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목동,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저 자신을 되찾은 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대회에 출전할 때 무엇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최대한 즐기면서 타도록 노력했습니다."

2016년 1월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깜짝 놀라게 만든 '피겨스케이팅 신동'이 돌아왔다. 13살 소녀 유영(과천중)은 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년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2차 대회(회장배랭킹전)에서 총점 197.56점으로 여자 싱글 1그룹에서 우승했다.

이 경기에서 유영이 받은 197.56점은 국내 대회 여자 싱글 점수 가운데 김연아(27)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지난 7월 1차 대회 여자 싱글 주니어부에서 김예림(14, 도장중)은 193.08점을 받았다. 5개월 뒤 열린 2차 대회에서 유영은 김예림이 세운 점수를 뛰어넘었다. 특히 200점에 근접한 점수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유영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인정한 개인 최고 점수는 지난 10월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세운 177.7점이다. 이번 코리아 챌린지 2차 대회에서 받은 점수는 국내 대회에서 얻었기에 공식 점수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펼치며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 2017년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2차 대회 여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는 유영 ⓒ 연합뉴스 제공

피겨스케이팅 신동의 재림, 점프 비거리-표정 연기 한층 발전

유영은 지난해 1월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만 11살 8개월이었던 유영은 김연아(27)가 세운 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김연아는 만 12살 6개월에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6년 겨울, 한국 피겨스케이팅 중심에는 유영이 있었다. 그는 '천재 소녀'로 평가받으며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유영의 상승세는 그해 10월 회장배랭킹전 우승을 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는 경쟁자인 임은수(14, 한강중) 김예림을 제치고 한국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해 1월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 71회 종합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그쳤다. 당시 감기몸살로 고생한 유영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잦은 실수를 하며 무너졌다.

유영은 올해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그는 첫 주니어 시즌을 앞두고 훈련지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크리켓 컬링 & 스케이팅 클럽으로 옮겼다. 이곳은 유영의 우상인 김연아가 구슬땀을 흘린 장소다. 또한 차준환(16, 휘문고)의 훈련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유영은 세계적인 점프 전문가인 지슬란 브라이어드(캐나다)의 지도를 받았다. 유영은 "유명한 선수들 많으니까 분위기 다르다. 선수들의 스케이팅이 매우 빠른 점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링크장이 따뜻한 점이 좋았다. 선수들 대부분이 다 스케이트를 잘 타다 보니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쾌적한 환경에서 유영은 점프를 보완했고 장기인 표정 연기도 업그레이드했다. 올 시즌 그는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처음 섰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특히 러시아와 일본 선수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10월 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여자 싱글에 출전한 유영은 총점 163.42점으로 4위에 올랐다. 이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유영은 트리플 플립과 러츠가 회전수가 부족해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지적됐다.

10월 중순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7차 대회에서는 ISU가 인정한 개인 최고 점수(177.7점)를 받으며 5위에 올랐다. 짧은 기간 유영은 점프를 보완했고 표현력도 한층 성숙해졌다. 5차 대회를 뛰어넘는 점수를 기록했지만 트리플 플립이 어텐션(점프의 에지가 모호하다는 판정) 판정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 유영은 "주니어 그랑프리 때는 점프를 고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약간 흔들렸는데 이번에는 거의 고친 것 같아서 잘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뒤 지도자인 지슬란 브라이어드(뒤쪽) 코치와 포옹하는 유영 ⓒ 연합뉴스 제공

이번 코리아 챌린지 2차 대회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유영은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 특히 그의 프로토콜은 깨끗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가 1.28점의 높은 수행점수(GOE)를 챙겼다.

옥에 티는 트리플 플립이다. 이 점프를 뛴 뒤 착지가 약간 흔들렸던 유영은 0.23점이 깎였다. 그러나 트리플 루프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루프 + 더블 루프 트리플 살코 더블 악셀을 모두 깨끗하게 해냈다.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수행점수가 1.4점이나 나왔다. 브라이어드 코치의 지도를 받은 유영의 점프는 비거리가 한층 좋아졌다. 유영은 "코치님은 점프를 뛸 때 최대한 스피드를 살리라고 주문하셨다. 스피드가 있어야 점프도 좋게 나올 수 있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유영은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 OST에서 인상적인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 이 점에 대해 그는 "캐나다에서 표현력에 대해 특별히 수업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안무가인 셰린 본에게 안무를 받을 때 표현력도 알려주셨다"고 밝혔다. 유영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타고난 끼'다.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을 살리는 타고난 재능을 이번 프로그램에 불어넣었다.



트리플 악셀과 4회전 점프도 연습 중…국제 대회 경쟁력이 과제

유영은 캐나다에서 정해진 훈련이 끝나면 남은 시간은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도 연습했다. 트리플 악셀이 잘 나왔지만 언제 프로그램에 넣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유영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여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귀국했다. 이후 국내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한 그는 프로그램 완성에 박차를 가했다. 코리아 챌린지 2차 대회에서 "저 자신을 되찾았다"고 말한 유영은 "예전에는 대회에서 무엇을 꼭 이루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최대한 즐기면서 스케이트를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전지훈련의 성과와 유영의 새로운 마음가짐은 200점에 가까운 점수로 나타났다. 유영은 피겨 삼총사 가운데 타고난 재능적인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앞선다. 짧은 기간은 점프를 보완했고 비거리가 넓어졌다. 여기에 프로그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표현력도 한층 발전했다.

▲ 왼쪽부터 김예림, 임은수, 유영 ⓒ 스포티비뉴스

유영은 어린 나이 때문에 내년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평창올림픽에는 지난 7월 1일 기준으로 만 15세 이상 선수만 출전한다. 이제 만 13살인 유영과 14살 동갑내기인 김예림과 임은수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목표다.

유영과 김예림, 임은수의 공통점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당시 여자 싱글 최고 점수였던 228.56점을 받고 우승한 장면을 계기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영은 "밴쿠버 올림픽 때 (김)연아 언니의 경기를 본 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진정한 '김연아 세대'인 유영은 "평창 올림픽에는 나갈 수 없지만 다음 올림픽 때까지 최대한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직 13살 소녀인 유영이 걸어갈 길은 창창하다. 내년에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또한 한층 성장한 기량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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