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뜨거웠던 2017년 시즌이 막을 내린 지도 이제 제법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한 해를 돌아보며 다가올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 애플베이스볼도 한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한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는 시도가 그것이다. 투수는 늘 좋은 컨디션일 수는 없다.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좋았을 때 패턴과 그렇지 않았을 때 패턴을 알게 된다면 교체 타이밍 등 그 투수의 특성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애플베이스볼은 투수들의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속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20승을 거두며 200만 달러에 재계약 한 헥터 노에시의 장점은 체인지업이다. 지난해보다 구사 비율이 크게 늘어나며 세컨드 피치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구사율이 높았던 5월엔 30%를 넘기도 했다.

헥터의 체인지업은 제구가 된다는 점에서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체인지업으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헥터는 지니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일단 던지는 폼이 일정하다. 투구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가 좋았을 때(6이닝 3자책점 이하)와 나빴을 때 차이가 거의 없었다. 월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스텐션이 오히려 앞쪽에서 형성되는 이상적인 투구를 했다.

결과가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체인지업 차이를 분석한 결과다. 일단 안 좋았을 땐 체인지업이 볼이 많아졌다. 반면 좋았을 때는 상대의 방망이를 피하는 결과를 많이 냈다. 볼이 줄었고 파울이 되는 비율은 20%를 넘기며 안 좋았을 때의 12%를 훌쩍 넘겼다.

여기에 헛스윙 비율도 13.50%에서 16.37%로 3%p 가까이 높아졌다. 타자의 방망이를 유도해 내며 스트라이크를 이끌어 내는 데 체인지업이 잘 활용됐다는 것 뜻한다.

반면 안 좋을 때는 상대의 방망이에 걸리는 확률이 높았다. 파울 비율은 크게 떨어졌지만 인플레이 비율은 24.70%에서 30.06%로 훨씬 높아졌다. 이렇게만 보면 체인지업이 맞춰 잡는 구종으로는 약점을 보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좋은 페이스에서 체인지업이 그저 헛스윙만 많이 유도한 것이 아니다. 필요로 할 때는 땅볼 유도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투구도 했다. 

헥터가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비율은 56.63%나 됐다. 스트라이크처럼 들어오다 떨어트리며 방망이의 중심을 빗겨 나가는 투구를 했다는 걸 뜻한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처럼 오다 떨어지는 각도가 좋았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 정도 수준이면 원할 때 원하는 타구를 이끌어 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헛스윙이 필요하면 헛스윙을, 땅볼이 필요하면 땅볼을 유도하는 데 체인지업이 활용됐다.

헥터는 컨디션이 좋을 때 체인지업 제구를 훨씬 수월하게 했다. 우선 수직 변화량을 보자. 헥터의 체인지업은 좋았을 때 안 좋았을 때보다 1cm 정도 덜 떨어졌다.

수평 변화량에도 차이가 있었다. 안 좋았을 때는 오른쪽으로 2cm 정도 더 휘어 들어갔다. 헥터는 이 1, 2cm의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파울이 될 공이 정타가 되거나 헛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헥터는 이처럼 자신의 체인지업을 컨트롤할 수 있었고 그 능력이 그의 20승을 만들어 줬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원래 체인지업은 헥터의 주 무기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본인이 선발투수로서 보다 다양한 공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빠르게 그 성과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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