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 팀을 응원하기 위해 나리타 공항에 나온 일본인 팬 아사쿠라 씨(왼쪽)와 유키 씨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한준 기자] “저는 옛날부터 홍명보 선수 팬이었어요.” (아사쿠라)
“저는 박지성 선수가 교토에 있을 때 처음 한국 선수의 팬이 됐어요.” (유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이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6일 저녁 7시 10분경. 대표 팀의 일본 입성을 맞이한 것은 일본 교포나 한국 응원단이 아닌, 순수 일본 국적의 ‘한국 축구 마니아’들이었다. 

신태용 대표 팀 감독을 필두로 나리타 공항 제2터미널 북측 게이트로 나온 한국 선수단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부탁하기 위해 일본 팬들이 몰렸다. 이들은 한국 대표 팀 입국 시간을 확인하고 도착 시간 한참 전부터 게이트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한국 대표 팀 훈련복을 입고 있는 팬도 있었다.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게이트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한국 대표 팀을 기다리는 게 분명해 보여 영어로 물었다. “한국어로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 온 것이냐고 묻자 “한국 팬”이라고 했다.

한국어에 능통했던 여성 팬은 아사쿠라 케이 씨. 아사쿠라 씨는 “오늘은 대표 팀에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 왔는 데 K리그에서는 울산 팬”이라며 지난 주말 울산현대가 부산아이파크를 꺾고 FA컵 우승을 이룬 현장도 다녀왔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두번은 K리그를 보러가요. 울산의 메인 스탠드에서 울산 선수들의 사진도 찍고 있어요.” 이번 대표 팀에 울산 선수가 없지만 아사쿠라 씨는 “최철순 선수와 이재성 선수, 정우영 선수를 좋아한다”며 대표 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대표 팀 훈련복을 입고 있던 남성 팬을 유키 씨. 유키 씨는 “이 옷은 직접 한국의 동대문 시장에 가서 구입한 것”이라며 그 역시 자주 한국을 방문해 K리그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의 아디 코치와 얼마 전 사진을 찍었다며 보여주기도 했다.

▲ 일본 팬에게 사인해주는 차두리 코치 ⓒ한준 기자


유키 씨는 “이번 대표 팀에 온 고요한 선수, 주세종 선수, 윤일록 선수, 이명주 선수를 좋아한다. 서울 팬”이라고 했다.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다른 두 사람이 사이 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유는 일본에서 활동했던 정우영 선수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

유키 씨는 “정우영 선수는 교토 상가 시절부터 좋아했다. J리그에서는 교토의 팬”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처음 한국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박지성 선수가 교토에서 뛸 때부터 한국 선수들을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일본 대표 선수 중에는 그나마 나가토모 유토를 좋아한다는 유키 씨는 “대표 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한국, 일본 반반이지만, 좋아하는 선수는 한국 대표 팀에 더 많다”고 했다. “유럽파 중에는 기성용, 이청용을 좋아한다고 한 유키 씨는 확실히 서울 팬.

유키 씨와 달리 아사쿠라씨는 확실한 한국 팬이다. “전 일본에 좋아하는 선수가 없어요. 일본 선수는 관심 없어요. 매력이 없어요. 한국 선수들만 좋아합니다. 이번 대회도 한국이 우승하길 기대하고 있어요.” 한일전을 해도 일본을 응원한다는 아사쿠라씨가 처음 한국 선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J리그에 입성했던 홍명보 때문이다.

“저는 가시와에 살고 있어요. 처음에는 홍명보 선수 팬이었어요. 홍명보 선수가 가시와에서 뛸 때 응원했어요. 그때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등 한국 선수를 다 좋아했어요,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다 K리그로 갔잖아요. 그때 저도 K리그를 보러 갔고 그때부터 쭉 K리그를 보러 가고 있어요.”

아사쿠라 씨는 "오늘 더 오고 싶어했던 팬들이 있었는데 일정과 거리 때문에 못왔다. 대회 기간 중에 한국을 응원하는 일본 팬들이 더 올 것"이라고 했다. 이제 한국 축구를 좋아하고 응원한다는 일본인 팬의 존재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대표 팀이 동아시안컵을 위해 입성하는 순간부터 응원하고 지지해준 성원은 큰 힘이 되는 게 사실이다. 대표 팀은 ‘도쿄의 환대’를 받았고, 신태용 감독은 “느낌이 좋다”고 했다. 한국축구의 두 영웅, 홍명보와 박지성이 남긴 유산은 지금도 일본 땅에서 한국 축구가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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