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욱. ⓒ도쿄(일본)=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잘 할 겁니다. 지금은 기다려줘야죠."

이승엽이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 "구자욱 선수에게 조언 좀 부탁합니다." 그럼 이승엽은 늘 한결같이 대답한다. "잘 할 겁니다. 지금은 아무 말 필요 없습니다."

구자욱은 이번 대회에 이승엽의 상징과도 같은 36번을 달았다. "삼성에선 달 수 없는 번호기 때문에 욕심을 내봤다"며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때문에 구자욱에 대해 이승엽에게 묻는 질문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구자욱은 현재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두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고는 해도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구자욱 답지 못하다.

구자욱은 대표팀 3번 타자다. 1차전 일본전서는 5타수 무안타, 2차전인 대만전서는 볼넷 1개만 얻으며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톱타자 박민우의 페이스가 좋고 4번 타자 김하성도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의 부진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결승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과 다시 붙는다면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예상 선발은 좌완 다구치. 좌타자로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5푼3리에 불과한 다구치를 넘어서야만 한다. 구자욱이 터져줘야 대표팀 공격은 비로서 완성체를 이루게 된다. 

그런 구자욱을 향한 이승엽의 조언은 '가만히 놔두기'였다. 구자욱은 이승엽이 삼성 시절 가장 아꼈던 후배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선 가장 많은 조언을 들려줬던 후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승엽은 지금 말을 아끼고 있다.

이승엽은 "3할4푼 이상을 두 번이나 친 타자다. 삼성 시절에도 기술적 조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태극마크, 그리고 대표팀 중심 타자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베이징 올림픽 4강전서 일본을 침몰시키는 홈런을 친 뒤 "그동안 너무 미안했다"며 흘린 눈물이 대표적인 예다.

최악의 부진을 겪던 시기엔 아무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스스로 이겨낸 뒤에야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음을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승엽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응원 뿐이다. 자욱이를 믿고 끝까지 응원할 생각이다. 긴 말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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