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스타들. 왼쪽부터 조나탄, 이재성, 이근호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 2017년 3월 4일 토요일 개막전을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2017이 11월 19일 일요일 38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정규 라운드와 스플릿 라운드까지 대장정을 마쳤다. 20일에는 곧바로 K리그 대상이 열려 최고의 별을 추렸다. 스포티비뉴스는 한 해 동안 대한민국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벌어진 일들을 총정리했다. 위기론이 거셌던 한국 축구의 현 주소가 K리그 안에 있다. <편집자 주>

사람 있고 축구 있었다. 11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서로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많이 넣으면 이기는 게임. K리그 클래식 2017도 딱 그 룰 안에서 치러졌다. 다른 리그와 가장 달랐던 것? 사람, 결국엔 선수다.

스타가 없다?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별이 지듯 그들도 영원할 순 없다. 2018 시즌 누군가 치고 올라 오고, 그럼 자연스럽게 정상에서 한 걸음 물러서야 할 이들도 있을 터. 2017 클래식을 빛낸 별들이 과거가 되기 전, 그들을 돌아봐야 한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 '아저씨'들의 투혼 : 이동국부터 염기훈, 이근호, 데얀까지…RESPECT!

한 해 한 해 겨울이 거듭될 수록 추위에 뼈가 시리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게 나이가, 세월이 무상하다. 하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선수들이 2017 클래식에 있었다. 한 둘이 아니다. 만 38세 이동국(전북현대)부터, 만 34세 염기훈(수원삼성), 만 32세 이근호(강원FC)까지. 시계 태엽을 거꾸로 감았다. 노장 아닌 베테랑, 그보다 더 정겨운 우리말 '아저씨'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시즌이다.

'라이온킹' 이동국은 2017 클래식 역사의 페이지를 여러장 장식했다. 데뷔 이후 19시즌 만에 개인 통산 200골 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고, 70-70 클럽에도 최초 가입했다. 여기에 최종전에서 딱 10골을 채우면서 9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 기록을 이어갔다. 최강희 감독 말을 빌리자면 "서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나이". 하지만 그는 시간을 거꾸로 달려 또다시 전성기를 소환했다. K리그 시상식, 특별상도 베스트 포토상도 이동국 몫이었다.

염기훈도 빼 놓을 수 없다. 나이도, 포지션 변경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3년 연속 두자릿수 도움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원클럽 소속 최다 도움 기록도 갈아 치웠다. 여기에 60-60에도 역대 5번 째 가입했다. 이제 국가 대표까지 넘나드는 염기훈. 아내가 '오빠는 언제쉬어?'라고 그의 건강을 걱정했다지만, 그 말을 전하는 염기훈 표정은 '신남' 그 자체였다. 

▲ ⓒ한희재 기자

MVP 후보에까지 오른 이근호도 있다. 이근호는 강원에 둥지를 틀고 '들소'에서 '대관령 테베즈'로 한 층 업그레이드 됐다. 40-40 클럽 가입은 덤. 개인 통산 최다인 17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강원의 공격 핵으로 뛰었다는 게 팩트다. 베스트11에 윙어가 아닌 공격수로 후보가 된 뒤 "내가 거이 왜 있나" 싶었다면서도 결국 그 자리를 차지하고야 말았다.

여기에 '외국인 아저씨' 데얀(36·FC서울)도 건재하다. 데얀은 통산 300경기 기록을 올시즌 세웠다. 외국인으로는 최다 출장 기록이다. 여기에 득점은 19개나 올렸다. 득점왕 조나탄과 불과 3골 차이다.

◆ 스타의 탄생 : '괴물 신인' 김민재 & '대구 데헤아' 조현우 & '주맨' 주민규

새로운 얼굴들도 만날 수 있었던 2017 클래식이었다. 118표중 107표, 득표률 90.68%라는 가히 압도적인 득표를 올리며 '수비수 최초'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김민재(21·전북현대)가 역시 돋보인다. 김민재는 거의 전 포지션이 '국가 대표 급'이라는 전북에서도 당당히 한 포지션을 차지했다. '재목'이라는 게 최강희 감독의 한 줄평이다. 이재성에게 썼던 바로 그 표현이다. "야구, 농구에 빼앗긴 팬들을 되찾아 오겠다"는 다부진 신인. 아직 채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K리그에 대단한 센터백이 등장한 건 틀림 없어 보인다.

