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최고 점수 보유자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 러시아)의 올림픽 금메달 꿈이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6일(이하 한국 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IOC는 러시아 선수단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 금지를 의결했다. 국가 주도의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의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고 개인 자격 출전만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의 도핑 조작 스캔들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 직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공개한 리처드 맥라렌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주도로 지난 2011년부터 자국 선수들의 소변 샘플과 혈액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30개 종목 1000여 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

IOC와 징계위원회는 진상 규명에 나섰다. 조사 과정에서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러시아 올림픽 참가 선수 25명의 기록과 성적을 무효로 처리하고 11개의 메달을 박탈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평창행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이는 메드베데바다. 그는 5일 IOC 집행위원회에 나서 반도핑과 관련한 연설을 했다. 현재 그는 발목 부상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진행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을 포기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파이널을 포기하고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메드베데바는 IOC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나섰지만 결과는 수포로 돌아갔다.

최고 전성기에서 올림픽 출전이 어렵게 된 메드베데바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생명은 다른 종목과 비교해 짧다. 서른 살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같은 이도 있지만 상당수 여자 선수들은 20대 초반에서 중반이 되기 전 빙판을 떠난다. 이런 점 때문에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출전은 간절하다. 여자 싱글의 경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는 소냐 헤니(노르웨이, 1928, 1932, 1936 올림픽 금메달)와 카타리나 비트(독일, 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 올림픽 금메달) 밖에 없다.

1999년 출생인 메드베데바는 현재가 최전성기다. 그는 2014년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와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또한 이듬해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주니어 무대를 휩쓴 메드베데바는 시니어 데뷔 시즌인 2015~2016 시즌 6개의 국제 대회에 출전해 5번 우승했다. 2016~2017 시즌에서는 5개 대회에 나서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지난 1월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유럽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총점 229.71점으로 우승했다.

▲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images

김연아(27)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당시 여자 싱글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 점수는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메드베데바가 7년 만에 김연아의 점수를 뛰어넘었다. 그는 올해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241.31점을 기록하며 자신이 세운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현재 여자 싱글에서 메드베데바의 마땅한 적수는 없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평창 올림픽에서 메드베데바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조국 러시아의 도핑 결과 조작이었다. 메드베데바는 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나는 러시아 국기 없이는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22살 되는 메드베데바, 올림픽 우승 최상의 기회 놓치나

IOC는 도핑테스트를 통과한 러시아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의 길을 열었다. 바로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이다. 문제는 IOC의 결정에 반발한 러시아 측이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메드베데바가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남은 메달도 러시아 선수가 차지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평창 올림픽 전망은 새롭게 구성됐다.

메드베데바가 많은 난관을 뚫고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경우 올림픽 우승이라는 꿈에 도전한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올림픽 금메달이 없는 무관의 여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8살인 메드베데바는 4년 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22살은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또한 해마나 국제 무대에 등장해 메달을 휩쓰는 자국 후배들의 도전도 이겨내야 한다.

알리나 자기토바(15, 러시아)는 메드베데바의 뒤를 이을 인재로 평가받는다. 자기토바는 올해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우승했고 곧바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그랑프리 3차 대회(중국)와 5차 대회(프랑스)에서 우승했다. 또한 주니어 무대에서도 어린 나이에 난이도 높은 기술을 시도하는 유망주들이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다.

▲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왼쪽)와 알리나 자기토바 ⓒ GettyIimages

이런 상황에서 메드베데바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까지 정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드베데바가 올림픽 정상에 설 최상의 기회는 내년 평창 올림픽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의 의미는 특별하다. 대다수 선수는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이 생기면 국제 대회 출전을 포기한다. 올림픽이 열리는 일정에 맞춰 철저하게 자기 관리에 들어간다. 메드베데바도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를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드베데바는 아픈 발목으로 스위스로 날아가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18살 세계 챔피언의 발언은 IOC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의 벽에 막혀 우승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메드베데바의 올림픽 출전 여부는 아직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메드베데바는 평창 올림픽에서 주목을 받을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 포기가 결정되면서 평창 올림픽은 '스타 부재'란 고민이 생겼다.

이런 가운데 '동계 종목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일인자의 불참은 흥행 부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메드베데바와 러시아 선수들이 불참할 경우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스먼드(22)와 코스트너 그리고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미야하라 사토코(19)와 히구치 와카바(16) 등이 새로운 우승 후보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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