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경기를 펼친 아스널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지난 21년 동안 아스널은 북런던의 주인공이었다. 아스널은 1994-95시즌 (토트넘 홋스퍼 7위, 아스널 12위) 이후 2015-16시즌까지 무려 21년 동안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1996년 아르센 벵거 감독이 부임한 이후 아스널은 토트넘을 항상 내려다 봤다. 

토트넘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하고 역사에 균열이 났다. 2014-15 시즌 부임한 포체티노 감독은 2015-16시즌 토트넘을 아스널보다 더 높은 곳으로 이끌 뻔했다. 리그 우승 경쟁에서 레스터 시티에 밀리며 후반 '멘붕'에 빠진 게 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양 팀의 순위가 결정났다. 승점 71점의 아스널이 2위, 토트넘은 그것보다 1점이 적었다. 

절치부심한 3번째 시즌 토트넘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스널은 미끄러졌다. 최종 순위 5위. 벵거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좌절됐다. 22년 만에 토트넘이 더 높은 곳에서 리그를 마쳤다. 양 팀의 시즌 리그 맞대결도 1승 1무로 토트넘 우위. 21년간 토트넘을 누르고 '북런던의 주인공'을 인정 받았던 아스널이 '도전자' 신분으로 떨어졌다. 2017-18시즌 리그 12라운드 시즌 첫 '북런던 더비'의 결과는 그래서 아스널에 중요했다.  

▲ 아스널 V 토트넘 ⓒ김종래 디자이너

◆선수단: 아스널은 BEST vs 토트넘은 WORST

벵거 감독은 그간 빅클럽과 맞대결에서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를 제외한 경우가 많았다. 시즌 초반 리버풀전 0-4 완패, 리그 11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 1-3 패배 때 라카제트는 교체로 출전했다. 라카제트는 맨시티전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돼 30분가량 뛰고 추격 골을 기록했다. 이어진 A매치에서 프랑스 대표 팀 유니폼을 입고 '강팀' 독일을 상대로 멀티 골을 기록했다. 벵거 감독은 경기에 앞선 인터뷰에서 "라카제트를 선발로 기용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최전방에 라카제트를 비롯해 시즌 초반 이적설로 문제를 일으킨 알렉시스 산체스, 메수트 외질이 모두 출격했다. 중원에 그라니트 자카, 애런 램지가 지키고 좌우 윙백은 농익은 주전으로 계속 뛰어온 세아드 콜라시나츠, 엑토르 벨레린이 나섰다. 스리백도 부상에서 복귀한 슈코드란 무스타피가 중심축을 잡고, 나초 몬레알과 로랑 코시엘니가 위치했다. 골문은 패트르 체흐가 지켰다. 아스널이 내세울 수 있는 최정예 멤버로 '플랜A' 3-4-2-1을 가동했다. 

토트넘은 델리 알리, 해리 윙크스, 해리 케인, 위고 요리스가 A매치를 앞두고 다쳤다. 팀에 남아 회복에 전념했고 윙크스를 제외하고 선발로 복귀했다. A매치 이전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A매치 2연전을 모두 뛰고 장기간 비행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은 교체 멤버로 돌렸다. 주축 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는 장기간 부상으로 2018년 복귀가 유력한 상황. 토트넘도 아스널을 상대로 3-4-2-1로 나섰지만, 선수들의 컨디션과 조합이 최상은 아니었다. 

▲ 아스널의 공격진은 전방부터 전진압박했다.

◆아스널의 선택은 전진압박

아스널은 전진압박을 했다. 최전방 라카제트부터 2선의 산체스와 외질이 토트넘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다. 중원에서 볼을 잡고 풀어줘야 할 뎀벨레는 자카와 램지가 둘러쌓았다. 전반 5분 라카제트의 전진압박으로 다이어의 볼이 끊겼다. 라카제트의 무리한 슛이 아니었다면 득점에 가까웠던 장면이었다. 전반 26분 아스널의 산체스가 토트넘의 산체스를 압박하면서 백패스 했다. 달려든 라카제트가 1대 1 기회를 포착할 뻔했다.

전반 41분 산체스가 기록한 아스널의 두 번째 과정도 사실 압박이 주효했다. 아스널은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고, 에릭센이 압박 때문에 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볼을 뺏자 벨레린의 간결한 전진패스와 라카제트의 크로스, 산체스의 마무리가 득점을 만들어냈다. 

아스널의 전진압박 컨셉이 먹혔던 건 사실 알데르베이럴트의 부상도 한몫했다. 알데르베이럴트는 토트넘 수비의 핵이다. 토트넘 수비 중 후방에서 빌드업이 가장 능한 선수고, 장거리 킥이 좋다. 알데르베이럴트가 다치면서 연쇄적으로 다이어가 내려왔다. 

해리 윙크스도 부상으로 선발로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뎀벨레와 시소코를 중앙에 기용했다. 뎀벨레는 탈압박과 빌드업에 능하고, 시소코는 피지컬이 좋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 성향은 아니다. 알데르베이럴트가 부재가 연쇄적으로 토트넘 미드필더와 수비 구성, 빌드업에 악영향이 있었다.

▲ 코시엘니

◆무스타피-코시엘니 철벽 수비 

토트넘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전반 32분 에릭센이 아크 왼쪽에서 때린 볼이 골포스트를 맞았고, 전반 44분엔 케인이 역습 과정에서 수비를 제치며 마무리 슛을 기록했는데 코스와 세기가 좋지 못했다. 후반 10분에도 케인이 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가 있었다. 

토트넘은 아스널전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건 무스타피-코시엘니의 철벽 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스타피(2회)는 몬레알(6회), 코시엘니(4회)와 함께 아스널에서 가장 많은 인터셉트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가장 빛났던 장면은 클리어링(안전하게 볼을 걷어내는)인데, 코시엘니는 11회, 무스타피는 14회를 기록했다. 양 팀 통틀어 두 선수 다음으로 클리어링이 많이한 선수는 아스널의 콜라시나츠와 토트넘의 다이어다. 각각 5회 기록했다. 토트넘이 어렵게 아스널 문전까지 볼을 운반했지만, 아스널의 철벽 듀오가 모두 막아냈다. 

◆토트넘의 숙제와 손흥민

11월 A매치 2연전에 풀타임을 맹활약한 손흥민은 곧장 장거리 비행으로 영국에 복귀했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벤치였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알리와 케인의 활약이 부족했지만, 손흥민은 후반 29분이 돼서야 페르난도 요렌테와 함께 투입됐다.

손흥민은 요렌테와 투톱으로 뛰었는데, 이미 2-0으로 앞서 라인을 내린 아스널을 상대로 강점을 살리기 쉽지 않았다. 아스널이 수비 뒤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후반 40분 요렌테가 머리로 패스한 볼을 문전에서 슈팅을 만들었고, 추가 시간 트리피어에 이어 흐른 볼을 강력한 슛으로 연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웠다.

토트넘의 주축 수비수 알데르베이럴트의 복귀 시점은 2018년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당장 주중에 도르트문트와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있고, 12월엔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강팀을 상대로 변칙적인 스리백을 쓰는 토트넘은 알데르베이럴트의 공백을 메우는 게 관건이다. 아스널전에선 알데르베이럴트의 공백이 크게 드러났다. 알데르베이럴트가 있다면 다이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서고 상대적으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알데르베이럴트가 빠진 한 달의 시간은 토트넘엔 큰 부담이다. 맨시티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을 비롯해 토트넘을 상대할 팀들이 북런던 더비를 중요한 참고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영상][PL] '활짝 웃은 벵거' Goals 아스날 vs 토트넘 골모음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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