국가 대표 골키퍼들이 다 일본으로 떠나 어쩌나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역시 스타는 탄생하기 마련. 골키퍼 포지션에서는 조현우(26·대구FC)가 반짝였다. 비교적 전력이 약한 승격 팀 대구 골문을 지키면서 클린시트 10번을 기록했다. 그리고 BEST 11에 당당히 선정됐다. 2015시즌·2016시즌 챌린지 베스트 11에 이어 2017시즌 클래식 무대까지, 차세대 국가 대표 골키퍼로 발돋움 하는 그다. 하지만 만족은 없다. "잘한 점도 많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실점만 많지 않았다면 (대구가 순위표) 더 위로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 왼쪽부터 김민재, 조현우 ⓒ한희재 기자

여기에 '주맨' 주민규(27·상주상무)를 빼 놓으면 섭섭하다. 상주상무 입단으로 군입대와 동시에 클래식 무대를 밟은 주민규는 지겹게 따라 붙었던 '챌린지용'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냈다. 떼어낸 정도가 아니었다. 7경기 연속 골. 그러니까 지난 8월 12일부터 약 2달여 동안 열린 리그 7경기에서 골을 쏟아내면서 K리그 클래식 최다 연속골 타이 기록을 세웠다. 팀이 11위로 정규 리그를 마쳐 승강 플레이오프로 가면서 그 빛이 바라긴 했으나, 당시 '주맨'은 부르면 응답했다.

◆ '그뤠잇' 외국인 선수들 : 그리고 BEST11에는 없었다…조나탄 빼고

외국인 선수들 역시 '그뤠잇'했다. 몇몇만 꼽아봐도 그 활약을 가늠할 만 하다. 우선 조나탄(27·수원삼성)은 22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리그 MVP까지 넘봤다. 데얀은 앞서 말한 대로 외국인 선수 역사를 계속 걸었다. 여기에 마그노(29·제주)는 이적이 알려지기 전에도, 무산된 이후에도 늘 제주의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남았다.

대구는 아예 에반드로(30)-주니오(30)-세징야(27·이상 대구FC)로 이어지는 '외인 삼각편대'가 사실상 잔류를 이끌었다. 대구가 올시즌 기록한 게 딱 50득점. 그 가운데 세 선수 득점합이 30, 60%다.

▲ 클래식 베스트 11 영광의 얼굴들 ⓒ한희재 기자

베스트 11 영광의 얼굴엔 좀처럼 외국인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안주기 민망할 정도의 맹활약을 펼친 조나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벽을 넘지 못했다.

중앙 수비수 부문 리차드(26·울산현대), 왼쪽 미드필더 부문 로페즈(27·전북현대), 중앙 미드필더 부문 오스마르(29·FC서울), 오른쪽 미드필더 부문 마그노, 공격수 부문 데얀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13골 6도움, 단연 돋보였던 스탯을 보이고도 베스트에 들지 못한 마그노는 그 가운데서도 뜻밖이었다.

◆ 스타는 스타 : 'K리그 간판' 이재성 & '입단이 곧 적응' 김진수·김민우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지만 축구에서는 조금 다르다. 스타는 스타고, 실력이 어디 안간다. 이땐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을 쓴다.

역시 이재성(25·전북현대)은 이재성이었다. 이재성은 올시즌 리그 28경기에 나서 8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원터치로 팀 공격에 속도를 높이고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공간을 파고드는 타고난 센스와 재능, 그리고 노력. 팀 우승 일등공신이라는 데 감히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MVP까지 차지한 이재성은 2017 시즌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구단도 인정하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사기 캐릭터'. 최강희 감독이 더 좋은 구단이 있으면 보내 준다고 했다가, 이내 남아달라고 했다가 왔다갔다 할만하다.

▲ 왼쪽부터 MVP 이재성과 BEST11 좌측 DF 김진수 ⓒ한희재 기자

이재성이 어느덧 K리그 터줏대감이라면 이들은 '신입생'. 하지만 적응기간은 필요치 않았다. 시즌 내내 왼쪽 수비수 자리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김진수(25·전북현대)와 김민우(27·수원삼성)다. 김진수는 유럽 생활을 접고 전북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 김민우는 정든 사간도스를 떠나 수원에 둥지를 튼 역시 K리그 데뷔 시즌이었다.

'K리그 새내기'들은 무서웠다. 이내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고 베스트11에서도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단언컨대 왼쪽 측면 수비수 투표가 가장 어려웠다.

◆ 내일의 스타들 : U23 선수들과 U-20 대표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이제 내일의 스타들도 차차 점검할 때다. 올시즌 U23 선수들 가운데 이름 꽤나 알린 이들이 있었다. 김민재를 필두로 황현수(22·FC서울), 이영재(23·울산현대), 김진야(19), 하창래(23·이상 인천유나이티드), 한찬희(20·전남드래곤즈), 임찬울(23·강원FC) 등이 더 밝은 내일을 기약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비록 올시즌엔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으나 2017 U-20 대표팀 출신 선수들도 K리그에서 기량을 끌어 올리고 있다. 임민혁(20·FC서울), 이유현(20·전남드래곤즈), 이승모(19), 우찬양(20·이상 포항스틸러스) 등이다.

신구 조화. 따지고보니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던 2017 K리그 클래식. 2018 예비 스타들까지 들춰봤으니 이제 진짜 끝이다. 2017 시즌, THE END! 

글=조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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