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미들급 챔피언벨트를 잃고 3주 만에 다시 옥타곤에 선 전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38, 영국)이 또 무릎을 꿇었다.

25일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22 메인이벤트 미들급 9위 켈빈 가스텔럼(26, 미국)과 미들급 대결에서 1라운드 2분 30초에 KO로 졌다.

UFC 20승으로 현 미들급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와 함께 역대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던 비스핑은 최다승 기록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복싱 대결에서 가스텔럼에게 완패했다.

비스핑은 노련하게 거리를 잡으려 했지만 가스텔럼의 기세가 워낙 맹렬했다. 짧은 거리에서 계속해서 붙어 때리니 비스핑으로선 타격 타이밍을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가스텔럼의 묵직한 공격에 비스핑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러다가 1라운드 중반 펀치를 교환할 때 가스텔럼의 오른손 훅과 왼손 스트레이트 콤보가 턱을 강타했다. 비스핑은 큰 충격에 눈이 풀리면서 쓰러졌다.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2009년 UFC 100에서 댄 헨더슨에게 당했던 실신 KO 패배가 떠오른 장면이었다.

비스핑은 지난 5일(이하 한국 시간) UFC 217 메인이벤트에서 생피에르에게 3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졌다.

약물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앤더슨 실바(42, 브라질)의 대체 선수를 자원해 약 3주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섰다.

비스핑의 연패는 데뷔하고 처음이다. 통산 전적은 30승 9패가 됐다.

비스핑은 "난 오늘 졌지만 충분히 즐겼다"며 "나는 나이가 들었지만 가스텔럼은 젊고 미래가 창창하다. 그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희망했던 대로 지난 3월 영국 대회에서 은퇴할 것인지 묻는 말에는 즉답을 피했다.

가스텔럼은 미들급으로 올려 상종가다. 조니 헨드릭스, 팀 케네디를 연달아 잡았다. 지난 7월 크리스 와이드먼에게 덜미가 잡혔지만 비스핑이라는 대어를 잡고 랭킹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산 14번째 승리(3패)다.

UFC 4연승 리징량 '탄탄대로'

리징량(31, 중국)은 UFC에서 중국 선수로는 가장 입지가 탄탄하다. 지난 2014년 데뷔하고 5승 2패 UFC 전적을 갖고 있다. 폭발적인 타격 능력을 뽐내며 3연승을 달렸다. UFC 최초 중국 대회에 코메인이벤터로 배치된 이유가 있었다.

리징량의 폭발적인 타격 능력은 명불허전이었다. 베테랑 잭 오토(30, 미국)를 단 3분 만에 쓰러뜨렸다. 시작부터 끝까지 공격에 고삐를 당겼다. 1라운드 중반 묵직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오토를 눕혔다. 오토는 일어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소나기처럼 퍼붓는 파운딩에 무릎을 꿇었다. 타격 횟수 27-5, 적중 횟수 26-5로 압도적인 경기였다.

리징량은 UFC 4연승, 통산 전적을 14승 4패로 쌓고 UFC에서 떠오르는 스타임을 증명했다. UFC에서 4번째 KO 승으로 2014년 이후 웰터급에서 닐 매그니, 마이크 페리, 산티아고 포르지니비오와 함께 최다 횟수다. 리징량은 중국 관중의 응원을 유도한 뒤 "체급에 있는 선수들을 모두 꺾은 다음에 타이틀전을 하겠다"고 포효했다.

방어에 일가견 있는 오토는 리징량의 폭발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15승 5패, UFC 전적은 2승 2패가 됐다.

죽었다 살아났지만…

1라운드 막판 왕관(31, 중국)이 왼손 스트레이트로 알렉스 카세레스(29, 미국)를 쓰러뜨리고 파운딩을 퍼붓자 심판이 두 선수를 황급히 떼어놓았다. 카세레스는 눈과 다리가 풀렸다. 그런데 세컨드와 닥터가 그를 코너로 데려갔다. 심판의 수신호는 경기 종료가 아닌 1라운드 종료 신호였다.

절치부심한 카세레스는 1라운드에서 보였던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하게 2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왕관의 타격 능력이 단단했다. 카세레스의 변칙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제 페이스를 유지했다. 2라운드, 3라운드에 몇 번씩이나 주먹으로 카세레스를 쓰러뜨렸다. 3라운드 종료 내내 왕관이 몰아가고 카세레스가 물러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심판 판정은 엇갈렸다. 29-28, 29-28, 28-29. 3명 가운데 1명이 카세레스의 손을 들었다. 비록 왕관의 승리는 끝났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겼다.

왕관은 '동북의 호랑이'라는 링네임으로 중국 격투기가 주목하는 선수다. 지난 2월 UFC와 계약하고 싱가포르 대회 출전을 추진했지만 부상으로 데뷔전을 미뤘다. UFC 데뷔전 승리로 5연승, 통산 전적을 17승 1무 1패로 쌓았다.

지난 7월 로날도 디를 상대로 2연패를 끊었던 카세레스는 연승에 실패했다. 통산 13승 11패가 됐다. 최근 9경기에서 3승 6패로 부진하다.

쿵푸의 왕…그라운드 싸움에 무릎 꿇다

무슬림 살리코프(33, 러시아)의 링네임은 '쿵푸의 왕'이다. 러시아 전통 무술인 삼보 대신 중국 무술을 배운 다소 특이한 케이스다. 살리코프는 2006년 중국 무술 우슈의 겨루기 종목인 산타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 비(非)중국인으로는 역대 최초로 이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2011년 종합격투기로 전향해 화려한 타격 실력을 바탕으로 12승 1패 전적을 쌓고 옥타곤에 입성했다. 산타의 본거지인 중국에서 옥타곤 데뷔전. 그에겐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스치면 간다'는 그의 '중국식 타격'은 나오지도 않았다. 살리코프는 자신과 역상성인 주지떼로 알렉스 가르시아(30, 도미니카공화국/캐나다)를 만나 고전했다. 공격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일어서 있는 시간보다 바닥에서 뒹구는 시간이 더 길었다. 2라운드 중반 리어 네이키드에 졸려 탭을 쳤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UFC에서 종합격투기의 쓴맛을 본 셈이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패배. 통산 12승 2패가 됐다.

2014년 8월 닐 매그니에게 진 뒤 5경기에서 2승 3패로 주춤했던 가르시아는 중국에서 값진 승리를 챙겼다. 통산 15승 5패. 7번째 서브미션 승리이자 6번째 리어 네이키드 초크 승리다.

가르시아는 중국 팬들에게 "200전 이상 쿵푸를 한 선수를 이겨서 기쁘지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었다. "상대가 타격을 잘하기 때문에 압박해서 테이크다운을 하자고 작전을 세웠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경기할 수 있다. 오는 17일 캐나다 대회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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