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스타 오브레임은 2012년 약물검사 양성반응이 나오기 전 근육덩어리였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근육으로 된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2007년 라이트헤비급에서 헤비급으로 완전히 체급을 올린 알리스타 오브레임(37, 네덜란드)은 무시무시한 화력을 앞세워 상대들을 쓰러뜨렸다.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게 KO로 졌지만, 마이클 냅·폴 부엔텔로·이태현·마크 헌트·게리 굿리지·토니 실베스터·제임스 톰슨·후지타 가즈유키·브렛 로저스·토드 더피·파브리시우 베우둠을 꺾었다.

특히 2011년 12월 31일 UFC 141에서 힘의 대명사인 전 UFC 헤비급 챔피언 브록 레스너를 미들킥과 펀치로 손쉽게 잡아 전 세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헤비급으로 전향한 2007년 6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12승 1패 1무효 전적을 쌓았다. 2010년에는 벤 에즈워즈·타이론 스퐁·고칸 사키·피터 아츠를 이기고 K-1 월드 그랑프리 챔피언에도 올랐다.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과 드림 헤비급 챔피언벨트도 갖고 있었다. 당시 최강의 파이터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2012년 약물검사 양성반응을 보인 뒤 갑자기 많은 게 변했다. 오브레임의 몸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근육이 점점 탄력을 잃었다. 게다가 맷집이 약해진 듯, 안토니오 실바·트래비스 브라운·벤 로스웰에게 KO로 졌다. 거침없이 달려들어 상대를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리던 '육식 두더지'는 더 이상 찾기 힘들었다.

▲ 프란시스 은가누는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빠르게 성장한 '강백호' 같은 파이터다.

그는 전진형 '인파이터'에서 전략형 '아웃파이터'로 변신했다. 신중히 거리를 두고 있다가 카운터펀치를 날린다든가,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갔다가 빠지는 움직임으로 UFC 헤비급에서 살아남았다. 6년 전 오브레임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오브레임은 오는 3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UFC 218에서 흥미로운 상대를 만난다. 미래의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프란시스 은가누(31, 카메룬)다.

은가누는 카메룬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마이크 타이슨처럼 되겠다는 목표로 복싱을 시작했다. 프랑스로 넘어와 종합격투기를 처음 접하고 챔피언의 꿈을 키운 게 2013년 8월. 훈련한 지 3개월 만에 데뷔해 승리하더니 2015년 12월 5승 1패 전적으로 옥타곤에 입성했다. 초고속 성장이었다.

은가누는 힘과 탄력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백호' 같은 괴물 파이터다. 루이스 엔리케·커티스 블레이즈·보얀 미하일로비치·앤서니 해밀턴·안드레이 알롭스키를 연파해 UFC 헤비급 랭킹 4위까지 올랐다.

은가누는 두려움 없이 상대에게 붙어 타격전을 거는 '육식 두더지' 시절 오브레임과 닮았다. 기술과 경험에서 2011년 오브레임에게 밀릴지 모르지만, 힘과 압박에선 대등한 수준.

은가누는 최근 오른손 스트레이트 파워가 123,161 포인트로 측정돼 타이론 스퐁의 114,000 포인트를 앞섰다. UFC 경기력 연구소는 세계 최고 펀치 파워라고 평가했다.

▲ 알리스타 오브레임은 전진형 인파이터에서 전략형 아웃파이터로 변신했다.

오브레임은 6년 전 자신을 닮은 '육식동물' 은가누를 어떻게 상대할까? 황소를 잡는 투우사처럼 기회를 엿보고 판정까지 내다본 포인트 싸움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힘과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기세 좋은 파이터와 정면 승부하는 게 영리한 선택은 아니라는 걸 오브레임은 경험으로 잘 안다.

은가누에겐 일생일대의 기회다. 자신이 만나는 가장 강한 상대 오브레임을 잡으면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정체돼 있던 헤비급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 얼굴이라 UFC는 그를 '라이징 스타'라고 평가하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상대를 깨부수는 경기 스타일로 흥행 파이터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오브레임이 옥타곤 데뷔전에서 레스너를 잡은 것보다 더 강한 인상을 이번 경기에서 남길 수 있을 것인가?

UFC 218은 다음 달 3일 스포티비 온, 스포티비 나우에서 생중계된다. 메인이벤트는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와 도전자 조제 알도의 페더급 타이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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