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목동,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제가 땄다고 해서 반드시 제가 가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훈련이 끝난 뒤 코치 선생님이 시키지 않은 운동도 추가해서 했어요."

때론 꾸준하고 성실한 자세가 타고난 재능을 이길 때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한결같이 성실한 자세로 달려온 이준형(21, 단국대)이 평창 올림픽 출전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준형은 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년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2차 대회(회장배 랭킹전)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5.76점 예술점수(PCS) 78.76점 감점(Deduction) 1점을 합친 152.78점을 받았다.

총점 230.4점을 받은 이준형은 224.66점으로 2위에 오른 차준환(16, 휘문고)을 제치고 이번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준형은 지난 7월 열린 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도 228.72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애초 이번 평창 올림픽 선발전은 차준환이 출전권을 거머쥘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랫동안 올림픽 출전을 위해 달려온 이준형의 의지는 2차 대회까지 빛을 발휘했다.

▲ 이준형 ⓒ 한희재 기자

트리플 악셀과 비점프요소로 4회전 점프 부재 극복

이준형은 피겨스케이팅 지도자인 어머니 오지연 코치(49)의 영향으로 스케이트를 신었다. 2013년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2014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그는 김진서(21, 한국체대)와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쌍두마차로 활약했다. 2015년과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시련이 닥쳤다. 2015년 교통사고로 허리 통증이 생기며 슬럼프에 빠졌다. 올해 1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5위에 그쳤다.

그러나 허리 통증을 털어낸 그는 7월 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 부활했다. 후배인 차준환처럼 4회전 점프는 없지만 탄탄한 스케이팅 스킬을 바탕으로 한 경기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1차 선발전 1위에 오른 이준형은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에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었다. 상위 6위 안에 진입해야 올림픽 출전권 확보가 가능했다. 이준형은 부담감을 털어내고 이 대회에서 국제 대회 개인 최고 점수인 222.89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 이준형 ⓒ 한희재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 올림픽 출전권을 안기고 귀국한 그는 "그래도 제가 올림픽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평창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무대에 서려면 후배인 차준환과 김진서를 뛰어넘어야 했다.

차준환은 지난 시즌 주니어 무대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뛰며 경쟁력을 갖췄다. 김진서도 쿼드러플 토루프를 시도한다. 이와 비교해 이준형은 기술 기초 점수에서 이들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약점을 보완했다.

이준형은 "아직은 완전하지 못한 4회전 점프를 하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이준형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 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뛰었다. 이 기술에서는 수행점수(GOE) 1점을 챙겼다. 두 번째 트리플 악셀에서는 착지가 흔들렸지만 트리플 루프 트리플 플립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 + 더블 토루프 + 더블 루프를 실수 없이 해냈다. 트리플 살코를 더블로 처리하고 트리플 러츠에 실패한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스텝시퀀스와 체인지 시트 스핀,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4를 기록했다.

4회전 점프의 부재를 트리플 악셀과 비점프 요소로 극복했다. 또한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에서 78.76점을 받으며 평창 레이스 선두를 지켰다.


멈추지 않은 4회전 점프 도전 "완성도 높아지면 뛰겠다"

이준형은 "3차 대회에서는 4회전 점프를 넣어서 경기하면 좋겠다. 완성되면 프리스케이팅에 하나 정도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자신 있게 뛰는 점프는 플립이다. 쿼드러플 플립을 연습 중인 그는 이 점프가 완성되면 언제든지 프로그램에 넣고 싶다고 밝혔다. 이준형에게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3차 선발전이다. 2차 선발전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는 평창 올림픽 출전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이후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대회를 생각할 때 4회전 점프는 필요하다.

평창 올림픽은 3차례 걸쳐 진행되는 3개 대회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이에게 출전권이 주어진다. 2차 선발전까지 이준형이 기록한 점수는 459.12점이다. 431.58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차준환과 점수 차는 27.54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준형은 2위와 점수 차를 더 벌렸다. 그러나 여자 싱글과 달리 남자 싱글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차준환은 3차 선발전에서 올해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개인 최고 점수인 242.45점보다 한층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부담감이 생겼다.

내년 1월 열리는 3차 선발전에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가 결정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