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와 수아레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네이마르의 이탈로 MSN 트리오가 해체된 FC바르셀로나는 더 실리적인 팀이 됐다.

리오넬 메시가 2012-13시즌 4강 2차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교체로 출전했다. 바르사는 23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알리안츠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시즌 UCL D조 리그 5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메시에게 휴식이 필요했다"며 교체로 출전시킨 이유를 밝혔다. 유벤투스전에서 실리를 찾겠다는 뜻이었다.

바르사는 지난 여름 네이마르를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시켰다. 대체 선수로 필리피 쿠치뉴(리버풀)을 고려했지만 리버풀의 완강한 거부에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다. 여름에 영입한 제라르드 데울로페우는 전형적인 측면 플레이어고, 파울리뉴는 활동량이 풍부한 중앙 미드필더다. 네이마르를 대체할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바르사는 더 철저히 메시 중심의 팀이 됐다. 

사실상 최근 바르사는 전형적 윙어가 없는 축구를 한다. 센터포워드 루이스 수아레스가 폭넓게 움직이며 미끼가 되고 메시가 중앙으로 자주 이동해 공간을 활용하는 형태를 주로 썼다.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 때론 메시가 미드필더처럼 후방으로 내려오고, 영리한 바르사 미드필더들이 전진하면서 수비 형태를 흩뜨렸다. 측면 공격은 풀백의 공격 가담으로 해결했다.

유벤투스전에서 바르사의 자세 자체가 실리적이었다. 바르사는 3승 1무로 조 1위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급한 쪽은 유벤투스였다. 유벤투스가 최근 흔들리고 있지만, 수비가 강점이고 저력이 있는 팀이다. 무리하게 바르사가 먼저 공격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프리메라리가 2위 발렌시아와 맞대결를 앞둔 시점이었다. 발베르데 감독은 메시와 함께 조르디 알바도 후반에 교체로 투입하면서 체력을 안배했다.

경기 운영도 실리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바르사는 4-3-3 포메이션을 오랫동안 사용했지만, 유벤투스전에서도 4-4-2에 가까운 형태로 경기를 운영했다. 중원의 가장 깊은 곳에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두고 이반 라키티치, 파울리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그 앞을 지켰다. 바르사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회를 만들었고 수비도 견고했다. 예전처럼 많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의 선방이 더해지면서 조 1위를 확정했다. 또 한 번 무승부가 더해지기는 했지만 바르사가 잃은 것은 없었다. 

특히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0-3으로 패할 때처럼 두드리다가 역습에 무너지지도 않았다. 유벤투스가 그때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바르사가 경기를 운영한 방식은 안정적이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23일 "바르사가 실리적인 방식으로 16강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경기력이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바르사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옳은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바르사의 득점 페이스는 전혀 문제가 없다.(12라운드 기준, 2015-16 시즌 29골 12실점, 2016-17 시즌 32골 13실점, 이번 시즌 33골 4실점) 경기 내용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폭발적인 공격력을 내진 못한다. 조금 더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메시를 중심으로 한 공격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며 승리로 이끌고 있다. 메시의 존재 유무가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고민거리로 남아 있긴 하다.

가장 강한 팀, 즉 우승을 차지하는 팀을 최고의 팀으로 기억한다. 이번 시즌의 바르사는 화려한 맛은 덜하지만, 어떤 팀보다 착실하게 승리를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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