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분위기 정말 좋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 팀을 취재하는 동안 미담이 끊이질 않았다. 선동열 한국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까지 서로 엄지를 들기 바빴다. 이번 대회에서 득점하거나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선수들끼리 서로 엄지를 드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한국은 예선 1승 1패를 기록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16일 일본에 7-8 끝내기패를 허용했으나 17일 대만을 1-0으로 잡으면서 기사회생했다. 한국은 18일 일본-대만전 승리 팀과 19일 초대 챔피언 자리를 두고 다툰다.
선 감독과 코치진은 훈련 기간부터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를 높이 샀다.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이하 선수들이 모인 결과였다. 대회를 치르면서 쌓인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인 만큼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
김재현 타격 코치는 "훈련 분위기가 정말 진지하다. 다른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그렇다. 선수들이 어리니까 불평 불만 없이 잘 따라온다. 앞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있으니까. 감독님께서 좋은 선수들은 이 대회들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말씀하셔서 그런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현(23, kt 위즈)은 성실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다. KBO 관계자는 "정현이 유지현 수비 코치에게 전화를 해서 배우고 싶은 걸 물어봤다고 하더라. 유지현 코치가 직접 전화해서 알려달라고 한 선수는 코치 생활하면서 정현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평소에 봐도 성실하다. 가장 일찍 나와서 훈련하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하주석(23, 한화)은 "(정)현이가 도쿄에 와서도 사우나를 하더라. 정말 루틴을 철저하게 지킨다"며 혀를 내둘렀다.
투수 조 조장이자 대표 팀 맏형인 장필준(29, 삼성)은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힘이 돋보였다. 정민철 투수 코치는 "장필준을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투수 조장을 맡긴 게 아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고, 투수들이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장필준의 준비성을 보고 코치들도 믿음이 갔다. 공까지 잘 던져주니 정말 좋다"고 했다.
구자욱(24, 삼성)은 처음 맡은 주장의 무게를 잘 견디고 있다. 박민우(24, NC)는 "왜 이제야 주장을 했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한일전 패배 이후에는 앞장 서서 동료들을 다독였다. 박민우는 "주장이니까 나름 대로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
구자욱을 비롯해 엔트리에 든 선수 모두 나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돋보였다. 한일전 통한의 끝내기 안타를 맞은 투수 이민호(24, NC)가 마운드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자 류지혁(23, 두산)과 하주석이 마운드에서 이민호를 데리고 내려오며 다독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박민우는 "한 팀이니까.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팀이 진 거니까. 투수가 자책할까봐 팀으로서 다 같이 달랬다. 실수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커버해 주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이)민호는 또 앞으로 마운드에서 던져야 하니까"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또래들을 더 똘돌 뭉치게 하는 분위기 메이커도 있다. 넥센 김하성(22)과 이정후(19)다. 흥이 많은 두 선수가 움직이면 주변은 웃음 바다가 된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히 팀워크가 다져졌고, 좋은 분위기는 그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선 감독은 "선수들이 뭐든 하려는 자세가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만전 승리로 감독 첫 승을 신고한 뒤에는 "감독을 맡고 국제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둬 기쁜 건 사실이지만, 더 큰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야구를 위해서 젊은 선수들이 어떻게 도쿄 올림픽까지 갈지만 생각하고 있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끊이질 않는 미담은 한국 야구 미래를 더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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