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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홍은동, 조형애 기자] "저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KEB하나은행 K리그 '도움왕' 왕좌가 3시즌 만에 바뀌었다. 3년 연속 도움왕을 노렸던 염기훈이 고배를 마셨고, 그 자리는 시즌 막판 '뜻밖에 인물'에게 돌아갔다. 손준호(25·포항스틸러스)다. 35경기 출장 4골 14도움. 2위 윤일록에 2개, 3위 염기훈에 3개 앞서 도움왕을 둔 '역전극'에 성공했다.

사실 시즌 중반까지 도움왕은 염기훈과 윤일록의 '2파전' 양상을 띄었다. 손준호가 치고 올라온 건 하반기. 그것도 몇 경기 남지 않았을 때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7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손준호는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면서 웃었다.

"미드필드로서 도움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마지막에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축구 하는데 반환점이 된 것 같다."

마음은 있었지만 도움왕을 노리고 달려온 길은 아니었다.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몇 개 차이 안나는 걸 느꼈고 '아 이제 기회구나, 할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손준호다.

결정적으로 '확신'을 가지게 된 순간은 윤일록과 도움 갯수가 같아진 순간. 이후 손준호는 홀로 도움을 몰아서 기록하며 도움왕에 올랐다. 막판 2경기 4도움. 그 '비결'을 묻자 손준호는 "어려운 볼을 줬는데도 골로 연결해 준 동료들에게 고맙다. 작년에 아픔이 있었는데, 믿고 내보내주신 최순호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공을 팀에 돌렸다.

▲ 손준호 ⓒ한희재 기자

포항 화수분이 길러낸 '다른 떡잎'…입단 직후부터 '에이스'

2016 시즌 4경기 만에 '십자인대 파열' 시즌 OUT…0골 0도움

2017 시즌 4골 14도움 '도움왕'…"부상 전만 못하다? 2018 시즌엔 좋은 평가 듣겠다!"

손준호에게 2017시즌 특별했다. 그 말처럼 지난해 '아픔'이 있었다. '포항 화수분'을 잇는 재목으로 꼽히며 2014년 입단한 뒤, 첫 해부터 팀 주축으로 떠오르는 손준호는 2016년 시즌 초 악재를 만났다. 시즌 4경기 만에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고 그렇게 시즌을 마감했다. 4경기 출장 0골 0도움. 그의 2016시즌 기록이다.

긴 부상에서 돌아온 손준호는 묵묵히 뛰었다. 구단 관계자도 마음고생을 들여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내색 없이 시즌을 보냈다. 관계자는 "딱 경상도 남자 스타일이다. 은근히 포커페이스라서 옆에서 볼 때 특별히 힘든 줄 몰랐다. 이제 보니 마음고생을 그동안 꽤 한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손준호의 올시즌 하이라이트는 하반기였다. 구단도 "하반기 접어들면서 부상 전과는 또다른 스타일로 잘해 줬다. 역시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고 할 정도. 도움왕은 실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레이스였다. 시상식 당일 우찬양의 도움이 손준호로 바뀌지 않았더라면 2위 윤일록과 딱 1개 싸움이 될 뻔 했다.

미리 최종전을 마치고 TV로 FC서울 경기를 지켜봤다는 손준호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축구를 봤다"는 그는 '친구' 윤일록과 장외 경쟁 설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 결말은 훈훈했다. 윤일록이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냈단다.

"경기를 봤는데 일록이가 어시스트 하려고 하는 게 확실하게 보이더라. 내가 한 것 처럼. 보면서 조마조마했다. 경기 후엔 일록이가 먼저 연락을 했다. 일록이 때문에 경쟁하면서 내 기록도 올라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친한 친구로, 경기장에서는 경쟁자로 잘 지내고 싶다. 오늘(20일) 만나기로 했다."

포항 선수로는 2007년 따바레즈 이후 10년 만에 도움왕을 거머 쥐며 부활 신호탄을 쐈지만 손준호는 만족하지 않았다.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며 쏟아진 평가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다음 시즌 활약을 기약했다.

"돌아와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는데 안되고 팀이 하위스플릿에 가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다치기 전보다 몸이 덜 올라왔다는 말들도 있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플레이들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들리지 않나 생각한다. 더 잘 준비해서 다음 시즌엔 좋은 말 들으려 노력해야 될 것 같다. 다음 시즌에 대해선 구단과 아직 이야기 한 게 없다. 어떤 상황이 오던 선수로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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