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 2017년 3월 4일 토요일 개막전을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11월 19일 일요일 38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정규 라운드와 스플릿 라운드까지 대장정을 마쳤다. 20일에는 곧바로 K리그 대상이 열려 최고의 별을 추렸다. 스포티비뉴스는 한 해 동안 대한민국 프로축구에서 벌어진 일들을 총정리했다. 위기론이 거셌던 한국 축구의 현주소가 K리그 안에 있다. <편집자 주>

2017년 K리그는 바람 잘 날 없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 선수들은 그릇된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팬의 ‘과한 열정’은 폭력으로 변질됐다. 정확한 판정을 기대하며 도입된 비디오 판독(VAR)은 오히려 우려를 낳았다. 평생을 축구에 바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2017년 K리그에서 발생한 사건과 논란을 돌아봤다.

◆버스 막기, 폭행, 나치식 경례…선수의 '손가락 제스처'도

‘관중 소요사태’는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지난 8월 부천FC 관중 가운데 일부는 경남과 경기 진행 중 그라운드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경기 종료 후에도 화는 풀리지 않았다. 부천 팬들은 단체로 경남 선수단 및 응원단을 막고 나가지 못하게 했다. 경남 선수단 및 관계자는 두 시간여 동안 감금됐다. 부천은 예전부터 일부 극렬한 팬들의 관전 태도로 연맹의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적절한 후속, 재발 방지 조치는 없었고 사건은 재발했다. 

수원 삼성 팬들은 FC 서울 이적 후 친정과 경기에 출전한 이상호에게 물병을 투척했다. 10월에는 ‘나치 세리머니’로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한 소모임의 일부 회원이 조나탄을 향해 나치식 경례를 했다. 수원 구단은 “부적절한 정치적 퍼포먼스에 관해 심각성을 전달했으며 해당 팬 두 명에게 1년간 홈경기 입장 금지 징계를 내렸다”고 전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2명은 지난 5일 전남과 경기 후 심판 판정에 항의했다. 여성 경호원이 제지했고 불필요한 접촉이 있었다. 경호 팀은 경기 후 사과만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해당 팬을 찾았다. 이때 경찰을 대동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을 대동해 오해가 생겼다. 

인천 팬들이 흥분했고 이때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를 전남 그라운드 매니저가 촬영했고, 인천 팬들은 “사진 찍지말라”며 항의했다. 전남의 명예기자는 머리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제스처를 취했고 흥분한 인천 팬 2명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매니저의 휴대폰을 뺏는 등 물리적인 마찰이 생겼다.

수원 삼성 매튜는 불필요한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다. 매튜는 지난달 전북과 경기에서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매튜는 이동국에게 다가가 노골적으로 검지와 엄지손가락을 비볐다. ‘돈’을 뜻하는 행동이었다. 연맹은 매튜에게 2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2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 이동국에게 손가락 제스처를 하는 매튜(오른쪽).

◆정확한 판정 기대했지만…오히려 논란이 생긴 ‘VAR’

이번 시즌 K리그의 초반은 오심으로 물들었다. 3라운드 서울-광주전에는 결정적인 오심이 나왔다. 광주는 '등에 맞은 공' 때문에 핸드볼 파울 선언을 받은 뒤 흔들리며 1-2로 졌다. 5라운드에서는 인천 한석종이 가격이 아닌 '스친 팔' 때문에 퇴장당했다. 판정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VAR) 도입 시기가 앞당겨졌다. 

그러나 7월 초 도입된 VAR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VAR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한 심판 관계자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큰 효과를 보려고 했는데 큰 개입으로 미미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VAR의 허점을 지적했다. 심판 관계자는 VAR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범위'를 꼽았다. VAR이 애매한 상황에서 가동되며 판정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 7월 도입된 VAR은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한희재 기자

9월 열린 대구와 전북의 경기는 올해 최고의 화두로 남았다. 대구는 2골이 VAR로 취소됐다. 대구 주니오가 골을 넣었지만 VAR 끝에 신형민과 벌인 몸싸움이 반칙으로 판정돼 득점이 번복됐다. 더 큰 논란을 나은 건 에반드로의 득점이다. 후반 40분 대구 조현우의 골킥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대구는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고 세징야의 크로스를 받은 에반드로가 골을 넣었다. 후반 막판 2-1로 만들어 승리를 눈앞에 둔 대구였지만 VAR로 골이 취소됐다.

골 취소의 이유는 조현우의 골킥이었다. 공을 정지한 후 차야 하는 골킥에서 공을 굴려 찼고 이 때문에 에반드로의 골이 취소됐다. 대구의 안드레 감독 대행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1-1로 끝났다.

선수와 감독이 직접 VAR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포항 김승대는 8월 VAR 확인 뒤 퇴장 판정이 나오자, 경기장을 나가면서 “VAR을 왜 하냐”는 등 욕설이 섞인 부적절한 발언을 하며 중징계를 받았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10월 전북과 경기 직후 라커룸에서 “너무한 거 아니야. 한두 번도 아니고”라며 VAR이 공정하게 선언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사람의 목숨이…전북 前 스카우트 사망 사건 

평생 축구만 바라보며 살아온 한 사람이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심판 매수’ 사건에 연루됐던 전북 현대의 전 스카우트 A 씨(50)는 6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2013년 K리그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를 받았고 지난해 9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2002년부터 14년 동안 전북에서 일했고 사건 발생 후 팀을 떠났다.

축구계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없는 A 씨는 생활고를 겪었다. A 씨는 사망 3일 전인 6월 13일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및 축구 관계자 20여 명을 만났다. 경찰 관계자는 “최강희 감독이 보상책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을 코치들을 통해서 A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A 씨는 평생 축구만 해온 사람이다. 심판 매수 사건 이후에 축구계에 종사할 수 없게 모든 길이 막혔다. 평생 축구만 한 사람의 길이 막히니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는 유족의 진술이 있다”고 밝혔다.

전북 구단 및 관계자, 팬들을 큰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다. A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글=정형근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