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일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뜨거웠던 2017년 시즌이 막을 내린 지도 이제 제법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한 해를 돌아보며 다가올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 애플베이스볼도 한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한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는 시도가 그것이다. 투수는 늘 좋은 컨디션일 수는 없다.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좋았을 때 패턴과 그렇지 않았을 때 패턴을 알게 된다면 교체 타이밍 등 그 투수의 특성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애플베이스볼은 투수들의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속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땅볼 아웃'은 투수가 아웃 카운트를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주자를 내보내더라도 땅볼 유도 능력이 있으면 단번에 두 개의 아웃 카운트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를 뽑을 때 볼넷 비율 못지 않게 땅볼 유도 능력이 있는지를 열심히 살피는 이유다. 일단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하지만 땅볼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투수의 구종에 따라선 땅볼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롯데 좌완 에이스 레일리가 대표적인 예다.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레일리는 오히려 땅볼이 많았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우선 레일리의 구종별 결과 중 주무기인 체인지업에 비중을 두고 살펴보자.

투구 결과가 좋았을 때(6이닝 3자책점 이하) 레일리의 체인지업은 제구가 안정되며 상대에게 헛스윙을 많이 유도해냈다. 헛스윙 비율이 19%나 된다.

그러나 투구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는 제구가 흔들리며 헛스윙 유도 비율도 떨어진다. 볼이 되는 비율이 40%로 높아지고 헛스윙 비율도 12 크게 낮아진다. 상대를 유혹할 만한 구종이 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레일리의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며 맞춰 잡기 보다는 배트를 피해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종으로 활용 가치가 높아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하게 된다. 땅볼이 많은 경기서 레일리는 늘 좋지 못한 결과를 냈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그가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의 결과에서 땅볼 수치가 높은 경기는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다.

커브의 경우는 안 좋을 때 땅볼 비율이 50%나 됐다. 확실하게 상대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하면 결과가 나빴음을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레일리의 투구 교체 타이밍이다. 그가 땅볼로 아웃 카운트를 많이 늘려간다는 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땅볼 아웃이 많아지면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레일리는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스피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도 거의 일정한 스피드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땅볼의 숫자 차이가 많이 났다는 건 그만큼 제구와 타이밍의 차이가 크게 났음을 알 수 있다.

일찌감치 재계약에 사인하며 내년을 기약하게 된 레일리. 내년 시즌 그의 땅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보다 흥미로운 관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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