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동열 감독 ⓒ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첫 출항한 선동열호가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 결승전에서 0-7로 지면서 준우승했다. 16일 일본과 예선전에서 연장 10회 7-8로 역전패한 뒤 선수들은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가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설욕을 다짐하며 2번 패하진 않으리라 자신했으나 결과는 투타 모두 완패였다.

◆ 위기마다 볼, 한국 마운드 현주소

선동열 한국 감독은 대표 팀이 소집됐을 때부터 "투수들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한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카운트를 잡아야 할 때마다 제구가 흔들리는 점을 늘 아쉬워했다.

일본과 예선, 결승 2경기를 치르면서 선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예선전에서는 8회까지 4-3으로 앞서다 9회 마무리 투수 김윤동이 1사에서 2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일본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선 감독은 "리드를 지켜야 할 때 지키는 못하는 게 우리 투수의 현재다. 지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 나선 투수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민호, 김윤동, 김대현, 김명신(왼쪽부터) ⓒ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긴장감이 높은 결승전에서 투수들의 공은 더욱 흔들렸다. 한국은 볼넷 8개를 쏟아 내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선발투수 박세웅이 3이닝 3볼넷 3개를 허용했고, 심재민과 김대형이 볼넷 2개,  김윤동이 볼넷 하나를 더했다.

결승전 일본 선발투수로 나온 다구치 가즈토와 한국 마운드의 차이가 컸다.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 선수들과 달리 다구치는 구석 구석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졌다. 다구치의 노련한 투구에 한국 타자들은 제대로 방망이를 대지 못했다.

선 감독은 "제구가 낮게 잘 형성됐고, 변화구도 완급 조절을 하면서 좌우 위아래로 잘 던졌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

한국은 위기에 한 방을 때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실한 타자가 없었다. 구자욱-김하성이 3, 4번 타자로 나섰고, 5번은 최원준-이정후-김성욱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중심 타선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하성은 11타수 3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고, 구자욱은 1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5번으로 나선 3명의 기록을 더하면 11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이었다. 

타격 사이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16일 일본전에서는 장단 10안타로 7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17일 대만전은 4안타 1득점, 19일 일본전은 3안타 무득점에 그치며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못했다.

▲ 한국 선수들 ⓒ 도쿄(일본), 곽혜미 기자
◆ 경험을 자양분으로

선 감독이 대회를 치르는 동안 가장 많이 쓴 단어를 하나 꼽자면 '경험'이다.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동안 모든 의사 결정의 기준은 '젊은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자'였다. 한국만 유일하게 와일드카드 3장을 쓰지 않은 것도 조금 더 많은 젊은 선수에게 기회가 가길 바라서였다. 

선수들이 기회를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도록 확실한 동기를 부여했다.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함께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선수들은 '찾아서 훈련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느 대표 팀보다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준우승을 확정한 뒤 선 감독은 이번 경험이 선수들에게 꼭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고, 또 좋은 교훈을 남겼다. 감독으로서 첫 대회를 치렀는데, 도쿄 올림픽까지 준비할 게 많을 거 같다. 우리 선수들의 의욕과 열정 만큼은 칭찬하고 싶다. 나 역시도 많이 배웠다"며 한층 더 성장할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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