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중국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축구 역사는 우승 팀을 먼저 기억한다. 하지만, 때로는 악몽같은 기억이 더 선명할 때가 있다. 동아시안컵이라는 이름으로 2003년 출범한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에 최다 우승과 악몽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동아시아축구연맹은 2002년 5월 28일 일본에 근거지를 두고 발족했다. 한일 월드컵으로 동아시아 축구 열기와 인프라가 절정으로 향하던 시기.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홍콩, 북한, 마카오, 몽골, 대만, 괌 등이 가입했고 2008년 북마리아나제도가 10번째로 합류했다.

EAFF가 처음 연 대회는 클럽 수준에서 한중일 3국의 챔피언이 참가하던 A3 챔피언스컵. 이 대회는 2003년 초부터 2007년까지 열렸다. 2008년 재정 문제로 취소된 이후 사실상 폐기된 상황이다. 이밖에 연령별 대회와 풋살 대회도 열렸으나 꾸준히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은 국가 대표 팀이 참가하는 E동아시안컵이다.

동아시안컵은 1990년 시작한 다이너스티컵을 모태로 한다. 동아시아 축구 4개국이 2~3년 주기로 교류전을 치렀다. 1990년 중국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했고 이후 1992년 중국, 1995년 홍콩, 1998년 일본 대회를 내리 일본이 우승했다. 김주성이 1990년 초대 대회 MVP가 된 이후 일본이 3연속 우승하며 미우라 가즈요시, 이하라 마사시, 나카타 히데토시 등 스타 선수를 배출했다.

◆ 초대 챔피언 한국, 일본에 다득점으로 앞선 두 번의 우승

한일 월드컵의 기운을 이어 2003년 일본에서 열린 첫 동아시안컵 우승을 ‘4강 신화’의 여운이 남아 있던 한국이 차지했다. 한국은 홍콩과 첫 경기에서 김두현의 두 골, 안정환의 쐐기 골로 3-1 승리를 거뒀고, ‘을용타’ 사건을 낳은 격전 끝에 중국과 2차전에서 유상철의 결승 골로 1-0으로 이겼다. 일본과 마지막 경기는 공격수 오쿠보가 전반 18분만에 두 장의 경고를 받고 퇴장당하는 등 치열했다. 

한일전은 득점없이 비기면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2승 1무를 기록했고, 골 득실 차도 +3으로 같았다. 한국이 4득점 1실점, 일본이 3득점 무실점을 기록해 다득점 우선 규정으로 한국이 초대 챔피언이 됐다. 동아시아 챔피언이 되는 것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1년 앞둔 2005년 여름, 제2회 대회가 한국에서 열렸다. 한국은 안방 대회에서 약했다. 중국과 첫 경기에서 순시앙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김진규가 동점 골을 넣어 1-1로 비겼다. 북한과 2차전은 득점없이 비겼고,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선 후반 41분 나카자와에게 결승 골을 내줘 0-1로 졌다. 2무 1패로 4개 팀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북한에 2-0 승리를 거두고 한국, 일본과 비긴 중국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 한국은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중국과 A매치에서 처음으로 졌다. 사진은 당시 골키퍼 이운재. ⓒ게티이미지코리아

2008년 중국 대회는 박주영, 이근호, 염기훈 등 당시 떠오르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국내파 멤버가 강했던 한국이 우승했다. 한국은 중국과 첫 경기에서 박주영의 2골과 후반 추가 시간 곽태휘의 결승 골로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북한전에는 염기훈의 선제골 이후 정대세가 동점 골을 넣어 1-1로 비겼다.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도 염기훈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야마세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일본과 나란히 1승 2무를 기록했고 골 득실 차 타이였으나 이번에도 다득점 우위로 우승했다.

◆ 중국의 강세, '공한증' 깨진 2010년 대회

2010년 일본 대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열리는 해 2월에 개최됐다. 한국은 홍콩과 첫 경기에서 김정우, 구자철, 이동국, 이승렬, 노병준 등이 득점해 5-0 대승을 거뒀으나 2차전에서 중국에 0-3으로 완패했다. 공식 A매치 기록 집계 역사상 중국에 당한 첫 번째 패배. 공한증이 깨졌다. 

중국은 전반 5분 위하이, 전반 27분 가오린, 후반 15분 덩주오샹이 득점하며 '허정무호'에 타격을 줬다. 이 패배는 동아시안컵을 이야기할 때 가장 상징적으로 떠오른다. 그래서 우승의 기억보다 악몽의 기억이 짙다. 

한국은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이동국, 이승렬, 김재성의 골로 3-1 승리를 거뒀지만 2승 1무의 성적을 거둔 중국이 두 번째 우승을 이뤘다. 

▲ 2013년 안방에서 치른 한일전에서 패배한 한국.

◆ 한국, 안방 대회 무승…2015년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

2013년 대회는 7월 한국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사령탑을 맡아 처음 출항한 대회. 이 대회에는 몽골이 징계로 불참한 가운데 호주가 초청 팀으로 예선전부터 참가했다. 예선을 가뿐히 돌파한 호주가 본선 시드를 받은 한중일 3국과 경기했다.

한국은 호주와 첫 경기에서 좋은 내용의 경기를 했으나 득점없이 비겼다. 중국과 2차전도 선수 실험을 진행한 가운데 득점없는 무승부. 마지막 일본과 경기에서 가키타니가 전반 24분 선제골을 넣었고, 윤일록이 전반 33분 '홍명보호'의 첫 득점을 기록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후반 추가 시간 가키타니가 결승 골을 넣었다. 일본이 2승 1무로 우승했고, 한국은 2무 1패로 3위에 그쳤다. 

2015년 대회는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렸다. 덥기로 유명한 지역에서 열려 체력이 중요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나선 이 대회에서 한국은 중국과 첫 경기에서 김승대, 이종호의 골로 2-0 승리를 거둔 뒤 장현수가 페널티킥 선제 골을 넣어 일본과 1-1로 비겼다. 북한전은 득점없는 무승부. 1승 2무를 기록했으나 중국과 북한이 1승 1무 1패. 일본이 2무 1패로 부진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동아시아 풋볼 챔피언십, 2013년과 2015년에 동아시안컵으로 불렸다. 2017년 일본 대회부터 EAFF E-1 풋볼 챔피언십으로 새 이름을 달았다. 동아시아 축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월드컵을 반 년여 앞둔 시점에 열려 집중도와 기대감이 높다. 남자부 경기는 12월 9일 시작한다. 한국은 9일 중국, 12일 북한, 16일 일본과 차례로 경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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