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억’이다. 영화 ‘기억의 밤’은 바로 그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은 1997년을 배경으로 한다. 진석(강하늘)과 유석(김무열)은 둘도 없는 형제사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유석은 동생 진석의 우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보는 앞에서 형 유석이 납치를 당하고, 진석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는 형사들의 말에 거슬린다.

하루 하루 힘들게 지내던 진석 앞에 유석이 나타났다. 유석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진석은 유석이 낯설기만 하다. 알 수 없는 외출은 물론, 자신을 감시하는 듯 한 느낌도 든다.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가 바뀌기도 하고, 생전 피우지 않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자신이 본 유석의 모습을 믿지 못하면서 혼란을 겪는 진석 앞에 더 큰 진실이 다가서 있다. 형 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이 의심스럽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의미하는, 이 안에 감춰진 진실을 마주한 진석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믿지 못한다.

‘기억의 밤’은 반전을 거듭한다. 어떤 이들은 반전을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 반전, 진실을 향해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냈다. 과한 긴장을 위한 음향 보다는 배우들의 표정과 숨소리에 집중했다. 미세하게 변하는 진석의 표정은 관객들의 몰입을 높인다.

▲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촘촘하게 쌓아가던 감정은 반전이 밝혀지면서 한 순간에 터진다. 여러 방향으로 한 추리는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고, 다소 허무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허무한 감정은 진석과 유석의 마음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 안에 스릴러적 장치 뿐만 아니라 1997년 가족 붕괴를 담고자 했다. 수많은 가족들이 해체됐고, 돈으로 인해 무너졌다. ‘기억의 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시대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 우리가 살고 있는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밀도 있게 그려내지는 못했다.

영화의 엔딩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온 건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29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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