감한 듯 이종범이 밝은 얼굴로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박찬호(오른쪽) ⓒ 신명철 기자
▲ 박찬호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 스승인 토미 라소다 전 감독과 정겹게 이야기하고 있다.

▲ 허구연(가운데) ⓒ 신명철 기자
▲ 허구연 해설 위원(가운데)이 피터 오말리 전 다저스 구단주(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경기 후]

▲ 한일전 패배 소식을 전하는 일본 스포츠 전문 신문 1면 오른쪽 아래에 이병규 이종범 이승엽 최희섭 홍성흔 이진영 이범호 박용택 김재걸 박진만 조인성 김종국 등 승리의 라인업이 있다.

▲ 한국 1위-일본 2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한일전 제목이다.

▲ 8회초 역전 2점 홈런을 친 이승엽이 여유 있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역전 홈런을 허용한 이시이 히로토시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다.

▲ 스즈키 이치로는 이 대회 중국전에서 6타수 1안타, 대만전에서 4타수 1안타, 한국전에서 3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타점은 달랑 하나.

[승전보] 한국 3-2 일본, 2006년 3월 5일 도쿄돔

[도쿄돔=오마이뉴스 신명철 기자] 이승엽은 역시 아시아의 홈런왕이었다. 이승엽은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8회초 1사 1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뜨려 한국을 아시아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이승엽은 올 시즌부터 홈구장이 된 도쿄돔에서 전날 중국전에 이어 이틀에 걸쳐 3홈런을 터뜨리는 장타력을 과시하며 4만353명의 대관중 앞에서 아시아 홈런왕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승엽의 결정적인 한 방에 힘입은 한국은 메이저리거까지 포함된 경기에서 일본을 꺾는 기쁨을 누리며 아시아 1위 자격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에 올랐다.

한국은 5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1회 WBC 1라운드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투수 김선우가 초반 2실점해 고전했다. 그러나 봉중근-배영수-구대성-박찬호가 추가 실점하지 않고 버티는 가운데 5회초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1-2로 따라붙은 뒤 이승엽의 극적인 홈런으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은 3연승의 가벼운 발걸음으로 6일 미국 애리조나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1라운드 A조 1위가 된 한국은 13일 미국 애너하임에 있는 LA 에인절스 홈구장에서 1라운드 B조 1위와 1차전을 갖는데 이어 14일 B조 2위와 2차전을 치른다. 16일에는 일본과 다시 한번 맞붙는다.

1라운드 B조 경기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출전한 가운데 8일부터 미국 피닉스와 스코츠데일에서 열린다. 미국과 캐나다 또는 멕시코의 2라운드 진출이 유력하다.

2라운드에서 2위 이내에 들면 대망의 4강에 올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준결승(결승)을 치르게 된다.

한국은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열고 있는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1일 각각 연습 경기를 치르며 2라운드에 대비한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을 포함해 꾸린 대표 팀이 국제 대회에서 치른 일본전 가운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위 결정전, 3-1 승리 이후 가장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시드니 올림픽 때는 한국 일본 모두 메이저리거를 가동하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마쓰이 히데키 등 일부 메이저리거가 빠지긴 했지만 프로 선수들이 대표 팀에 합류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알찬 멤버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한국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1999년 서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등에서 일본을 이겼으나 한국은 프로-아마추어 혼성 팀, 일본은 아마추어 대표 팀이거나 프로-아마추어 혼성 팀이었다.

한국은 2003년 11월 삿포로에서 벌어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는 일본에 0-2로 졌으나 이 때에도 두 나라에는 메이저리거가 빠져 있었다.

한국은 1회말 2사 3루에서 마쓰나카 노부히코의 2루수 옆 내야안타로 선제점을 내줬다. 2루수 김종국은 1-2간을 가르는 타구를 몸을 날리며 잡아냈으나 아웃 카운트를 잡기에는 한 발이 모자랐다. 한국은 2회말 2사후에는 가와사키 무네노리에게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추가 실점했다.

한국은 3회초 조인성의 중전 안타, 이병규의 유격수쪽 내야안타, 이종범의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이승엽이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한국은 0-2로 뒤진 5회초 박진만의 우전 안타, 조인성의 몸에 맞는 공, 김종국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이병규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1-2로 따라붙었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2루 주자 조인성이 이치로의 빨랫줄 같은 송구를 앞질러 3루를 밟았고, 이어 이종범이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1·3루 찬스를 이어 갔다.

일본은 60개의 투구수로 선발투수 제한 투구수(65)에 육박한 언더핸드스로 와타나베 순스케를 내리고 다음 타자인 이승엽을 의식해 왼손잡이 후지타 소이치를 마운드에 올렸고, 이승엽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경기의 흐름을 살리지 못했다.

1-2로 답답한 경기를 이어 가던 한국은 8회초 1사후 이종범이 중전 안타로 나가면서 공격의 숨통을 텄다. 전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이승엽은 왼손 투수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볼카운트를 1-3으로 유리하게 이끈 뒤 제5구째를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구속은 147km로 나왔다.

이날 경기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마무리로 나선 박찬호와 이치로의 메이저리거간 대결이었다. 박찬호는 볼카운트 1-1에서 이치로를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해 환호성을 질렀다.

승리투수는 구대성, 박찬호는 이번 대회에서 2세이브째를 기록했다.

한국의 두 번째 투수 봉중근은 4회 1사2·3루 추가 실점 위기에서 등판해 좌타자 가와사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3루 주자를 홈에서 잡고 이어 이치로를 볼넷으로 걸러 보내 만루가 됐으나 니시오카 츠요시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해 이닝을 마무리하며 한국 승리에 디딤돌을 놨다.

니시오카의 우익수 쪽 타구는 우익 선상으로 빠질 듯한 타구였으나 이진영이 전력 질주해 몸을 날리며 잡아냈다. 이진영의 호수비에 도쿄돔에는 한동안 큰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은 두 번째 투수 봉중근이 2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포함해 배영수 구대성 박찬호로 마운드를 이어 가며 대만, 중국전에서 무려 32점을 올린 일본 강타선을 7안타로 막는 선전을 펼치며 역전승을 뒷받침했다.

일본은 6회 왼손 에이스인 스기우치 도시야, 8회에는 역시 왼손잡이인 이시이를 내세워 한국 좌타선을 봉쇄하는 한편 '지키는 야구'로 전환했으나 마지막 2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한편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 대만은 중국을 12-3으로 물리치고 1승2패로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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