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왼쪽)과 임기영 ⓒ 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분위기 정말 좋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 팀을 취재하는 동안 미담이 끊이질 않았다. 선동열 한국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까지 서로 엄지를 들기 바빴다. 이번 대회에서 득점하거나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선수들끼리 서로 엄지를 드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한국은 예선 1승 1패를 기록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16일 일본에 7-8 끝내기패를 허용했으나 17일 대만을 1-0으로 잡으면서 기사회생했다. 한국은 18일 일본-대만전 승리 팀과 19일 초대 챔피언 자리를 두고 다툰다.

선 감독과 코치진은 훈련 기간부터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를 높이 샀다.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이하 선수들이 모인 결과였다. 대회를 치르면서 쌓인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인 만큼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

김재현 타격 코치는 "훈련 분위기가 정말 진지하다. 다른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그렇다. 선수들이 어리니까 불평 불만 없이 잘 따라온다. 앞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있으니까. 감독님께서 좋은 선수들은 이 대회들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말씀하셔서 그런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승리 후 기념 셀카를 찍은 한국 선수들 ⓒ KBO
정현(23, kt 위즈)은 성실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다. KBO 관계자는 "정현이 유지현 수비 코치에게 전화를 해서 배우고 싶은 걸 물어봤다고 하더라. 유지현 코치가 직접 전화해서 알려달라고 한 선수는 코치 생활하면서 정현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평소에 봐도 성실하다. 가장 일찍 나와서 훈련하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하주석(23, 한화)은 "(정)현이가 도쿄에 와서도 사우나를 하더라. 정말 루틴을 철저하게 지킨다"며 혀를 내둘렀다.

투수 조 조장이자 대표 팀 맏형인 장필준(29, 삼성)은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힘이 돋보였다. 정민철 투수 코치는 "장필준을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투수 조장을 맡긴 게 아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고, 투수들이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장필준의 준비성을 보고 코치들도 믿음이 갔다. 공까지 잘 던져주니 정말 좋다"고 했다.

구자욱(24, 삼성)은 처음 맡은 주장의 무게를 잘 견디고 있다. 박민우(24, NC)는 "왜 이제야 주장을 했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한일전 패배 이후에는 앞장 서서 동료들을 다독였다. 박민우는 "주장이니까 나름 대로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

구자욱을 비롯해 엔트리에 든 선수 모두 나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돋보였다. 한일전 통한의 끝내기 안타를 맞은 투수 이민호(24, NC)가 마운드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자 류지혁(23, 두산)과 하주석이 마운드에서 이민호를 데리고 내려오며 다독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 박진형(왼쪽)과 장필준 ⓒ 일본(도쿄), 곽혜미 기자
박민우는 "한 팀이니까.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팀이 진 거니까. 투수가 자책할까봐 팀으로서 다 같이 달랬다. 실수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커버해 주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이)민호는 또 앞으로 마운드에서 던져야 하니까"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또래들을 더 똘돌 뭉치게 하는 분위기 메이커도 있다. 넥센 김하성(22)과 이정후(19)다. 흥이 많은 두 선수가 움직이면 주변은 웃음 바다가 된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히 팀워크가 다져졌고, 좋은 분위기는 그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선 감독은 "선수들이 뭐든 하려는 자세가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만전 승리로 감독 첫 승을 신고한 뒤에는 "감독을 맡고 국제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둬 기쁜 건 사실이지만, 더 큰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야구를 위해서 젊은 선수들이 어떻게 도쿄 올림픽까지 갈지만 생각하고 있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끊이질 않는 미담은 한국 야구 미래를 더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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